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저녁 먹으려고요."
차마 같이 먹자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이봐요!"
"그렇다고, 어떻게, 어떻게 막걸리에 빵을 저녁으로, 밥으로 먹는답니까."
'나는 실은 내가 무서워요. 내가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무섭고, 어찌할지 알아서 무섭고······무서워서 견디기가 힘들어요.'
"막걸리 말고 빵 말고 밥을, 따뜻한 밥을 먹읍시다." 
 

#2.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움직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스무 살 시절에 그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나를 좇는 것은 오직 내 그림자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때마다 가슴 한쪽이 선득거렸다. 혼자라는 고적감이라든가 말 붙일 사람 없는 데서 오는 허전함 같은 것은 아무렇지 않았다. 그런데, 짜르르, 하게 한 번씩 가슴 한가운데를 훑고 지나가는 그 서늘한 느낌은 견디기가 참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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