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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의 별 11 - 완결
김혜린 지음 / 팀매니아 / 1996년 3월
평점 :
절판
무엇이었을까. 그녀가 처음 데뷔작으로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된 동기가, 이렇게 이야기가 진행되어 버린 이유가, 과연 어디에 있었을까. 처음부터 이렇게 되어버릴지 그녀는 알고 있었을까? <북해의 별>을 볼 때마다 가끔 그런 것이 궁금해진다. 김혜린님의 작품 중에서 애장판으로 가장 먼저 만들어지길 바랬던 <북해의 별>. 정말로 어렵게 여러 서점을 돌아다니며 구했던 이 책은 표지나 제본 상태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워낙 귀하기에 소중한 책이다. 사실 읽어본 것만으로도 영광인지도 모른다. 책이 절판 된 후로는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한 사람들도 많으니까.
이 책도 세주문화(팀매니아)에서 재발간된 책인데 재발간하면서 많이 고쳤다고 한다. 초판인 도서출판 프린스에서 나온 책을 한 번 볼 수 있었음 좋겠다. 그림이 어색하고 검열 때문에 잘려진 장면이 있더라도 서툴렀던 그녀의 데뷔 시절의 모습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처음 연재될 때 난 너무 어렸고, 만화도 잘 보지 않아서 초판을 볼 기회를 놓쳐버렸다. 본다고 해도 이해를 못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비천무>와 <불의 검> 이후로 보게 된 이 작품은 먼저 본 두 작품과는 다른 그림체와 수많은 등장인물, 엄청난 대사에 처음엔 상당히 머리가 아팠다. 하지만 차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그녀의 그림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었고, 유리핀이라는 이상적인 인물 중심에서 벗어나 여러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점점 흥미를 더해갔다. 그 중에서도 비요른이란 인물은 악인이면서도 동정심을 유발하는 캐릭터다. 왕이든 귀족이든 혁명이든 자신의 야망을 위해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이용하는 그는 악마의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머니와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었던 아버지에 대한 증오, 카니오와 한나에 대한 사랑, 유리핀에 대한 동경 등이 그를 애틋하게 바라보게 한다. 그는 유리핀과 같은 환경이 부러웠을테고, 모함으로 모든 것을 잃었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는 유리핀의 모습에 자신이 선택한 삶을 후회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다른 삶을 살기엔 너무 늦어버렸고, 결국 사랑하는 한나와 카니오와 함께 죽음을 택한다.
이 작품의 여주인공인 에델도 마음에 드는 인물이다. 그저 예쁘고 착한 마음을 가진 공주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줄 알고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하면서도 자신의 사랑을 지키고자 했던 여인이고, 유리핀을 다시 만난 후엔 이미 결혼했다는 사실에 괴로워 하면서도 그 사랑에 등돌릴 수 없었던 여인이며, 남편이 죽은 후에는 공주로서의 생활을 포기하고 궁에서 나와 자신의 사랑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던 여인이다. 그리고 운명적인 유리핀과의 재회, 그와의 소박한 삶을 꿈꾸며 그가 뛰어든 혁명을 이해하려고 하고,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서 살아간다. 비록 유리핀을 구하려다 불구가 되지만, 그녀는 그가 쉴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다. 다리를 잃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남은 생을 함께 할 수 있기에 그녀는 행복할거다.
그 외에도 데니와 리젠느, 마르키와 안리타의 안타까운 사랑, 잉카릿타와 안제로 형제의 이야기, 하리와 지크, 베론 등 유리핀의 주변에서 늘 그를 지켜주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 너무나 많은 인물들 덕분에 <북해의 별> 얘기를 하면 정말 끝도 없을 지경이다. 명장면도 얼마나 많은지 다 꼽아보기도 힘들 정도다. 이런 작품이 데뷔작이라는 것이 놀랍다. 그녀는 도대체 어떠 사람인지, 어디서 이런 이야기들이 샘솟는지 정말 궁금하다. 그나저나 <북해의 별> 애장판은 언제나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