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부를 못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
야마다 에이미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일본 연애소설의 지존, 일본 3대 여류작가 중 한 사람 등의 호칭이 붙는 야마다 에이미의 소설은『나는 공부를 못해』가 처음인데, 소설을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이랬다.

누군가가 내게 인물 좋고, 매너도 좋으며, 참 괜찮은 가치관을 가진 남자를 소개시켜주겠다고 한다.
나는 긍정적인 호감과 기대를 가지고 약속 장소로 나갔다.
그러나 그곳에서 내가 만난 남자는 허영심에 가득찬 '3척' 동자였다.
그리하여 머리에 든 거 없는 졸부남이 운동화 끈 매는 법을 배운 얘기를 한 세 시간쯤 들은 기분-

(두 번의 예외가 있지만)나는 일단 손에 든 소설은 어찌됐든 마지막 장까지 읽는다. 행인지 불행인지 처음 몇 페이지를 읽어 보고 아니다 싶으면 도중에 미련없이 멈추고 집어던지는 다치바나式 내공을 아직 못 쌓았기 때문.
요즘처럼 읽을 책은 넘쳐나고 시간은 없고 그야말로 1분 1초가 아쉬운 때, 누군가 내게 야마다 에이미는 여자 오쿠다 히데오라고 한 마디 귀띔만 해줬어도 덜 억울했을 텐데...
とにかく, 야마다 에이미 씨, 우리 앞으로 다신 만나지 맙시다.

마침 이후 읽은 김연수의 소설에서 먼저 읽은 야마다 에이미의 소설에 대한 감상을 대신할 적당한 구절이 있어서 옮긴다.

이 소설은 우선 근본적으로 그릇된 세계를 반영하고 있네. 이미 거울 자체가 뒤틀려 있어. 자네는 그것도 거울이라고 하겠지만, 자네의 소설은 거울도 아니며 저질 정물화일 뿐이야. 게다가 게으른 통속화가가 제멋대로 판단하고 그린 것이지. 이 소설에 반영된 현실이라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해 만화의 현실일 뿐이야. 자네가 실제 생활에서 차용한다는 대화는 저질 코미디의 대사일 뿐이며, 빠른 전개는 소설가로서의 권리 포기야. 채 묘사되지 않은 세계속에서 지향점이 없는 코미디 대사가 미친 잠자리처럼 마구 날아다니고 있는 모습이지. 최민식과 송찬명의 모습에서는 마치 천국의 인물인 양 고뇌하는 주인공으로서는 부족하며, 다른 인물들의 설정은 다분히 작위적이야. - p.45,『가면을 가리키며 걷기』, 김연수 / 세계사 

(* 본문의 최민식과 송찬명을『나는 공부를 못해』의 도키다 히데미로 바꾸어도 무방하겠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일본소설式 쿨(cool)에 대해 한마디만 더.

자유란,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 고독한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에쿠니 가오리의『울 준비는 되어 있다』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일본소설을 읽다보면 곧잘 마주치는 이런 문장들은 대개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아무 생각없이 쓰-윽 읽으면 언뜻 뭔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한번 더 읽으면, 응? 싶다.
거기서 다시 한번 더 읽으면 단어가 머리를 공격하기 시작하고 머릿속에서 문장이 꼬이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의미야 어떻든 그럴싸한 사진과 함께 블로그에 올려놓으면 꽤 그럴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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