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고 - 역사적 오류에 얽힌 이야기 혹은 우리 가슴속에 묻어둔 희망을 두드리는 이야기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삼우반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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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마 저자의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을 것이나 읽다 보면 껄껄껄 웃게 되는 장면이 두엇 있다.
지동설이 천동설을 완전히 밀어낸 그 시절, 유럽인의 관심은 온통 황금과 꿀이 넘치는 지상의 낙원인 인도에 '보다 빨리 가는 길'의 개척에 쏠려있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항로가 발견되던 시절에 가장 인정받던 항해사 콜럼버스도 큰 소리 탕탕 치고 뱃길에 오른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두 알려진 동쪽 항로로 향하던 때, 영리하게도 서쪽 항로를 선택한 콜럼버스는 오랜 항해 끝에 마침내 육지를 발견한다. 하지만 그곳은 황금도 꿀도 없는 황량한 대지일 뿐이다. 실망하여 돌아온 콜럼버스, 역시 기쁜 소식을 기다리다 실망하는 사람들.
나를 웃게 한 부분이 여기서 등장한다. 콜럼버스가 새로 발견한 대륙이 인도의 어느 한 자락이라고 생각하는 바람에 세계 지도의 크기가 확 줄어든 것이다. (아메리카)대륙 한 개가 통째로 사라졌으니 당연한 결과다. 생각보다 작은 지구의 크기에 실망했을 사람들의 표정이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책은, 신대륙의 최초 발견자는 콜럼버스인데 어쩌다가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이름이 대륙을 차지하게 되었는가 하는 해프닝의 전말을 들려준다. 내용 중 심히 공감이 갔던 부분은, '당시의 아메리카를 오늘의 아메리카와 같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부분.
사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땅에 누구의 이름을 붙이든 관심이 없던 시절이었고,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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