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 - An Inspector Morse Mystery 1
콜린 덱스터 지음, 이정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해문에서 모스 경감 시리즈가 나오는군요. 시리즈 첫 권으로 나온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을 읽었습니다. 모스 경감의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200페이지 정도로 양이 많지 않은데다가 워낙 유머러스하게 쓰여져 금방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의 뒷표지에는 "영국인들이 '셜록 홈즈'보다 더 좋아하는 '모스 경감'"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정말 그런지 모르겠네요.

모스 경감이 인기가 있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홈즈와 캐릭터도 매우 다릅니다. 모스 경감은 유머러스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지녔는데, 홈즈처럼 천재적이고 다소 퇴폐적(혹은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풍기지는 않는 거죠. 말하자면 모스 경감은 홈즈보다는 프렌치 경감에 가까운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프렌치 경감보다는 좀 더 자유분방하달까요. (프렌치 경감은 고지식하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말입니다. 아주 우직하고.)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에서 모스 경감이 입원한 병원에서 선정적인 대중소설 <블루 티켓>을 슬쩍슬쩍 보다가 세번이나 망신(?)당하는 장면에서는 낄낄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꿈까지 꿉니다! 이 정도면 모스 경감 캐릭터가 머릿속에 떠오르시는지?

책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액자식으로 구성되어 있지요.
큰 줄거리는 모스 경감이 위장병 때문에 병원에 실려가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모스 경감은 간호사들에게 별명을 붙입니다. 예쁘고 젊고 친절한 아가씨에게는 '피오나 공주'라는 별명을, 엄격한 수간호사에게는 네시(네시 호에 사는 괴물 네시)라는 별명을 붙입니다. 부하인 루이스 형사도 모스를 자주 찾아옵니다(야한 소설과 술도 반입해주지요). 어느날 옆 침대의 환자가 죽고 그 미먕인이 약간 괴이하게 모스에게 책 한권을 건넵니다. 그 책 제목이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입니다. 실제 있었던 사건에 대한 르포 형식으로 씌여진 책이지요. 이제 (영화식으로 말하면) 교차편집으로 책 속 살인사건과 모스 경감의 현재를 번갈아 보여줍니다.

1859년 초여름, 조안나 프랭크스라는 한 여자가 옥스퍼드 운하에서 죽은 채 발견됩니다. 강간과 강도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체는 대중의 공분을 자아냅니다. 그녀를 향해 음탕한 눈길을 던졌고(행동으로도 옮긴 것으로 추정되자) 결국 용의자로 체포됩니다. 4명의 선원이 체포되어 몇명은 교수형을 당하고 한 사람은 호주로 보내집니다. 모든 용의자는 죽는 순간까지 범행을 부인합니다. 모스 경감은 책을 읽으며 살인사건에 뭔가 의심쩍은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120년 전의 살인사건을 수사해 합니다. 처음에는 자료만으로, 그리고 퇴원한 뒤로는 발로 뛰지요.

아무래도 추리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모양이라, 금새 사건의 진상을 알아차리겠더라구요. 하지만 많은 훌륭한 추리 소설이 그렇듯이, 결말을 알아도 책은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일단 모스 경감이라는 인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해학성이 발군입니다. 그리고 역사 속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열쇠가 현재의 많은 농담과 놀이에 암시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예상대로의 결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어어!"하면서 앞 장을 뒤적이게 만드는 구석도 있어요. 아무래도 즐겁게 읽을 수 밖에 없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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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thele 2004-12-28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영국에선 셜록 홈즈 만큼의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몇 가지 속사정이 있습니다만... TV시리즈로도 만들어져 1천만이 시청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었죠.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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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옛말에 이르기를 '군자는 물을 거울로 삼지 않고 사람을 거울로 삼는다'고 했다. 물을 거울로 삼으면 얼굴을 볼 수 있을 뿐이지만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길흉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공격 전쟁이 이롭다고 하는 사람들은 어찌하여 지백과 부차의 일을 거울로 삼지 않는가? (사람을 거울로 상으면) 전쟁이야말로 흉물임을 일찌감치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382쪽

맨 꼴찌는 마음 편한 자리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아마 가장 철학적인 자리인지도 모릅니다. 기를 쓰고 달려가야 할 곳이 없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이지요-103쪽

평탄하기만 하고 기울지 않는 평지는 없으며 지나가기만 하고 되돌아오지 않는 과거는 없다. 어렵지만 마음을 곧게 가지고 그 믿음을 근심하지 마라. 식복이 있으리라.-113쪽

