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너클 - 무크지
한국여성만화인협회 엮음 / 시공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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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만협의 무크지인 시너클. 제목과 표지부터 심상치 않았던 이 잡지는 우리 나라의 유명한 순정만화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읽을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게다가 모두 단편이라 소품을 보는 듯한 편안한 느낌도 받는다. 워낙 귀한 책이라 이제는 쉽게 구할 수도 없기에 더욱 소중하다.

김혜린님의 'XX'는 여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결혼을 했으나 임신을 못해 걱정인 주부와 처녀인데 임신해 버린 여자의 만남. 세상이란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여자로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가를 새삼 떠오르게 한다. 아이를 낳는 건 여자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닌데도 그것에 관련된 일은 모두 여성의 책임이 되어버리는 세상.

강경옥의 '너의 눈을...'은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여자의 심리가 잘 드러나있는 잔잔한 작품이다. 김대원은 옛시대를 배경으로 사랑 때문에 가슴 앓는 사람들의 얘기를 자주 그리는데, '相思'도 그렇다. 나예리의 '빙점'도 독특한 작품이다. 박희정의 표지그림과 정상희의 칼라 일러스트도 예쁘다. 기사도 여만협 관련기사나 순정만화에 관한 이야기라 지저분한 느낌이 없다. 계속 이런 무크지가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한 권으로 끝나서 정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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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장
황동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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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읽으며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몸뚱아리를 태워버릴 것인가, 아니면 작은 무덤이라도 만들어 살아 있는 사람들의 땅이라도 앗아 볼까. 그것도 아니면 시에서처럼 바람 속에서 노닐게 해볼까. 유언으로 남긴다고 해도 그렇게 해줄지는 알 수 없지만... 시인은 과연 어떻게 할까.

낯익은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눈 반쯤 감고 보면 모두 낯익다는 시인의 말에 나도 눈을 반쯤 감아본다. 지겨운 전화벨 소리도, 덜컹거리며 닫히는 대문 소리도, 나를 부르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죽은 후에는 그리워질까. 그리워서 눈물이 날까. 나이가 들면 세상천지가 다 아름다움으로 빛난다고 한다. 나도 그런 나이가 되었나 보다. 아무렇게나 길가에 피어 있는 들꽃에도 걸음이 멈춰지고, 문득 올려다 본 밤하늘의 달빛에도 눈부시다.

얼마 전엔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그리고 또 몇 년 전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죽음을 만나게 될까. 그리고 그 죽음을 언제쯤이면 실감할 수 있을까.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남아 있는 삶을 생각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의미로 이 <풍장>을 읽는 것은 내 남아 있는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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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특별판)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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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를 알게 된 건 '벽'이란 작품이 드라마로 만들어졌을 때였다. TV에서 이 드라마를 보고 매우 인상깊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그만 잊어버렸다. 그러다가 신경숙의 소설에 나오는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라는 제목에 반해서 그의 작품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다행히 출간되어 있어서 바로 구입을 했다. 그리고 '벽'을 읽는 순간 드라마가 떠올랐고, 그 작품의 작가라는 것을 알고는 무척 반가웠다. 또한 제목부터 시선을 끄는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도 참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그의 문장에서 느껴지는 신비로운 느낌이 몇 번이나 다시 읽게 만든다.

사실 작가에 대한 소개를 읽고 조금 놀라긴 했다. <자기 앞의 생>을 쓴 '에밀 아자르'가 그였다는 것도 놀라웠는데,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자신이 직접 영화로 만들기도 했다니... 생각보다 꽤나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 영화에 '내 멋대로 해라'의 여배우 진 세버그가 출연했다니!! 꽤나 궁금해져버렸다. 아무튼 생각보다 유명한 작가였나 보다. 그런 그가 왜 필명을 사용하기도 했는지, 그리고 어쩌다가 자살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그는 불행했던 걸까? 아니면 사는 데 지쳐버린 건지... 쓸데없는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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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의 나레이션 1 - 시공 애장 컬렉션
강경옥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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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의 나레이션>은 무척 재미있다. 이 작품을 보고 나서 만화를 좋아하게 되었을 정도다. 물론 강경옥 선생님의 팬이 되기도 했고... 그 전에는 좋은 만화를 별로 못 봐서인지 만화는 그저 있으면 보고 없으면 마는 것이었지만, 이 작품 이후 나는 만화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이 작품이 애장판으로 나오게 되어서 반갑다. 지난번에 재발간 되었을 때는 머뭇거리다가 구입을 못했는데 다시 기회가 생겨서 기쁘다.

