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 7
나예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예전 작품들에 비해 조금 가볍고 코믹한 부분도 꽤 있는 이 작품은 밝고 명랑한 여고생이 주인공이다. 보통의 십대들보다는 조금 더 속이 깊고 집안일도 척척 잘 해내는 미루는 사람을 다루는 재주도 남달라 보인다. 말썽쟁이 오빠도 잘 길들이고, 힘들어하시는 아버지의 마음도 헤아리고, 잘난척만 하는 철없는 친구에게 따끔한 충고도 할 줄 안다.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는데도 별로 충격받지도 않고, 게다가 문제 많은 남자친구까지 과거를 청산하고 열심히 살게 만든다.
미루같은 아이가 주변에 있다면 참 좋을텐데, 사실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나 역시 이런 성격은 꿈도 못 꿀테고... 아무튼 처음엔 활력 넘치던 이 만화는 십대들의 우울한 모습과 방황을 보여주며 조금 어두워지기도 한다. 아무래도 그 때는 고민이 많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몸과 마음이 건강한 미루가 주인공인 탓에 가라앉은 분위기는 금방 또 살아난다.
내가 십대 때는 남자친구를 사귀는 일이 일상적이지 않아서 이성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일은 별로 없었는데, 요즘 고등학생들에겐 꽤나 큰 고민이 되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복잡한데 그 나이에 남자친구가 감당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때때로 힘이 들고 어려울 때 의지할 누군가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다. 언제라도 전화해도 좋을 상대를 가진다는 건 마음 든든한 일이니까.
십대에는 확실히 뭔가에 열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도 한 때는 무언가에 불타올랐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미래에 나에 대해서 상상하며 꿈을 키우기도 했겠지. 지금의 모습은 그 때의 내 상상과는 꽤 많이 다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지금의 생활이 그 때보다 나쁘지는 않기에 이대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