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 2
권교정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10월
평점 :
품절


처음엔 그저 우주함선 승무원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만화인가 생각했었다. 특히 아름답고 젊은 여성이 함장이라는 설정이 그런 생각을 갖게 한 것 같다. 하지만, 나머 준이 계속 해서 다시 태어나는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에 이 작품이 다른 SF와는 달리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맨 처음 이름이 디오티마였기 때문에 계속해서 디오티마라고 불리는 걸까. 그녀는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였던 아리스타르코스의 연인이었던가 보다. 달에 대한 그의 관심 탓이었는지 현세에 다시 태어난 디오티마는 달의 뒷면에 가보고 싶다고 하고, 그의 소원대로 달에 도착한다. 하지만 탐사선의 고장으로 그는 또 죽음을 맞고, 이번엔 나머 준으로 다시 태어났다. 함께 달을 탐사했던 쌍둥이 형제가 죽은 디오티마를 위해 그의 이름을 딴 함선을 제작했고, 나머 준은 그 함선의 함장이 된다.

전생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다시 태어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의 부모에 대한 기억도 가지고 있다면 참 재밌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인생에 대해 무덤덤해지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그녀의 말대로 몇 번이고 맞이한 죽음이라도 죽음의 순간은 여전히 혹독한 것일지도... 그리고 언젠가는 그렇게 다시 태어나는 것도 끝맺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을까.

아무튼 이 작품도 작가의 건강상태를 이유로 연재가 중단된 후 잡지 폐간으로 아예 사라져버린 비운의 작품이다. 근 몇년간 이런 비운의 작품들이 왜 그렇게 많아졌는지...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빨리 이 작품이 재연재될 수 있게 좋은 잡지가 나오면 좋겠지만, 작가가 미처 마치지 못한 작품이 이것만은 아니니 언제쯤에나 다시 볼 수 있을지. 좋은 작품을 만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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