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소년 1 - 한정판
S.M. 지음, 김헌우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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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S.M.이 쓰고 김현우가 그린 <순결소년>은  학교 화장실 낙서처럼 쓰인 표지의 문구들 ‘이자식 콘돔 가지고 다닌다’, ‘우리 옆집누나 졸라 섹시’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어린 수컷들의 뜨거운 번민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변태라고 불리는 발기부전 소년 심해용과 변태를 부르는 초절정 육감 소녀 송아리가 중심 인물이며, 무관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혼을 발휘하고 싶어하는 전인교육의 포스 오충만 선생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해용이네 집은 러브호텔을 한다. 스스로를 양성구유라고 믿는 해용이는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데, 늘 치한들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아리는 그런 해용을 편하게 생각한다. 이들 주변에는 눈만 뜨면 흥분하고 숨만 쉬어도 흥분하는, 성에 굶주린 십대들이 호기심어린 눈을 두리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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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좀 걸리는 두 번째 비법
소복이 지음 / 새만화책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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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때 그 사람이랑 결혼했어야 했나?’ 소복이의 <시간이 좀 걸리는 두 번째 비법>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에 관한 이야기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삼십대에 독신으로 사는 여자의 일상 이야기다. 밤 늦게 술에 취한 친구가 찾아오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직 남자친구는 아닌 남자와 영화를 보려다가 바람을 맞기도 한다. 귀엽다고 생각한, 마음에 들었던 남자는 그녀를 ‘누나같다’고 말한다. 스무살 때부터 다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때도 있다. 선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괜히 떠오르는 옛생각으로 지하철에서 울기도 한다. <시간이 좀 걸리는 두 번째 비법>이라는 책 제목은 소복이가 옛 사랑을 잊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을 일컫는다. 극중에 인용된 마종기의 싯귀처럼 “한때는 아쉬웁게 나를 목마르게 하던 것이 이제는 부질없는 열병으로 진단되어 멀리 떠나 버리고” 난 뒤의 일상을 가만히 응시하는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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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절망선생 1
쿠메타 코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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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는 안되는 두 사람이 만나고 말았다. 무슨 일이건 매사를 부정적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남자와 무슨 일이건 매사를 긍정적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소녀가 만났다. 세상에 절망한 남자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나무 가지에 목을 매지만 소녀는 그를 끌어내리며 “키를 쭉 늘이려는 거였죠?”라고 묻는다. 그녀의 아버지가 정리해고를 당했을 때, 도산하고 빚더미에 올랐을 때 그처럼 “키를 늘이려”했다며.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는, 각자의 절망/낙관의 안드로메다에 사는 주인공들이 그렇게 만난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남자는 이토시키 노조무라는 이름의 학교 선생이고, 소녀는 그가 담임을 맡은 반의 학생, 후우라 카후카였다. <안녕, 절망선생>은 그런 엉뚱한 인물들이 제각기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담임 선생이 절망을 종교처럼 떠받들고 있으니, 진로 희망 조사는 진로 ‘절망’ 조사로 둔갑한다. 될 리 없는 것을 쓰는 식이다. 축구부 소속이지만 실력을 충분하지 않은 학생은 ‘세리에 A’와 ‘일본대표’ ‘J리그’를 쓴다. 그러고 보니 그야말로 자유롭고 원대한 꿈을 갖게 되는 셈이다. 기묘하게도 그의 절망은 현대사회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에 반항해 생겨난다. 그래서 그의 절망어린 한마디는 학생들을 절망에서 구하기도 한다. 분수에 맞는 소망을 갖도록 교육받는한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꿈을 꾸는 일은 불가능하다. 히키코모리 학생에게 자꾸 밖으로 나오라고, 사람들을 만나라고 강요하는 것 보다는 절망 선생의 “죽고 싶어지면 우선 선생님께 말하도록 해요”라는 말이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절망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후우라의 막무가내 낙관주의는 묘한 균형을 잡는다. 이를테면, 절망선생은 연하장을 보낼 때, 새로 산 휴대전화의 주소록을 정리할 때 무심코 이 사람 저 사람을 짤라버리고 삭제해버리는 일에 절망한다. 후우라는 그에게 방긋방긋 웃으며 말한다. “단순한 FA에요. 새로운 무대에서 활약하라고 뒤에서 밀어주는 거에요.”

