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 창비시선 286
문인수 지음 / 창비 / 200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혈류를 관통하는 고열로 기억할 시집입니다. 언덕을 오르는 허름한 노인의 앙상한 발걸음. “땅바닥에 대고” “시간을 비틀어 올리는” “치매처럼 깜깜한” 향나무를 그리는 “참 정밀”한 붓질의 시어들. 이 구별된 언어들의 영적 실재가 제 두뇌의 뉴런들 사이를 역류하고 깊이 파고듭니다. 그 전에 이 책은 순수하게 물질입니다. 이 작은 책을 손에 든 날의 제 몸은 아주 뜨거웠는데 올해 들어 처음으로 폭염 주의보가 뜬 날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우선 물질일 뿐이었고 열에 민감한 제 몸은 이 책을 하나의 열 덩어리로 기억합니다. 시는 그 다음입니다.

 

 시집 끝에 실린 평문 역시 매우 좋습니다. 외워두고 싶은 구절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으니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읽기의 긴장을 놓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