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읽으며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몸뚱아리를 태워버릴 것인가, 아니면 작은 무덤이라도 만들어 살아 있는 사람들의 땅이라도 앗아 볼까. 그것도 아니면 시에서처럼 바람 속에서 노닐게 해볼까. 유언으로 남긴다고 해도 그렇게 해줄지는 알 수 없지만... 시인은 과연 어떻게 할까.낯익은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눈 반쯤 감고 보면 모두 낯익다는 시인의 말에 나도 눈을 반쯤 감아본다. 지겨운 전화벨 소리도, 덜컹거리며 닫히는 대문 소리도, 나를 부르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죽은 후에는 그리워질까. 그리워서 눈물이 날까. 나이가 들면 세상천지가 다 아름다움으로 빛난다고 한다. 나도 그런 나이가 되었나 보다. 아무렇게나 길가에 피어 있는 들꽃에도 걸음이 멈춰지고, 문득 올려다 본 밤하늘의 달빛에도 눈부시다.얼마 전엔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그리고 또 몇 년 전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죽음을 만나게 될까. 그리고 그 죽음을 언제쯤이면 실감할 수 있을까.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남아 있는 삶을 생각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의미로 이 <풍장>을 읽는 것은 내 남아 있는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