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
김성원 지음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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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도서관을 찾아 떠난 여행이었다.

공허로 가득 찬 우주에서 춤추는 별을 보았다.

모든 것이 사라져도, 당신만은 지키기를 원했다.



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 - 김성원

- 이전의 나보다 더 큰 사람이 되어간다, 넘어짐과 일어섬의 과정을 통해.


에세이를 읽을 때면 '포스트 코로나19'라는 빠질 수 없는 말 하나가 생겼습니다.

2월 말에 찾아온 감염병이란 재앙이 모든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버렸습니다.

지금도 우린 코로나19시대를 힘겹게 버텨내고 있습니다.

생활 속거리 두기로 인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맺는 방법도 많이 바뀌었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많은 부분을 고립과 외로움이 들어섰습니다.

우린 그렇게 넘어졌고, 다시 일어서는 중이라는 생각을 김성원 님의 에세이를 읽으며 했습니다.

출간된 지 조금 시간이 흘렀지만 이 책은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책 같아요.

우린 지금 관계 속에 허덕이고, 텅 빈 시간, 외로움, 고독, 슬픔, 우울 등 많은 것들이 일상을 흔들고 있어요.

책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에세이가 늘 그렇듯 한 사람의 긴 인생에서 일부분이 담겨 있지만, 그 일부분이 때론 전부이기도 합니다.

에세이에 대한 리뷰를 남길 때면 어떻게 저자의 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남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역시 마음에 들어온 문장 하나에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같아 남깁니다.


남을 사랑하려면 자신을 먼저 보호해야 한다.

나를 보호하지 못하면서 타인을 사랑할 수는 없다.

당신을 괴롭게 만든 상대가 당신에게 불이익을 주지 못하게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찾아내야 한다.

22쪽 "나는 스파이다. 미워하지 않는 것이 임무다." 중에서


편집자일까 저자일까. 책을 보면 강조된 문장이 있습니다. 빨간색으로 쓰인 문장. 또는 진하게 강조한 단어들이 등장하는데 저는 그런 문장보다 유독 마음에 들어온 문장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남을 사랑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신을 먼저 보호해야 한다는 말. 책을 펼치자마자 바로 만나게 되는 문장 하나가 이 책을 시간을 두고 어렵게 읽게 만들었습니다. '사랑'이란 것. 오랜 혼자 생활이 어쩌면 나를 보호하지 못해서는 아닐까라는 생각 꽤 오랫동안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들이 정말로 떠나고 싶어 했던 곳은 어디일까?

바로 자기 자신이다.

28쪽 "세상 어느 곳에서도 견디지 못하는 사람" 중에서

SNS에 대한 이야기가 여행까지 뻗어 나갔습니다. 우리가 여행을 가는 진짜 이유를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에요.

그리고 각자의 여행이 다르지만 그 본질은 '나'에서 떠나고 싶은 마음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럼에도 떠나는 이들까지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진짜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질투는

그 사람을 통해 나의 좌절된 꿈을 보기 때문에 생긴다.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신에게 실망한 것이다.

33쪽 "그들이 부러워서 인스타그램을 삭제하고 싶다면" 중에서

트위터와 페이스북과는 분명 다른 점이 있는 인스타그램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서 보이는 1:1비율의 사진 속에 웃으며, 부러워하고, 일상을 자랑합니다.

저 역시 인스타그램을 하기 때문에 이 책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질투보다는 참 멋진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먼저 했었습니다.

여행을 가고, 책을 읽고, 책을 쓰고, 짧은 문장들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지요.

이 문장을 읽고 나니까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부러워하기 때문에 좋아요를 누르고 있었던 거라는 생각.

인스타그램은 사람들의 질투를 먹고 자란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융의 심리학에 따르면

우리가 타인을 집요하게 미워하는 이유는 내 안에 있는 그림자가

그 사람의 속성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36쪽 "사랑하는 데미안" 중에서

내가 미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살다 보면 이상하게 이유 없이 미운 사람이 있습니다.

미움을 넘어서 혐오할 정도로 싫은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의 어떤 모습에서 저의 가장 싫은 모습을 본능적으로 찾았던 것 같아요. 너무나 닮았기에 싫어했던 거겠죠. 그래서 도플갱어를 보면 반드시 하나는 소멸한다는 말이 생겼나 봅니다. 나는 어떤 사람을 이유 없이 싫어질 때 어떤 모습에 싫어지는지 그 이유를 찾고 무작정 싫어하기보다 생각해보기로 합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한다.

나를 대신해서 울어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을 감동시킨다.

