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된 시간 - 영화 예술의 미학과 시학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지음, 김창우 옮김 / 분도출판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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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는 총 7편. 그 중 저는 단 한 편을 보았습니다. 망명 후의 첫 작품이자 그의 마지막 작품 <희생>을 고등학교 때 봤지요.

 

 시간은 가역적입니다. 시간을 경험하는 주체가 시간의 순열에 끼어들어 물길을 바꿔버리니 시간은 본성상 가역적이라 해도 인간의 말틀에서 틀린 것은 아닐 겁니다.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적어도 제가 본 그 한편은 그 나이, 첫 경험 때, 책의 제목처럼)는 시간을 봉인하는 경험이었습니다. 타성에 젖어 객기로 본 것이긴 하나 그 후유증은 오래 갔습니다. 대부분의 초심자들은 그렇게 시작하죠.

 

 이 글을 쓰며 돌이켜 생각해보니 저와 영화의 관계에 있어 그 때가 급변기였던 것 같네요. 영화와 만난 두 번째 회심! 『봉인된 시간』은 내 영화의 사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창작)론이자 영화 사상론입니다. 이제부터 그의 영화를 한 편씩 챙겨볼 참인데 제가 그 모든 작품을 지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그가 강론한 예술론은 끝까지 신뢰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런 면에서 저는 타르코프스키의 정신적 당원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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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창비시선 286
문인수 지음 / 창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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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류를 관통하는 고열로 기억할 시집입니다. 언덕을 오르는 허름한 노인의 앙상한 발걸음. “땅바닥에 대고” “시간을 비틀어 올리는” “치매처럼 깜깜한” 향나무를 그리는 “참 정밀”한 붓질의 시어들. 이 구별된 언어들의 영적 실재가 제 두뇌의 뉴런들 사이를 역류하고 깊이 파고듭니다. 그 전에 이 책은 순수하게 물질입니다. 이 작은 책을 손에 든 날의 제 몸은 아주 뜨거웠는데 올해 들어 처음으로 폭염 주의보가 뜬 날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우선 물질일 뿐이었고 열에 민감한 제 몸은 이 책을 하나의 열 덩어리로 기억합니다. 시는 그 다음입니다.

 

 시집 끝에 실린 평문 역시 매우 좋습니다. 외워두고 싶은 구절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으니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읽기의 긴장을 놓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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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상학 강의 2
박홍규 지음 / 민음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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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박홍규 교수의 다섯 권 전집 중 한 권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ousia’ 강의에서 시작해 ‘고르기아스 비존재에 관한 질의응답’ 강의로 마무리되는 순서를 갖췄습니다. 강의록에 대한 선호도는 작년부터 높아졌는데 여기 선정한 책 중 벌써 세 권이 강의록인 데서 보듯 이 선호도는 한동안 계속 될 것 같습니다.

 

 좋은 강의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학문을 대하는 강의자의 태도 역시 값진 배움입니다. 일본의 학자 사카구치 안고는 어느 글에서 원자폭탄을 두고 그것은 학문이 발견한 것이 아니라 애들 놀이와 같은 거라고 비판합니다. 학문의 역할은 핵을 통제하고 조절해 전쟁을 벌이는 게 아니라 평화를 모색하고 그것의 한도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이 고인의 전집을 통해 배울 수 있는 학문 함의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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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의 정치신학 그린비 크리티컬 컬렉션 15
야콥 타우베스 지음, 조효원 옮김 / 그린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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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앞둔 노학자의 강의록입니다. 타우베스는 바울을 유대주의의 계보 아래 놓고 「로마서」와 「고린도전서」를 읽습니다. 바울을 논하는 철학자들이 많습니다. 생존 중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조르조 아감벤 등이 있고 그보다 앞선 칼 슈미트나 발터 벤야민, 프리드리히 니체도 있습니다. 타우베스는 자신이 구성한 바울의 계보 아래 벤야민과 자신을 놓습니다.

 

 제목이 말하듯 타우베스에게 바울 서간은 순수 신학이 아닙니다. 결국, 모든 텍스트는 정치적이라는 사실. 이건 제가 현대사상을 야금야금 공부하며 체득한 일말의 진리입니다. 그렇다고 바울이 당파성을 띠고 있는 건 아닙니다. 그는 현실정치 이전에 신의 진노와 구원을 근심하고 찾는 신학자의 정치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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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를 팔다 - 우상파괴자 히친스의 마더 테레사 비판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정환 옮김 / 모멘토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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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의 성지를 지키는 20세기의 수문장 마더 테레사를 감히, 비판하는 책입니다. 그녀의 행보에 감화 받지는 않아도 분명 숭고하고 아름다운 헌신의 삶 아니었냐고, 그 정도는 상식이라고 믿고 사는 사회에서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독자의 뒤통수를 후려갈깁니다. 얇은 책이지만 생생하고 알찹니다. 그렇게 자신의 사명을 다합니다.

 

 저 역시 그리스도인지만 통쾌했습니다. 비판은 이렇게 하는 거더군요. 옳다, 그르다 또는 있다, 없다 식의 협소한 범주에서 답을 내리려는 순간 풍자는 힘을 잃습니다. 이 책은 끝내 그 힘을 잃지 않습니다. 아무리 종교의 울 안이라 해도 인간의 일인데 그 언어와 행보가 때 없이 성스러울 수 있을까요. 히친스는 “반反정치만한 정치가 없”다는 태도로 테레사 운동의 배후에 흐르는 오만함과 맹신을 까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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