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아저씨 발명왕 되다 세상을 바꾼 작은 씨앗 1
박남정 지음, 김주경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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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다. 수많은 직업이 사라졌고, 수많은 직업이 새로 생겼다. 또 수많은 직업이 새로 생길 것이다. 그 수많은 직업 중에서 가장 생명력이 긴 직업이 농사가 아닐까? 농사는 인류 역사의 초창기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지금 그 농사가 사양길에 들어섰다. 조선 시대 때만해도 농업은 ‘사농공상’의 신분서열에 두 번째로 올라가 있고, ‘농자는 천하지대본야’라 할 만큼 농업을 천하의 근본이라고 생각했지만 언제부터인가 농촌에 남아 있는 사람이란 노인들 뿐이요, 도시에서 사업에 실패했거나 이도 저도 안 되어서 마지막 보루로 농촌을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진심으로 뜻을 품고 귀농을 하는 사람들에겐 양해를 구합니다^^) 초등학교 아이들 중에서도 자신의 꿈이 농부라고 하는 아이는 거의 없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는 되고 싶어도 힘들게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부는 그들의 순위에 결코 올라가 있지 않다. 아니 농사가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 책은 신선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난 세상 사람을 두 가지 부류로 나눈다고 한다면, 자신의 일을 즐거워하는 사람과 마지못해 하는 사람으로 나누고 싶다. 그리고 진정 행복한 사람이란 자기의 직업에 소명을 갖고 즐거워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책의 주인공 이해극씨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세상에 농부라서 행복하다니... 그랬다. 이해극씨는 집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농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이것저것 안 되니까 할 수없이 농사를 지은 것이 아니라, 정말 제대로 된 농사를 짓고 싶었다. 농사에 대한 그의 사랑과 열정, 그리고 끊임없는 연구는 결국 어느 해 고추왕으로 등극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의 성공은 절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 실패에 좌절하지 않았으며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내어, 결국 실패를 디딤돌 삼아 성공한 것이다. 그 성공이란 끊임없는 투지와 노력의 산물이었다.

그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발명은 누가 하는가?’란 질문을 한다면 대부분 ‘발명가가 하지!’ 라는 뻔한 대답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발명가로 출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유난히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이 결국 커서 발명가가 될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 그 뿌리는 절대적인 필요성이다. 한 해에만 해도 특허청에는 수백 종의 발명품을 특허를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데, 그 수많은 발명품들 중에는 생활 속에서 불편함을 견디기 힘들어 만들어 보았다는 주부의 이야기도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곤 한다. 농사꾼 이해극씨는 단순히 농부로만 남지 않았다. 그는 농사를 지으면서 필요한 것들. 힘든 것들 등 스스로 필요에 의해서 발명을 하게 되었다. 그가 만든 발명품들, 비닐하우스 자동개폐기나 다목적온도변화경보기 등은 농사일을 훨씬 수월하게 했으며 특히 농촌에서 주로 일을 하는 여자나 노인(할머니)들을 위해서 만든 것이다. 그의 발명품에는 농촌과 농사와 농부를 사랑하는 열정이 숨어 있다. 나 하나만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농촌공동체를 위한 사랑의 결실이다.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과 열정은 농사로 통일을 꿈꾸는 일로 확장된다. 그래서 해마다 북한에 가서 친히 농사를 가르치고 온다. 북한 동포들이 하루빨리 굶주림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동포애를 볼 수 있다.

한미 FTA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가 위태하다고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타격이 심한 곳은 바로 농촌이고 농부일 것이다. (FTA를 결사 반대하는 이유를 굳이 여기서 언급할 필요는 없겠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에...) 우리는 한미 FTA와 싸울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그 하나의 예로 유기농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만일(절대 그래선 안 되겠지만) FTA가 체결되어서 미국 농산물이 마구 수입된다면 농촌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의 건강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농약 범벅과 유전자 조작이 되었을 미국 농산물을 우리의 식탁에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해극씨는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옛날 우리 조상들은 1등 농부는 땅을 키우고, 2등 농부는 곡식을 키우고, 3등 농부는 풀을 키운다고 했소. 진짜 농부라면 땅을 살려야 하지 않겠소? 내가 지금까지 농사를 지어 오면서 쌓아 온 농사 기술을 이 농장을 살리는 데 바칠 작정이오."(p83)라며 강원도 평창군 청옥산에 버려진 땅 육백 마지기 땅을 다시 살렸다. 1등 농부가 되고자 하는 그의 신념은 결국 농사로도 성공하고 땅도 살리게 되었다.

이 책은 <청어람 미디어>에서, 세상을 바꾼 작은 씨앗 시리즈 첫 번째 책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위인들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이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킨,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의 미덕이라면 흔히 위인전에서 볼 수 있는 과장된 이야기나 허풍이 제거되었다는 점이다. 대신 유쾌하면서도 성실한 한 농사꾼의 삶이 재미있게 전개된다. 진솔한 이해극씨의 삶은 아이들의 가슴도 잔잔히 적시리라 생각한다.

