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펜서 존슨 지음, 이영진 옮김 / 진명출판사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난 화장실, 그 1.5평의 공간을 좋아한다. 냄새하고 퀴퀴한, 그런 재래식 화장실이 아니라 쾌적하고 깔끔한 책읽기에 좋은 그런 화장실이다. 이 공간에서 읽기에는 매일 한 장씩 읽어가는 깨알같은 글씨의 백과사전식 책도 좋지만, 부담없는 큰 글자의 단순한 이야기책도 참 좋다. 특히 화장실이란 공간이 문을 닫으면 한 개인의 은밀한 방이 되기도 하지만, 모든 집안 사람이 이용한다는 점에서 공동의 문화공간이 될 수 있기에, 화장실에 놓아둔 책 한 권은 매우 값질 수 있다.

그 한 권의 책으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권하고 싶다. 읽기에 부담없는 글자와 행간, 쥐 두 마리와 꼬마인간 두 명이 펼치는 아주 단순하지만 상징적인 우화는 특히 남녀노소 온 가족이 읽기에 적합하다.

읽으면서 우리가 겪는 문제, 사소한 걱정거리,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이 책은 아주 쉽게 긍정적으로 얘기한다. '걱정하지 말아라. 변화가 닥치면 그냥 받아들이고 그것에 맞춰 사렴.' 그런 가벼운 말 한 마디가 두려움으로 가득찬 내 머릿 속에 들어와 시원한 두통약이 되었다.

그냥 읽으면 된다. 화장실에서 찌꺼기를 배설하고 몸이 단순해지듯,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찌꺼기를 배설하고 조금 단순해지자. 때론 그 단순한 긍정이 어떤 책에선 미덕이 되듯 그냥 읽고 단순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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