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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손
존 어빙 지음, 이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배달사고의 산물이다. 인문쪽 서평단인 내게 이 책은, 마치 어느 날 손을 잃은 것과 같은 '사건'이었다.) 

우선, 재미있다. 어쩐지 폴 오스터도 그렇고, 비슷한 연배의 미국 작가들 책을 보면 굉장히 수다스럽다는 느낌을 받게 될 때가 많은데 이 역시 그렇다. 

재미있는 것은 이야기 자체는 하나도 복잡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스포일러의 문제가 있기에 언급하기 어렵지만, 단 한 줄이면 이 책의 줄거리는 끝난다. 하지만 인생은 직선이 아니라 꾸불꾸불한 선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시종일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 전개는 군더더기가 아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도 그렇지만, 통상 소설을 볼때에도 언제나 감정을 이입할 대상을 찾게 된다. 그래야 활자가 쉽게 이미지화되고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이 책에 나오는 누구와도 이입을 할 수 없었다. 그만큼 나의 정서와는 이질적이었다고 할까. 

왜 이다지도 섹스와 임신에 연연하는가? 

어쩌면 이렇게 어이없는 방송이 있는가? 

그들의 관계라는 것도 이 처럼 허무맹랑한가? 

이런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떠나지 않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가볍게 튕겨오르는 농담들은 시종일관 유쾌했고, 어처구니 없는 사건들은 기대 이상으로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란 사람이 살아온 과정도 왜, 어쩌면, 이처럼이라는 의문형을 달고 산 인생이 아니었나라는. 

관계에는 충족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고, 그것은 늘 엇나가고,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인생에 깊은 흔적을 남기고 결국은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흘러가는 것이 인생이지 않을까. 

낯설게 찾아온 존 어빙의 소설은, 폴 오스터의 소설들이 꽂힌 서재의 한켠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조금만 나이를 먹고 부산영화제나 갈 일이 있을때 한번 가지고 가서 읽어 볼까 싶다. 그때쯤이면 지금보다는 어처구니를 찾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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