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운명 (반양장)
문재인 지음 / 가교(가교출판)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1장「만남」-  '그 날' 아침 일찍 걸려온 전화로부터 시작하는 이 장은 비극적인 그 날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노통과 처음 만났던 30년 전(1982')으로 간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인연이 그토록 오래되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내가 '문재인'이라는 인물을 처음 본 건 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MBC에서 방영한 '대한민국 대통령'에서였다. 내가 그토록 정치에 관심이 없었거나, 그의 행보가 그토록 화려함과는 멀었거나, 였을 것이다.

2장「인생」- '인생'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장은 한국전쟁 통에 함경 흥남에서 피난온 부모님의 내력에서부터 시작해 저자의 가난했던 유년시절을 거쳐 사법고시에 합격하는 청년시절까지 진행된다.
2장은 저자를 이해하는 몇 가지 단서들이 등장한다. 우선, 문학적인 한편 간결하고 명료하게 떨어지는 그의 문장이 장르를 가리지 않는 활자중독에 가까운 독서량과 수없이 많은 법조문을 써야했던 인권변호사 경력에서 나온 것임을 알게 된다. 또한 그가 공수부대 출신이라거나 사법고시 2차 시험 합격을 (반독재민주화시위 중 수감된)유치장에서 듣는 대목에선 노통이 정치 무대에서 이상주의자였다면 저자인 문재인은 보다 현실주의자인 배경의 차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3장「동행」- 17대 대통령에 취임한 노통을 보좌하며 민정수석으로 보냈던 청와대 시절이 펼쳐지는 3장은 4장과 다른 의미에서 읽는 동안 참 가슴 아픈 장이었다.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그리고 열심히 일했는가 보여주는 대목들은 역설적으로 그들이 참 외로웠으리라 헤아리게 한다.

4장「운명」- 읽는 내내 여러 종류의 감정이 엇갈렸던 장이다. 독서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고개를 들던, 이 책은 진보 진영을 향한 목소리가 아닐까, 라던 짐작은 이 장을 읽으면서 확신이 되었다. 어떤 형태로든 현실정치에 발을 담갔던 경험으로 그는 진보 진영이 나아갈 방향에 진지한 고민을 던진다.
 

* 다음은 소박해서 오히려 짠했던 대목.

   
 

(…전략)지금은 개 세마리, 고양이 두 마리, 닭 여덟 마리로 식구가 늘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놈들 먹이주고, 똥 치우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개는 부산에서 살 때부터 키워왔고, 고양이는 딸이 키우다 취직을 해서 돌보기 어렵게 되자 우리에게 맡겼다.
닭은 걸핏하면 방안으로 들어오는 지네 퇴치용으로 키우고 있다. 유기농 달걀을 얻는 보람도 있고, 또 때로는 닭이 알을 품어 병아리가 부화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있다. 마당에 뱀이 들어올 때도 있어서 공업용 백반을 사서 마당 주변에 뿌리기도 한다. 채소도 가꾸고 있다. 그야말로 손바닥만 한 밭인데도 둘이서 다 못 먹을 정도로 거둔다. -p.387
 

봉하에 자리를 잡은 대통령도 농군으로 잘 지내고 계셨다. -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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