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잠든 시간에 컴퓨터를 켠다. 부팅하는 시간에 커피 한 잔 마시려고 가스렌지 위에 찻물을 끓인다. 인터넷을 연결하고 메일함을 열어 보고 관련기사를 읽는다. 대부분 연예인의 가십 읽다 한참 시간이 간다.

아, 커피물을 깜박했네.

가스렌지 위에 가 보니 가스불이 꺼져 있다. 아직 불을 안 켰군.

하면서 무심결 잡은 차주전자의 뚜껑이 너무나 뜨겁다. 손을 데인다.

대체 누가 불을 끈 것일까.

주위를 휘휘 둘러보니 남편과 아이들은 너무나 잘 자고 있다. 대체 누가 불을 끈 것일까. 내가 불을 껐다면 왜 커피를 타지 않았을까. 기억 속을 더듬어보니 가스렌지 위에 커피 물을 올린 장면은 기억나나 그 다음은 없다. 언제 내가 의자에서 일어나서 불을 껐을까.

언젠가 커피 한 잔을 타고 뒤돌아보니 식탁 위에 또 한 잔의 커피가 놓여져 있다. 똑같은 컵에, 똑같은 숟가락의 두 잔의 커피, 게다가 똑같은 뜨거움. 조금전에 한 일을 몇 초안에 잊어버리는 이 중증의 건망증.

잠시 잠이 깬 남편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그가 잠결에 공포스럽다라고 한다. 왜? 이런 엄마에게 아이들의 안전을 맡기고 있어서란다. 가끔 나도 이런 나를 보면 당황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