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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식 세탁소 - 정미경 소설집
정미경 지음 / 창비 / 2013년 5월
평점 :
나는 K의 관계의 가난에 마음이 쓰였다 (p.104)
(->나는 K의 가난한 관계에 마음이 쓰였다)
예시한 문장처럼 매끄럽지 않은 문장이 제법 있는데 단순히 작가의 개성적인 문체라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퇴고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작가의 이력을 생각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부분. 참고로 내 책장엔 이번 소설을 제외한 작가의 전작이 가지런히 꽂혀 있다.
모든 작가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으나 국내작가의 소설을 읽다 보면 동굴에 틀어박혀 마늘과 쑥으로 100일을 버틴 이들의 특정 유전자를 물려받았나 의심이 들 때가 있다. 도통 자기 내면 외에는 관심이 없어 보일 뿐더러 외부 세계와 소통할 생각도 없어보인다. 내 얘길 좀 들어봐, 내 얘길 좀 들어줘....... 끊임없이 이어지는 도무지 소화할 수 없는, 소통불가한 타인의 혼잣말에 귀기울이는 것은 숫제 징벌 받는 기분까지 들게 한다. 맞고 사는 아내의 반복되는 넋두리도 한두 번이지. 자신의 얘기를 하는 건 괜찮다. 하지만 그런 넋두리라도 일기가 아닌 이상 뭔가 확장되는 세계의 찌끄러기라도 있어야 하지 않나.
이번 단편집에 수록된 일곱 개 목차의 공통점이라면 '미숙한 인간이 미숙한 행동을 벌이는 이야기'라는 것인데 똑똑한 인물도, 똑똑치 못한 인물도 다들 하나 같이 삶의 바다를 건너는 것에 미숙하다. 하물며 그 바다에 부는 풍랑이 그닥 대단치 않아도 그에 반응하는 태도는 가히 허리케인급 태풍을 만난 듯 과장되고 호들갑스럽다. 더욱 불편한 점은 그럴 주제도 못 되면서 그들 스스로 뒤집어 쓴 위악의 껍질이다. 위악도 영리한 인간이 부려야지, 미숙한 인간의 위악은 그 자체로 범죄다. 이건 도무지 갱생의 여지가 없기 때문.
그럼에도 이 단편집엔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보석이 하나 숨어 있는데, 바로 마지막 목차「프랑스식 세탁소」에 액자식으로 등장하는 요리사 르와조의 이야기다. 길지 않은 분량이고 그나마 액자식이라 띄엄띄엄 흩어져 있지만 이 부분만 똑 떼어내 간직하고 싶을 만큼 문장도 내용도 구성도 참 좋다. 배경과 인물이 서양으로 옮겨가면 이야기가 품고 있는 보편성도 달라지는 걸까, 궁금해지는 대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