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한양출판 / 199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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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제목과 노란 표지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당시 하루키라는 이름을 얼핏 들어보기만 한 상태였는데, 이 책을 읽고 그의 다른 작품도 다 찾아 볼 정도로 마음에 들었던 소설이다. 하지만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다. 그 때는 그의 문체도 꽤나 독특했고, 성에 대해서도 과감한 표현이 놀라웠지만, 지금은 그의 독특한 문체라는 게 일본어를 우리 말로 옮기면서 오는 느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성에 대해서도 나이가 드니까 특별한 감흥이 없다. 아무래도 하루키는 20대의 감성에 잘 어울리는 작가라는 생각이다. 그렇긴 해도 20대 때 하루키의 소설은 내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의 소설이 꽤 여러 편 책장에 꽂혀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노르웨이의 숲> 또한 젊은 남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무래도 그 나이 때는 남자들의 생각이 무척 궁금할 수밖에 없으니까. 지금 다시 보면 그 것 또한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이가 들면 시시해지는 것이 많아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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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수 2 - 애장판
이와아키 히토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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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나 드라마가 슬슬 인기를 끌 계절입니다. 기생수는 단순히 공포라고 하기엔 인간과 자연에 대한 심오한 주제가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작품이긴 하지만, 긴 여름밤을 심심치 않게 보내기엔 너무나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섭거나 피가 난무하는 만화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작품만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더군요. 사실 무섭다기보다는 조금 흉측한 정도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건 역시 인간이라는 생각도 좀 들었고, 환경에 적응하기보다는 환경을 파괴하면서라도 종족을 유지하는 인간에 대해 다시 한 번 회의를 가지게 만든 작품입니다. 애장판도 나오고 있으니 꼭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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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다 4 - 완결
강경옥 지음 / 시공사(만화)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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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사랑하는 데도 함께 할 수 없는 사람들 투성이인 것 같아요. 신분 때문에 자신의 사랑을 이루지 못했던 남자는 그 집안을 저주하기 위해 승천하기 하루 전인 이무기를 잡게 하고, 이무기는 그의 바램대로 그 집안에 저주를 내려주죠. 하지만 그 남자는 기뻤을까요? 잠시 기뻤을지는 몰라도 아마 후회했을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용서했어야 하는 건데... 하고 말이죠.

살면서 누군가를 질투한다거나, 미워하기도 하고, 때때로 살의를 느끼게 하는 어떤 사건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의미로 <두 사람이다>는 공포라는 게 영화속에서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언제라도 우리 앞에 뚝, 하고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생각나게 해서 더욱 무서워지네요. 지나의 말대로 모든 불행이 나를 비켜갈 수는 없으니까요. 게다가 나를 죽이는 사람이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이라면 그 공포가 더욱 클 것 같아요.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에 그치기보다는 살인을 한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일생을 죄책감으로 살아가게 되었는지, 또 그 살인을 부추긴 사람들도 결코 행복해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세심함도 참 좋았습니다. 정말로 저주받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 아니라 그 기억을 평생 가지고 살아야 하는 그의 가족들일지도 모르죠. 이렇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도 보는 동안은 좀 오싹했습니다. 한밤중엔 약간 무섭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공포물은 보기 싫은데, 여름에는 이런 한기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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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우 - 권교정 단편시리즈 2
권교정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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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아이 때는 어른이 되고 싶고 어른이 되면 다시 아이로 돌아가고 싶은 게 사람들의 마음일 거다. '피터팬' 또한 어른이 만든 이야기이기에 영원히 아이인 채로 살아갈 수 있는 네버랜드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어린 아이로 살아가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하루종일 신나게 놀 수 있다고 해도, 나이가 들면서 알 수 있는 것들이나 느낄 수 있는 감동을 모두 다 놓치게 되는 것이니까.

단편집 <붕우>에 실려있는 '피터팬'의 후크 선장을 보면서 왜 그가 아이들을 네버랜드에서 쫓아내려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권교정 작가의 능력은 탁월하다. 악당이었던 후크 선장을 단번에 인자한 아저씨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아이들을 위해서 영양식을 준비하는 모습도 너무나 귀여웠고, 먹기 전에 손을 닦지 않으면 죽음이라는 대사를 보고는 내가 늘 조카에게 하는 말이라서 한참을 웃었다. 해적들도 꽤 재밌는데, 특히 스미가 참 사랑스럽다.

이제 중년이 된 피터가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인 이 '피터팬'은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마지막의 웬디의 등장도 분위기 있고... 평범하지만 괜찮은 엔딩이다. 또 작품이 끝난 후 '후크를 말한다'라는 부분도 작가가 후크 선장에게 가진 관심이 무엇때문인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앞 작품 '붕우'도 볼만하지만 '피터팬' 쪽이 더 끌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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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 7
나예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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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작품들에 비해 조금 가볍고 코믹한 부분도 꽤 있는 이 작품은 밝고 명랑한 여고생이 주인공이다. 보통의 십대들보다는 조금 더 속이 깊고 집안일도 척척 잘 해내는 미루는 사람을 다루는 재주도 남달라 보인다. 말썽쟁이 오빠도 잘 길들이고, 힘들어하시는 아버지의 마음도 헤아리고, 잘난척만 하는 철없는 친구에게 따끔한 충고도 할 줄 안다.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는데도 별로 충격받지도 않고, 게다가 문제 많은 남자친구까지 과거를 청산하고 열심히 살게 만든다.

미루같은 아이가 주변에 있다면 참 좋을텐데, 사실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나 역시 이런 성격은 꿈도 못 꿀테고... 아무튼 처음엔 활력 넘치던 이 만화는 십대들의 우울한 모습과 방황을 보여주며 조금 어두워지기도 한다. 아무래도 그 때는 고민이 많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몸과 마음이 건강한 미루가 주인공인 탓에 가라앉은 분위기는 금방 또 살아난다.

내가 십대 때는 남자친구를 사귀는 일이 일상적이지 않아서 이성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일은 별로 없었는데, 요즘 고등학생들에겐 꽤나 큰 고민이 되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복잡한데 그 나이에 남자친구가 감당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때때로 힘이 들고 어려울 때 의지할 누군가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다. 언제라도 전화해도 좋을 상대를 가진다는 건 마음 든든한 일이니까.

십대에는 확실히 뭔가에 열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도 한 때는 무언가에 불타올랐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미래에 나에 대해서 상상하며 꿈을 키우기도 했겠지. 지금의 모습은 그 때의 내 상상과는 꽤 많이 다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지금의 생활이 그 때보다 나쁘지는 않기에 이대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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