<안녕! 절망선생>은 절망과 희망, 비관과 낙관 중 어느 쪽이 옳다거나 더 좋다고 말하지 않는다. 작가 구메타 고지는 이렇게 볼 수도 저렇게 볼 수도 있는 일들을 두 명의 극단적인 캐릭터와 그들을 둘러싼 더더욱 극단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보여줄 뿐이다. 하나하나의 사건은 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이라, 읽다 보면 이쪽의 말에도 저쪽의 말에도 고개를 끄덕이거나 킥킥대며 동의하게 된다. 절망선생은 부모 모르는 일이 너무 많아지는 세상에 절망하고, 늘 “고객을 위해”라는 이름으로 고객의 주머니를 여는 광고들의 생색내기에 절망한다. 그리고 절망한들 무엇이 나쁜가. 웃음을, 행복을, 낙관을, 더 부유하고 아름답고 완벽하기만한 세상을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절망을 낳는 건 아닌지. 절망이 절망을 낳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안녕! 절망선생>이 던지는 의미있는 물음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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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절망선생 10
쿠메타 코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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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는 안되는 두 사람이 만나고 말았다. 무슨 일이건 매사를 부정적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남자와 무슨 일이건 매사를 긍정적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소녀가 만났다. 세상에 절망한 남자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나무 가지에 목을 매지만 소녀는 그를 끌어내리며 “키를 쭉 늘이려는 거였죠?”라고 묻는다. 그녀의 아버지가 정리해고를 당했을 때, 도산하고 빚더미에 올랐을 때 그처럼 “키를 늘이려”했다며.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는, 각자의 절망/낙관의 안드로메다에 사는 주인공들이 그렇게 만난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남자는 이토시키 노조무라는 이름의 학교 선생이고, 소녀는 그가 담임을 맡은 반의 학생, 후우라 카후카였다. <안녕, 절망선생>은 그런 엉뚱한 인물들이 제각기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담임 선생이 절망을 종교처럼 떠받들고 있으니, 진로 희망 조사는 진로 ‘절망’ 조사로 둔갑한다. 될 리 없는 것을 쓰는 식이다. 축구부 소속이지만 실력을 충분하지 않은 학생은 ‘세리에 A’와 ‘일본대표’ ‘J리그’를 쓴다. 그러고 보니 그야말로 자유롭고 원대한 꿈을 갖게 되는 셈이다. 기묘하게도 그의 절망은 현대사회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에 반항해 생겨난다. 그래서 그의 절망어린 한마디는 학생들을 절망에서 구하기도 한다. 분수에 맞는 소망을 갖도록 교육받는한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꿈을 꾸는 일은 불가능하다. 히키코모리 학생에게 자꾸 밖으로 나오라고, 사람들을 만나라고 강요하는 것 보다는 절망 선생의 “죽고 싶어지면 우선 선생님께 말하도록 해요”라는 말이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절망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후우라의 막무가내 낙관주의는 묘한 균형을 잡는다. 이를테면, 절망선생은 연하장을 보낼 때, 새로 산 휴대전화의 주소록을 정리할 때 무심코 이 사람 저 사람을 짤라버리고 삭제해버리는 일에 절망한다. 후우라는 그에게 방긋방긋 웃으며 말한다. “단순한 FA에요. 새로운 무대에서 활약하라고 뒤에서 밀어주는 거에요.”

<안녕! 절망선생>은 절망과 희망, 비관과 낙관 중 어느 쪽이 옳다거나 더 좋다고 말하지 않는다. 작가 구메타 고지는 이렇게 볼 수도 저렇게 볼 수도 있는 일들을 두 명의 극단적인 캐릭터와 그들을 둘러싼 더더욱 극단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보여줄 뿐이다. 하나하나의 사건은 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이라, 읽다 보면 이쪽의 말에도 저쪽의 말에도 고개를 끄덕이거나 킥킥대며 동의하게 된다. 절망선생은 부모 모르는 일이 너무 많아지는 세상에 절망하고, 늘 “고객을 위해”라는 이름으로 고객의 주머니를 여는 광고들의 생색내기에 절망한다. 그리고 절망한들 무엇이 나쁜가. 웃음을, 행복을, 낙관을, 더 부유하고 아름답고 완벽하기만한 세상을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절망을 낳는 건 아닌지. 절망이 절망을 낳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안녕! 절망선생>이 던지는 의미있는 물음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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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핑 뉴스
애니 프루 지음, 민승남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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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하고 남을 배려한다고 난파 가능성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시핑 뉴스>의 주인공 쿼일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쿼일은 뚱뚱한 얼뜨기였다. 그가 사랑한 여자는 아무하고나 잠을 자더니 사고로 갑자기 죽어버렸다. 그는 자동판매기용 사탕 배달원, 편의점 철야 판매원, 삼류 신문기자로 살았다. 그는 괴로울 때면 멍하니 자신의 상황을 신문 헤드라인처럼 구성하곤 했다. 그 헤드라인에는 비극뿐이다. “집 나간 엄마, 자식 유괴해”, “남자, 상심하여 죽다” 같은.

이 뚱뚱하고 굼뜬, 요령부득의 중년 남자 이야기가 왜 매력적인지 설명하기는 힘들다. 쿼일의 삶은 난파, 난파, 난파를 거듭한다. 아내가 죽고 나서 새출발을 하기 위해 그가 고모와 딸 둘을 데리고 잘 알지도 못하는 뉴펀들랜드로 향했을 때, 그 곳에는 시시껄렁한 일자리와 불모의 땅이 있었다. 울적한 일의 연속인데 책장은 야금야금 잘도 넘어간다. 쿼일의 삶이 멋지지는 않지만 생판 남의 것처럼 멀고 설지도 않기 때문이다. 더럽게 되는 일이 없고, 사들이는 물건은 늘 엉망이고, 희망을 가지려고 발버둥치면 어느새 전보다 나쁜 상황에 몸을 묻고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쿼일의 삶은 따뜻해진다. 상황은 그대로인데도. 쿼일은 그렇게, 내가 냉소하던 무언가를 믿게 만든다. 사랑이나 희망처럼, 온전히 제힘으로 빛나는 아름다움을.

리안의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원작소설을 쓰기도 한 애니 프루는 대자연의 일부로서의 삶에 순응하는 사람들을 촘촘하게 엮어낸다. 아름다울수록 위험한 해안의 우빙(雨氷)과 옛 서부영화에 나오는 총잡이처럼 서서히 바다속에 수장된 이빨 빠진 죽은 개가 있는 그곳은 쿼일이 스스로의 상처를 딛고 일어설 버팀목이 되어준다. 삭막하게 얼어붙은 땅에서 난파 뒤에 살아남는 법을 깨치는 이 불가능의 가능은 애니 프루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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