49쪽 "나를 대신해 울어주는 사람" 중에서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살아간다면 특히 많이 느끼게 될 거예요.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하는 상황. 나를 대신해서 울어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감동을 넘어선 사랑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사랑은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를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을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안아주는 것이다.

61쪽 "원빈보다 잘생긴" 중에서

사랑은 안아주는 것.

이보다 명쾌하고 짧고 깊은 문장이 있을까 싶어요.

다이어리 첫 페이지에 박제했습니다.

사랑이 위험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래도 사랑에 바지게 된다.

성숙한 관계란 위험의 파장을 알면서도

상대를 신뢰하는 것이다.

65쪽 "낭만이 희미해진 시대의 연애" 중에서

언제부터 일가 위험하지만 사랑에 열심이었던 때가.

위험을 알기에 도망 중인 것일까?

그냥 갑자기 위험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은 무엇인가를 그리워하는 여정이 아닐까?

우리를 스쳐간 인연들과 그들과 함께 가버린 시간들.

기억은 영원히 가슴에 남지만 그들은 곁에 없으니까.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그는 거기에 없다.

그것이 상실이다.

68쪽 "스타벅스에서 조지 해리슨의<마이 스위트 로드>가 흘러나올 때" 중에서

음악의 힘이란 그렇습니다.

아주 오래된 기억의 한 부분을 톡 건드려 생생하게 불러옵니다.

멜로디가 흘러나오던 그때의 공간, 공기, 빛, 향수, 목소리...

너무 오래되어 잊고 있던 기억이 너무 강렬하게 살아납니다.

'사랑'을 다시 시작하기에는 아직 멀었나 봅니다.

과거의 힘든 순간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내가 존재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슬픔도 사랑한다.

눈물이 눈송이가 되는 기쁨은 내가 내면으로 여행을 떠난 사건의 후유증이다.

87쪽 "내가 두고 온 아픈 마음" 중에서

늦은 밤 잠들기 전 만난 문장 하나가 오랫동안 깨어 있게 했습니다.

과거의 슬픔도 사랑한다니. 성장소설 속 한 문장 같았어요.

눈물이 눈송이가 되는 기쁨, 내면으로 여행을 떠난 사건의 후유증.

아니 한 편의 시를 읽은 것 같아요.

누구나 기억 저편에 간직하고 있는 과거의 힘든 순간들이 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생각하지 않기로 한 기억들이 자연스럽게 꺼내졌습니다.

힘든 것 하나 없이 살아왔던 것 같지만 중간중간 큰 어려움도 있었고, 선택의 고비도 있었습니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가라고 하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고민되는 사건들도 있지요.

어쨌든 그 모든 것 들로부터 지금의 내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기억합니다.

나에게도 다른 사람들처럼 달의 이면이 있었고,

부모님에 대한 애도 기간을 거치면서 그 이면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내면의 두려움을 이끌어내는 과정이었다.

109쪽 "아버지는 내 우주" 중에서

어떤 마음에서 이 문장에 밑줄을 그었는지 지금으로써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보통 밑줄 그은 부분을 다시 보게 되면 그 상황이 떠오르는데 이 부분만은 기억나지 않아 마음을 괴롭힙니다.

부모님에 대한 애도 기간을 거치면서 이면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저자의 말.

무언가 기념하는 날에 읽었던 것 같은데 어버이날이었는지 다른 날이었는지조차 기억이 흐릿합니다.

다만 무엇이 되었든 내 속의 다른 면을 이끌어내어 마주하는 경험은 사람을 크게 성장시킬 것 같은 느낌.

봄은 언제 올까?

겨울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느낄 때 온다.

144쪽 "계획대로 안 되는 것이 계획" 중에서

이 문장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일상은 언제 올까? 코로나19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느낄 때 온다.라고 문장을 바꿔 보기도 했어요.

다시 돌아가고 싶은 일상을 그렇게 바라지만 문장을 바꿔 보고 나니 코로나19랑 봄이 오는 것이랑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계절을 견딜 수 없을 때 다른 계절이 찾아오지만, 질병은 끝이 없는 어둠 속에 한 줄기 희망을 놓지 않고 있어야 된다는 것. 언제 올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시간을 기다리고 인내해야 한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게 만들었지요. 그리고 오늘 하루도 무사히 버틸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덕질에 빠져드는 이유는 고립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그리워하기 때문에 덕질에 몰입힌다.

177쪽 "멈추지 않는 행복회로, 덕질" 중에서

컬렉터가 되는 것이 꿈은 아니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듯이 저 또한 문구와 서점을 그냥 지나 칠 수 없습니다. 정말 급한 일이 아니면 꼭 들리고야 마는 장소.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덕질'일 뿐이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누군가를 그리워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이제서야 찾은 것 같습니다.

