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의 마지막 7일 나남창작선 132
김상렬 지음 / 나남출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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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도>를 먼저 보고 책을 접했다.

<사도의 마지막 7일>은 8년전 김상렬 작가의 <목숨>을 수정해 영화 개봉에 맞춰 출간 됐다.

 

<목숨>을 접하지 않았기에 무엇이 어떻게 수정됐는지 알 수 없지만

<사도의 마지막 7일>은 영화 <사도>를 먼저 접하고 읽었기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소설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히면서 부터 시작 한다.

 

p.11

쾅, 세상의 문이 닫혔다. 당신의 성난 고함이 다시 들려온다.

"네 놈은 반드시 그 안에서 죽어야 한다!"

 

소설의 첫 문장을 읽으면 영화의 첫 장면이 오버렙된다.

송강호의 영조, 유아인의 사도세자...

 

영화의 의미지가 너무 깊게 남아서 소설을 읽는 내내 영화의 장면들이 하나 둘 오버렙 된다.

 

김상렬의 소설은 영화를 소설화 한게 아니기 때문에 영화와는 많은 차이가 난다.

 

소설속의 사도세자와 영화속의 사도세자를 비교할 수 밖에 없게 되며, 비교를 하다 보면 배우 유아인이 대단했음을 느끼게 된다.

 

소설속의 사도세자는 '광증'에 시달려 죽는 그 순간까지 허상에 허우적 된다.

잠시 정신을 차리기도 하지만, 갇혀있다는 것, 뜨거운 여름, 굶주림, 죽어감을 느끼며 보내는 지옥같은 하루들

사도세자가 아닌 인간 '이선'으로 느끼는 공포와 죽음을 그린다.

 

영화 사도는 아버지와 아들관계를 번갈아 가며 보여주고, 하루가 지날때 마나 하나의 사건을 통해 행복했던 날 부터 차츰 사이가 멀어지며 벌어짐을 그려 왕과 왕세자가 아니라 아들을 죽인 아버지, 죽임을 당한 아들로 그려진다.

당쟁은 배재된다. 오로지 관계와 관계사이에 집중된다.

 

소설은 영화와는 다르다.

사도세자에게 집중이 된다. 죽음과 함께하는 날들. 점점 미처가는 사도

그러면서도 함께하기로 했던 이들을 생각하며 사도세자의 죽음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억울하게 죽을 순 없다!, 조금만 기다리면 따르던 충복들이 구하러 올것이라는 헛된 희망.

 

이 모든건 사도세자의 '광증'으로 설명하려 함이였을까?

지워진 기록들사이의 진실은 결코 복원될 수 없지만 여러 짐작을 해본다.

기록과 기록사이. 소설은 임오화변을 당쟁을 원인으로 설득해 간다. 당파싸움으로 갈라 놓은 관계.

억울하게 희생된 사도세자, 그렇게 본다면 영조 역시 당쟁의 희생량일 뿐이다.

 

소설은 그래서 아쉽다.

구성은 영화와 비슷하지만 집중력에서 흐려진다.

비구니 '가선'이란 인물때문에 이야기에 힘이 빠짐을 느낀다.

당쟁에 집중했거나, 영화처럼 관계에 집중했거나, 그도 아니면 첫 제목이였던 <목숨>

삶과 죽음의 비극에 집중했더라면 단테의 신곡의 주는 교훈 쯤은 얻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은 '사랑'이였나? 하는 생각에...

 

'가선'이란 인물이 있어, 도피처, 은신처가 아니라 '광증'의 원인이 되어 버린 것 처럼 보였다.

동정심으로 인한 관심에서 '사랑'으로 커져 나간 마음을 담았지만, 애달픔에 집중한 것도 아니였다.

 

뒤주에 갇혀 죽는 그 순간 까지의 7일... 결국 억울함만 남았다.

당쟁도, 가선도, 아버지도, 모두 억울함 속에 묻힌다.

 

소설은 결국 소설로 남았다.

작가도 서문에서 분명히 밝혀두고 있다. '소설'일 뿐이라고.

소설이라서 이해 한다. 소설이라서 아쉽다.

 

지워진 기록. 어떻게 채울지 확립되지 않은 시간들.

그때를 살아내지 못한 미래의 사람들은 결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복잡함.

진실에 다가갈 순 없지만, 진실처럼 보이는 가정은 수도 없이 만들어 질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을 '가선'이란 인물의 등장부터는 '사랑'에 집중 했더라면 차라리 나았을까?

슬픔을 공유하지도, 억울함에 공감하지도 못했다.

아무래도 영화의 잔상이 너무 깊게 남아서 그런가 보다.

 

영조와 사도세자 그리고 정조에 이어지는 비극은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유교국가라는 것, 왕정이라는 것, 당쟁이 치열했다는 것, 영조(연잉군)도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고 철저했다는 것.

성장과정에서 지금과는 분명 다른 것들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 시대적 상황에 의한 비극으로 기록된 사건.

 

그 마저도 대부분의 기록이 지워졌다는 것.

지워진 기록속에 우리가 건질 것은 무엇인가?

 

최근 몇년 영조와 사도 정조에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그 만큼 그 시대의 불확실성과 지워진 기록이 가진 매력이 현시대에 살아있다는 것이겠지.

시대가 흘러도 결코 가벼울 수 없는 <목숨>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였으면...

 

소설의 장면 장면마다 오버렙 되는 영화의 장면들이 있어 소설을 읽는데 색다를 재미가 있었다.

 

자결하라며 칼을 던지는 영조의 모습, 뒤주에 갇히는 장면, 뒤주속에서 미쳐가는 장면, 어린 정조가 물한잔을 주겠다며 우는 장면, 영화속의 장면들 덕에 소설을 깊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좋았지만...

어쩔 수 없이 영화와 비교하게 되며 마지막 까지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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