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 2
권교정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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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저 우주함선 승무원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만화인가 생각했었다. 특히 아름답고 젊은 여성이 함장이라는 설정이 그런 생각을 갖게 한 것 같다. 하지만, 나머 준이 계속 해서 다시 태어나는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에 이 작품이 다른 SF와는 달리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맨 처음 이름이 디오티마였기 때문에 계속해서 디오티마라고 불리는 걸까. 그녀는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였던 아리스타르코스의 연인이었던가 보다. 달에 대한 그의 관심 탓이었는지 현세에 다시 태어난 디오티마는 달의 뒷면에 가보고 싶다고 하고, 그의 소원대로 달에 도착한다. 하지만 탐사선의 고장으로 그는 또 죽음을 맞고, 이번엔 나머 준으로 다시 태어났다. 함께 달을 탐사했던 쌍둥이 형제가 죽은 디오티마를 위해 그의 이름을 딴 함선을 제작했고, 나머 준은 그 함선의 함장이 된다.

전생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다시 태어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의 부모에 대한 기억도 가지고 있다면 참 재밌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인생에 대해 무덤덤해지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그녀의 말대로 몇 번이고 맞이한 죽음이라도 죽음의 순간은 여전히 혹독한 것일지도... 그리고 언젠가는 그렇게 다시 태어나는 것도 끝맺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을까.

아무튼 이 작품도 작가의 건강상태를 이유로 연재가 중단된 후 잡지 폐간으로 아예 사라져버린 비운의 작품이다. 근 몇년간 이런 비운의 작품들이 왜 그렇게 많아졌는지...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빨리 이 작품이 재연재될 수 있게 좋은 잡지가 나오면 좋겠지만, 작가가 미처 마치지 못한 작품이 이것만은 아니니 언제쯤에나 다시 볼 수 있을지. 좋은 작품을 만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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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지음 / 은행나무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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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선수는 참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머리도 좋고, 운동신경도 좋고, 게다가 기본기를 충실히 가르쳐주신 좋은 은사도 만났고, 고등학교 때 우승으로 대학도 무난히 진학할 수 있었고, 대표팀에도 어린 나이에 선발될 수 있었으니... 게다가 선배들의 부상으로 주전으로 뛸 기회도 잡았고, 미드필더에서 리베로로 포지션을 변경한 후엔 완전히 그의 자리를 굳힐 수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가 말한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했기 때문에 그리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홍명보 선수가 굉장히 무뚝뚝한 사람인 걸 알았다. 특히 축구 이외에 다른 건 생각하지 않는 그의 모습이 재밌으면서도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오랜 세월 꾸준히 할 수 있는 것도 큰 복인 것 같다. 그가 미국에서 돌아온 후에도 한국 축구를 위해서 많은 일을 해주길 바란다. 감독이 된 그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홍감독. 어감도 멋지다. 무엇이 되든 그는 잘 해낼 것 같다. 축구 문화라는 것도 별로 없고 시스템도 일본이나 유럽을 따라가려면 아직 먼 현실이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조금씩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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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크노아 2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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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크노아>가 연재 중단된 지 꽤 오래 되었군요. 그러나, 블라디미르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기타를 들고 조용하게 읊조리다 강렬하게 토해내는 그의 몸짓, 흐느끼는 기타, 약간 쉰 듯한 그의 목소리, 그의 웃음 소리가 지금도 귀에 들리는 것 같습니다. 현실의 아픔을 노래한다고 해서 살해당해야 했던 블라디미르. 미래는 현실보다 더욱 암울해 보입니다. 그러나, 그런 암울한 시대에서도 리안 박사와 케이, 크리슈나, 그리고 지나는 따뜻한 가족애를 느끼게 해줍니다. 함께 식사 준비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일 선물을 주기도 하는 모습이 마음을 훈훈하게 하죠.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나게 된 아이들인 케이와 크리슈나, 그리고 케이의 쌍동이지만 잃어버렸던 제이. 세 사람은 아마 다시 만나게 되겠죠. 그 때엔 제이도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을, 누군가의 명령이 아닌 자기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음 좋겠네요. 그러기 위해서 하루 빨리 이 작품의 뒷 얘기가 그려져야 할텐데, 과연 그게 언제나 가능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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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Cafe 알파 9
아시나노 히토시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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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를 보다가 베낭을 매고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새로운 곳에 가면 나도 이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다시 집에 돌아오면 모든 것이 다 따뜻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고 따뜻한 차를 마시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면 아주 깊은 잠에 들어버리겠지.

매일매일 항상 같은 일이 반복된다. 알파에게도 특별한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가끔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커피를 끓이고, 주인이 보내 준 사진기로 평범한 하루하루를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꽤나 심심한 책이다. 한적하고 나른한 오후가 생각나서 몸과 마음이 다 축 늘어져 버리는 기분이 된다. 커다란 감과 밤 등 작은 소품들이 이 만화를 보는 소소한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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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기 2
유시진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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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진의 작품은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기 때문에 흥미있다. 이전에 작품에서 판타지와 현실 세계 간의 공존을 보여주기도 했었는데, 이 작품은 아주 옛날 신들이 살았던 때로 돌아가 신화에서 나올 듯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고대 페르시아의 종교인 조로아스터교의 신인 아후라 마즈다나 힌두교에서 보았던 비슈누라던가 인드라, 데바 등이 등장해서 두 종교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되기도 했다. 또, 해모수나 환웅 등이 등장해서 우리 나라 역사에 대해서도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다.

태어나기도 전의 일들에 대해서 또렷이 기억하는 주인공 타마라가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이다. 물론 주인공이기도 하고. 아름다운 외모와 천신족으로서의 능력을 모두 갖춘 그녀는 하늘의 딸이 태어나면 뇌신의 때가 다 하리라는 예언에 집착한다. 그녀는 자신이 그 예언의 딸이길 바라기도 한다. 그러나 해맑은 미소를 가진 해모수는 그런 그녀에게 인간이 사는 세상을 보여 준다. 앞으로 두 사람이 사랑하게 된다면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하다. 무서운 얼굴로 항상 차갑게 대꾸하는 타마라와 상냥한 표정으로 언제나 수다스러운 해모수.

타마라의 동생인 니마의 미래도 궁금하다. 환웅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으니 인간 세상으로 가는 것은 당연한 것일테고. 아마도 이전 작품인 <마니>에서 이미 밝힌 대로 타마라는 바다로 가서 용족의 신이 되고, 환웅은 육지에서 인간들의 신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해모수는? 점점 고대사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만 간다. 물론 만화에서는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주겠지만, 실제 전해져 오는 신화나 설화를 생각해 보는 것도 꽤나 즐거운 일이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진행되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유시진은 새 작품을 시작했고, 간간히 단편을 그리기도 한다. 이런 흥미로운 작품이 진행되지 않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다시 한번 작가가 이 작품을 시도해 주면 좋겠다. 지금 하고 있는 작품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 속이 가득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작가가 작품에 매진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잡지 하나가 사라지면 작품도 공중에 떠버리는 슬픈 현실을 빨리 바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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