참 그리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제목을 읽고, 책을 펼쳐 문장을 만날 때면 떠오르는 얼굴 하나 생각나는 것이

그리움의 증거겠지요. 책장을 넘어 바닥까지 침범해 잔뜩 쌓여있는 책 더미가 제가 간직한 그리움의 크기입니다.

단 것을 한꺼번에 많이 탐하면

더 이상 즐길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마냥 달콤하기만 한 것은 허무함을 남긴다.

솜사탕도 그렇다.

215쪽 "솜사탕이 배반할지라도" 중에서

달콤함이 배반과 허무함을 어떻게 연결 지어야 할까요.

단 것을 한꺼번에 많이 탐하면 결국 살만 남습니다. 솜사탕도 그렇겠지요.

뭐든 적당한 것이 좋다는 '과유불급'의 깨달음이 일상 속에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책은 인간의 생각을 파악하는 비밀스러운 능력이 있다.

책이 당신을 택해서 그 자라에 있을 수도 있다.

책은 당신을 발견하고 당신 손에 이끌려 당신 거실의 책장에 꽂히고 싶어 했던 것이다.

225쪽 "책을 쌓아두는 사람들" 중에서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공감하는 문장일 거예요.

책이 나를 선택했기에 우리 집 책장과 바닥에 쌓여있다는 것을요.

현실 친구들도 그렇지만 인스타그램에서 맺은 친구들은 정말 책을 많이 좋아합니다.

다들 책장이 부족해서 바닥을 침범하고 더 감당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정리해야 되는 상황.

덕분에 책들도 여러 사람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한 사람을 선택했다가 효용이 다 하면 다른 사람으로 옮겨가는 여행. 언젠가는 책의 여행에 대한 글만 모아보고 싶어요.

책을 읽는 이유는 잃어버린 사랑과 존재의 슬픔에 대한 존중 때문이다.

인간이 처한 비참한 현실을 최대한 세밀하게 묘사해내는 도구는 '글'말고는 아직 없다.

226쪽 "1997년의 나와 2014년의 나" 중에서

그렇게 시작한 독서는 이젠 습관이 되었습니다.

항상 책을 읽어야만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코로나19때문에 일상생활이 변하니까 그건 또 아니었습니다.

책을 읽지 않고도 잠들 수 있고, 책을 읽지 않고도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해준 아주 엄청난 녀석.

덕분에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서 고민도 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사랑과 슬픔에 대한 존중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냥 만족감을 얻는 그 자체만으로도 좋다는 것. 책을 아끼고 읽고 수집하는 것에 가장 큰 이유는 '만족감'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내면에 있는 깊은 우물을 만나게 된다.

그것을 대면하는 것은 살면서 겪게 되는 가장 힘든 일이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갈 수 있다.

그때마다 첫 순간을 떠올린다.

내가 왜 글을 쓰게 되었는지,

글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 순간을 생각한다.

253쪽 "치유하는 글쓰기" 중에서

글을 쓰면서 치유가 된다고 합니다.

저는 아직 읽는 사람에 머물러 있습니다.

언젠가는 나도 한 번 써볼까 싶은데, 잘 써지지 않네요.

쓰는 글이라면 다이어리에 쓰는 짧은 문장 하나, 블로그에 남기는 이런 리뷰 하나가 전부입니다.

어떻게 글쓰기가 치유가 되는지, 크게 아픔을 느끼지 못해서는 아닐까 생각해봅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는 것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언젠가는 글이 말을 걸어오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그리고 이 책의 밑줄은 여기까지입니다.

글을 읽고 기록하는 것이 한때는 일상이었습니다.

일을 하지만 시간이 날 때면 한 문장 한 단어라도 읽어야 했습니다.

글에 푹 빠져 살다 보니 몸에 밴 습관처럼 문장을 읽었습니다.

그런 자신감에 서평단 활동에도 지원을 했는데 세상에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바꿔버릴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수년간 이어져 오던 루틴이 전부 깨져버렸고, 일상이라 생각했던 것에서 잠시만 벗어나면 그만일 줄 알았는데 새로운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틈나는 대로 읽던 독서 대신 틈나는 대로 소독을 하고 있는 일상.

종식을 기대해 볼 만하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나는지 다시 경각심을 가지게 만들어 버리는 뉴스.

제발 다 같이 2주만 참아보자는 외침이 공허한 울림으로 남아버린 것 같은 이때에 책 한 권, 한 문장, 한 단어가 주는 외로의 힘은 대단합니다. 아무 말 없이 안아주고 쓰담아주고 토닥여주는 느낌. 힘들지만 다시 힘낼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됩니다. 우린 지금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서는 중입니다.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응원을 남기며 부족한 글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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