강경옥 선생님의 작품을 보기 전까지는 만화만 보면 머리 속이 시끄러워졌다. 싸우는 장면이나 소리 지르는 장면이 많아서였을지도... 그러나 그녀의 작품은 조용하다. 그녀의 작품을 읽다 보면 주인공의 내면은 물론 나의 마음 속까지도 들여다 보게 된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도 생각난다. 너무나도 평범한 소녀인 세영의 일상이 그 때의 나와 내 친구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또한 코믹한 대사들에 배가 아프도록 웃기도 했다. 아무튼 추억 속의 만화가 될 뻔했던 <17세의 나레이션>을 예쁜 애장판으로 간직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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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의 별 11 - 완결
김혜린 지음 / 팀매니아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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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엇이었을까. 그녀가 처음 데뷔작으로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된 동기가, 이렇게 이야기가 진행되어 버린 이유가, 과연 어디에 있었을까. 처음부터 이렇게 되어버릴지 그녀는 알고 있었을까? <북해의 별>을 볼 때마다 가끔 그런 것이 궁금해진다. 김혜린님의 작품 중에서 애장판으로 가장 먼저 만들어지길 바랬던 <북해의 별>. 정말로 어렵게 여러 서점을 돌아다니며 구했던 이 책은 표지나 제본 상태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워낙 귀하기에 소중한 책이다. 사실 읽어본 것만으로도 영광인지도 모른다. 책이 절판 된 후로는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한 사람들도 많으니까.

이 책도 세주문화(팀매니아)에서 재발간된 책인데 재발간하면서 많이 고쳤다고 한다. 초판인 도서출판 프린스에서 나온 책을 한 번 볼 수 있었음 좋겠다. 그림이 어색하고 검열 때문에 잘려진 장면이 있더라도 서툴렀던 그녀의 데뷔 시절의 모습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처음 연재될 때 난 너무 어렸고, 만화도 잘 보지 않아서 초판을 볼 기회를 놓쳐버렸다. 본다고 해도 이해를 못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비천무>와 <불의 검> 이후로 보게 된 이 작품은 먼저 본 두 작품과는 다른 그림체와 수많은 등장인물, 엄청난 대사에 처음엔 상당히 머리가 아팠다. 하지만 차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그녀의 그림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었고, 유리핀이라는 이상적인 인물 중심에서 벗어나 여러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점점 흥미를 더해갔다. 그 중에서도 비요른이란 인물은 악인이면서도 동정심을 유발하는 캐릭터다. 왕이든 귀족이든 혁명이든 자신의 야망을 위해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이용하는 그는 악마의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머니와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었던 아버지에 대한 증오, 카니오와 한나에 대한 사랑, 유리핀에 대한 동경 등이 그를 애틋하게 바라보게 한다. 그는 유리핀과 같은 환경이 부러웠을테고, 모함으로 모든 것을 잃었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는 유리핀의 모습에 자신이 선택한 삶을 후회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다른 삶을 살기엔 너무 늦어버렸고, 결국 사랑하는 한나와 카니오와 함께 죽음을 택한다.

이 작품의 여주인공인 에델도 마음에 드는 인물이다. 그저 예쁘고 착한 마음을 가진 공주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줄 알고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하면서도 자신의 사랑을 지키고자 했던 여인이고, 유리핀을 다시 만난 후엔 이미 결혼했다는 사실에 괴로워 하면서도 그 사랑에 등돌릴 수 없었던 여인이며, 남편이 죽은 후에는 공주로서의 생활을 포기하고 궁에서 나와 자신의 사랑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던 여인이다. 그리고 운명적인 유리핀과의 재회, 그와의 소박한 삶을 꿈꾸며 그가 뛰어든 혁명을 이해하려고 하고,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서 살아간다. 비록 유리핀을 구하려다 불구가 되지만, 그녀는 그가 쉴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다. 다리를 잃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남은 생을 함께 할 수 있기에 그녀는 행복할거다.

그 외에도 데니와 리젠느, 마르키와 안리타의 안타까운 사랑, 잉카릿타와 안제로 형제의 이야기, 하리와 지크, 베론 등 유리핀의 주변에서 늘 그를 지켜주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 너무나 많은 인물들 덕분에 <북해의 별> 얘기를 하면 정말 끝도 없을 지경이다. 명장면도 얼마나 많은지 다 꼽아보기도 힘들 정도다. 이런 작품이 데뷔작이라는 것이 놀랍다. 그녀는 도대체 어떠 사람인지, 어디서 이런 이야기들이 샘솟는지 정말 궁금하다. 그나저나 <북해의 별> 애장판은 언제나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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