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판 츠바이크의 메리 스튜어트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이마고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사실 읽기 직전까지 엘리자베스1세의 이복자매인 '블러드 메리'의 얘기인 줄 알았다. 

메리 스튜어트는 동시대에 엘리자베스가 잉글랜드를 통치할 때 스코틀랜드를 통치했던 여왕으로 비록 그 기간은 4-5년에 불과하지만 통치자로서가 아닌 여자로서의 삶에 더 열정적이었던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즉위식에서 '영국과 결혼했다'고 선언한 엘리자베스의 삶과 매우 대조적인 삶을 살았는데, 여러 권의 저작을 통해 인문주의 지지자임을 드러낸 츠바이크는 당대의 라이벌이었던 엘리자베스와 메리 스튜어트라는 두 여왕 중 보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던 메리 스튜어트에게 더 우호적인 듯 하다.
반면 엘리자베스에겐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츠바이크의 이런 성향은『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에서 카스텔리오를 박해한 칼빈을 다루는 태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개인적으로 나는 메리보다 엘리자베스에게 끌린다. 한 사람의 여자로서 열정을 제대로 불태웠으니 본인은 만족스러웠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메리 스튜어트는 간통녀이고, 전남편 살해에 가담한 살인 공범이며, 사랑에 빠져 조국을 등한시한 직무유기의 죄를 지은 죄인임에 틀림없다. 반면 츠바이크가 비열하고 저급하다고 비난하는, 그 중에서도 특히 엘리자베스가 메리를 감금하기로 한 선택은, (그녀 입장에서)정치적으로 올바른 선택으로 보인다.

태어나면서부터 여왕이었던 메리는 죽는 순간까지도 여왕이었는데, 고귀한 혈통이라는 '자존감'은 메리의 가장 큰 장점인 동시에 또한 단점이다. 혹 엘리자베스에겐 없었던 메리의 이런 타고난 품성이 엘리자베스로 하여금 라이벌에게 관용을 베푸는 것을 인색하게 했던 것은 아닌지... 원하는 것을 스스로 얻어야 하는 사람과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모든 것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삶에 대처하는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좋은 실례(實例)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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