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2
유시진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유시진의 작품은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기 때문에 흥미있다. 이전에 작품에서 판타지와 현실 세계 간의 공존을 보여주기도 했었는데, 이 작품은 아주 옛날 신들이 살았던 때로 돌아가 신화에서 나올 듯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고대 페르시아의 종교인 조로아스터교의 신인 아후라 마즈다나 힌두교에서 보았던 비슈누라던가 인드라, 데바 등이 등장해서 두 종교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되기도 했다. 또, 해모수나 환웅 등이 등장해서 우리 나라 역사에 대해서도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다.

태어나기도 전의 일들에 대해서 또렷이 기억하는 주인공 타마라가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이다. 물론 주인공이기도 하고. 아름다운 외모와 천신족으로서의 능력을 모두 갖춘 그녀는 하늘의 딸이 태어나면 뇌신의 때가 다 하리라는 예언에 집착한다. 그녀는 자신이 그 예언의 딸이길 바라기도 한다. 그러나 해맑은 미소를 가진 해모수는 그런 그녀에게 인간이 사는 세상을 보여 준다. 앞으로 두 사람이 사랑하게 된다면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하다. 무서운 얼굴로 항상 차갑게 대꾸하는 타마라와 상냥한 표정으로 언제나 수다스러운 해모수.

타마라의 동생인 니마의 미래도 궁금하다. 환웅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으니 인간 세상으로 가는 것은 당연한 것일테고. 아마도 이전 작품인 <마니>에서 이미 밝힌 대로 타마라는 바다로 가서 용족의 신이 되고, 환웅은 육지에서 인간들의 신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해모수는? 점점 고대사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만 간다. 물론 만화에서는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주겠지만, 실제 전해져 오는 신화나 설화를 생각해 보는 것도 꽤나 즐거운 일이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진행되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유시진은 새 작품을 시작했고, 간간히 단편을 그리기도 한다. 이런 흥미로운 작품이 진행되지 않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다시 한번 작가가 이 작품을 시도해 주면 좋겠다. 지금 하고 있는 작품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 속이 가득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작가가 작품에 매진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잡지 하나가 사라지면 작품도 공중에 떠버리는 슬픈 현실을 빨리 바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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