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이해할 수 있는 것과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는게 아니라,

이해하고 싶은 것과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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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저녁 먹으려고요."
차마 같이 먹자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이봐요!"
"그렇다고, 어떻게, 어떻게 막걸리에 빵을 저녁으로, 밥으로 먹는답니까."
'나는 실은 내가 무서워요. 내가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무섭고, 어찌할지 알아서 무섭고······무서워서 견디기가 힘들어요.'
"막걸리 말고 빵 말고 밥을, 따뜻한 밥을 먹읍시다." 
 

#2.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움직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스무 살 시절에 그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나를 좇는 것은 오직 내 그림자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때마다 가슴 한쪽이 선득거렸다. 혼자라는 고적감이라든가 말 붙일 사람 없는 데서 오는 허전함 같은 것은 아무렇지 않았다. 그런데, 짜르르, 하게 한 번씩 가슴 한가운데를 훑고 지나가는 그 서늘한 느낌은 견디기가 참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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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라. 시간이 없다.
사랑을 자꾸 벽에다가 걸어두지만 말고 만지고, 입고 그리고 얼굴에 문대라.
사랑은 기다려주지 않으며,
내릴 곳을 몰라 종점까지 가게 된다 할지라도 아무 보상이 없으며
오히려 핑계를 준비하는 당신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사랑해라. 정각에 도착한 그 사랑에 늦으면 안 된다.
사랑은 그런 의미에서 기차다.
함께 타지 않으면 같은 풍경을 나란히 볼 수 없는 것.
나란히 표를 끊지 않으면 따로 앉을 수밖에 없는 것.
서로 마음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같은 역에 내릴 수도 없는 것.
그 후로 영원히 영영 어긋나고 마는 것.
만약 당신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우주를 바라보는 방법을 익히게 될 것이다.
그러다 어쩌면, 세상을 껴안다가 문득 그를 껴안고,
당신 자신을 껴안는 착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 기분에 울컥해지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사랑은 아무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당신에게 많은 걸 쏟아놓을 것이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세상을 원하는 색으로 물들이는 기적을
당신은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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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렇게 한 번 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거리에서 입 맞추고 싶단 말이 아니라, 자랑할 수 있는 사랑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팔짱 끼고 싶을 때 팔짱 끼고, 가고 싶을 때 어디든 가고, 흉보고 싶을 때 흉보고, 멋있어 보일 땐, 입술 옆에 붙은 밥풀까지 멋있다고 푼수처럼 떠들어대고... 사람을 좋아하면 유치해지나봐. 아이처럼 남들한테 떠들고 싶어지고 그러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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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끝난 뒤에도 삶은 이어졌다. 그것이 영원히 지속되리라는 걸, 우리는 마침내 깨달아버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로, 더이상 어떤 기쁨도 놀라움도 설렘도 없이,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끝내 우리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로 늙어갈 것이다. 그는 끝내 아무것도 그리지 못할 것이다. 나는 끝내 아무것도 쓰지 못할 것이다. 아무도 우리를 기억하지 못하는 채로 우리는 두 마리의 거북이나 염소처럼 시시하게 늙어갈 것이다. 삶은 끝났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남은 것은 그 삶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뻔뻔함과 얄팍한 위안뿐이었다. 우리는 이제 서로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손을 잡아줄 사람은 서로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건 끔찍한 깨달음이었다. 우린 단지 너무 외로워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잡아줄 손이 그 손을 올려놓을 어깨가 필요했다. 아니 그저 살아 있는 것이 필요했다. 그게 거북이건 염소건 상관없었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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