君子不器 -p.150(논어 중 위정)
해설: 군자는 그릇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구절의 의미입니다...(중략) 전문화는 있었지만 그것은 언제나 아래층에서 하는 일이었습니다. 마차를 전문적으로 모는 사람, 수레바퀴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 배의 노를 전문적으로 젓는 사람 등 전문성은 대체로 노예 신분에게 요구되는 직업윤리였습니다. 귀족은 전문가가 아니었습니다. 육예를 두루 익혀야 하는 것입니다.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를 모두 익혀야 했지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귀족들은 시도 읊고 말도 타고 활도 쏘고 창칼도 다루었습니다. (중략) 오늘날 요구되고 있는 전문성은 오로지 노동생산성과 관련된 자본의 논리입니다.-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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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관 2 - 법의관 스카페타 시리즈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6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4년 11월
합본절판


"제가 여자라서 표적이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자네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일하는 여성일세."
포토시스가 말했다.
"자네에게도 날카로운 이빨이 있다는 걸 남자들이 깨달을 때까지는 계속 표적이 될거야. 자넨 이빨이 있잖나."
박사는 미소를 지었다.
"그걸 보여주게."-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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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관 1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5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4년 11월
구판절판


죽은 사람은 무방비 상태다. 다른 시신들과 마찬가지로, 이 여자에 대한 모욕 역시 이제 시작일 뿐이다. 살해당한 로리 피터슨의 온몸을 까발리고 구석구석 사진을 찍어서 각 분야의 전문가, 경찰, 변호사, 판사, 배심원들이 보게 된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육체적인 특징이 어떻군, 이런 건 별로군 하며 이러쿵 저러쿵 품평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범인이 아닌 피해자가 심판의 대상이 되고, 그 인물 됨됨이와 삶의 방식이 시시콜콜 드러나고, 판단의 기준이 되며, 때로는 유치한 농담과 냉소적인 귓속말로 모욕당할 것이다.-21쪽

나는 탱크처럼 단단한 차가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고, 시동을 걸기 전에 늘 안전벨트를 맨다. 우리 집은 곳곳에 화재경보기가 달려 있고 값비싼 도난 경보 시스템도 장착되어 있다. 비행기를 타는 것도 가능하면 피하고 되도록 기차로 여행한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 사신(死神)과도 같은 카페인과 담배, 콜레스테롤은 도대체 끊을 수가 없다.-66쪽

일이 잘 안 풀릴 때 나는 요리를 한다.
일진이 지독히 안 좋을 때 밖으로 나가서 테니스 공을 죽어라 때리는 사람도 있고, 헬스클럽에 가서 관절이 삐걱거릴 때까지 조깅을 하는 사람도 있다. 코럴 게이블스에 사는 내 친구 하나는 접는 의자를 가지고 해변으로 나가서 모든 스트레스를 햇볕에 태워 없애며, 사회 생활을 하면서 절대 그런 택을 읽고 있는 모습을 들키면 안될 선정적인 연애소설을 읽는다. 이 친구는 지방법원의 판사다.-181쪽

우리는 우리가 그 나이 또래였을 때 어른들이 하던 거짓말을 믿지 않았으면서도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루시한테 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어른 못지 않게 눈치가 빠른 아이한테 말이다.-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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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관 1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5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케이 스카페타라는 이름의 법의관이 등장하는 시리즈 물 중 첫번째 책이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이 발생하는데, 피해자들 간에는 외모상의 어떠한 공통점도 없다. 스카페타 박사는 이 사건을 수사하는데, 사건이 진행되어 감에 따라 기밀 유출과 멈추지 않는 살인 등으로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는 줄거리.

CSI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만한 책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씌어진 게 90년인데, 그 때만 해도 DNA로 범인을 색출하는 게 무척 드문 일이었던 모양이다. DNA를 구해도 그게 실제 증거로 인정받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걸 보면. (옛날 사람들, 진범 잡기가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살인의 추억>때도 느꼈던 거지만.) 앞으로 시리즈가 계속 나온다던데, 기대해 볼 만 한듯. 여자가 주인공이지만 감정적이지도 않고, 애비라는 여자 기자와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 그리고 처음엔 개와 고양이 같았던 마리노 형사와 일로 서로를 인정하게 되는 설정 같은 게 인상적이다. 패트리샤 콘웰은 깔끔하고 속도감있는 문체를 지녔는데, 덕분에 책장을 금방 넘기게 된다는 느낌. 스카페타 시리즈와 함께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도 다 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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