난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 모두가 농사꾼이 되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우리 농업에 대해 관심을 갖기를 원한다. 쌀은 쌀나무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한번쯤 매일 우리가 먹는 세끼 밥과 반찬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 우리 식탁에 올려지는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농사꾼이면서 발명왕이 된 이해극씨처럼 미래의 자기 직업에 대해 열정과 사랑을 갖고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꿈이 좀더 다양해지고, 확대되었으면 참 좋겠다. 농부라서 행복한 이해극씨처럼, 00라서 행복한 아이들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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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12-20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번엔 제대로 축하할 수 있겠네요.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

카라 2006-12-21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 님/ 아무도 찾지 않는 깊은 골짜기에 있는 제 서재까지 오셔서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동 도서를 고를 때 아영엄마님 리뷰를 많이 참조한답니다.
살 때는 아영엄마 님께 탱스투도 열심히 누르고 샀지요^^*
 
할머니 집에서 보림어린이문고
이영득 지음, 김동수 그림 / 보림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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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린이들 중에서 시골의 정겨움을 느끼는 아이들은 얼마나 될까? 물론 친가나 외가가 시골에 있다면 방학을 이용하여 가끔 갔다 올 수 있겠지만, 생활이 아니라 잠시 다녀가는 일이라면 시골의 참 맛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컴퓨터게임이나 영상매체에 더 익숙한 아이들에게 시골은 심심하고 따분한 곳일 수밖에 없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 책은 시골에 대한 편견을 조금쯤 없애주지 않을까 싶다. 아니, 적어도 시골에 가서 감자도 캐보고, 잘 열리지 않는 호박에게 호령하며 꾸중도 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솔이가 시골 할머니댁에서 지낸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네 편의 이야기 모두 정겹고, 그림은 귀엽고 친근감이 든다. 어린이가 직접 그리고 쓴 듯한 그림과 제목의 글씨체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하리라 본다.

 

1.내 감자가 생겼어요.
솔이 감자는 자주빛 나는 감자이다. 난 한번도 자주 감자를 본 적이 없다. 물론 자주꽃 피운 것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동시 중에서 “자주꽃 핀 건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라는 시가 있듯이 자주 감자도 있나 보다. 이 이야기에서는 할머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솔이가 화가 나서 휙 버린 감자를 보고 할머니는 “솔아, 그라믄 못씬다! 그 감자, 할미 혼자 가꾼 거 아이다”라며 타이른다. 그 감자는 할머니의 정성과 가랑비와 이슬, 뙤약빛이 함께 가꾸었음을 말하고 있다. 어린 솔이는 할머니의 말씀을 통해서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스스로 깨닫게 되지 않을까? 주렁주렁 달려 있는 자주 감자 그림은 보기만 해도 탐스럽다.

 

2. 또글또글 망개 목걸이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지만 난 망개 열매를 보지 못했다. 아니 보긴 했겠지만 그것이 망개인지 구분하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솔이가 시골에 가는 일이 싫은 것 중에 하나가 심심하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좋지만 시골에 가면 친구도 없고, 엄마 아빠는 밭으로 할머니 일을 도우러 가기 때문에 혼자이다. 할머니 옆집에 사는 상구가 있긴 하지만 상구는 솔이가 가면 숨기 바쁘다. 그런 상구가 이번엔 망개로 목걸이를 만들어 주고, 팔찌도 만들어 준다. 촌뜨기라고 놀렸던 상구에게 솔이는 만들기 박사라고 생각한다. 어린아이들의 순수한 서정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3. 말 잘 듣는 호박
이 이야기에서는 할머니의 재치가 돋보인다. 그 재치에는 모든 생물은 종족 보존의 본능이 있다는 것과, 식물조차도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고 생각하는 할머니의 지혜가 깔려 있다. 정말 할머니의 말처럼 호박도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까? 솔이는 할머니 따라 호박에게도 호령하고 옥수수나 콩, 참깨에게도 잘 여물라고 부탁한다. 보름 후 정말 호박은 할머니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호박 덩굴엔 아기 호박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동생을 갖고 싶은 솔이, 엄마 배를 때리는 시늉을 했다. “호박 같은 엄마, 호박 같은 동생이라도 하나 낳아주지”라면서... 곡식이나 채소를 사랑하고 아끼는 할머니의 마음을 잘 느끼게 해 준다.

 

4. 꼬꼬꼬, 닭이 아파요
상구네 닭이 이질에 걸려 설사를 한다. 엄마 아빠는 서울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상구에게 닭은 엄마나 아빠를 대신할 친구이다. 몇 달 전에 엄마 아빠가 사 주신 병아리를 상구는 잘 키웠는데 설사병이 걸려 걱정이 태산이다. 솔이와 상구는 열심히 메뚜기도 잡고 지렁이도 잡아서 넣어 주지만 낫지 않는다. 솔이 할머니가 이질풀을 먹으면 낫는다고 하여 이질풀을 썰어서 모이에 넣어주었다. 그러자 닭은 물똥도 덜 싼다. 시골에선 따로 동물들의 약이 필요 없다. 모든 것을 자연에서 얻고 자연에서 해결한다. 부모를 생각하는 속이 깊은 아이 상구의 모습이 가슴을 찡하게 하면서도 솔이와 상구가 닭을 낫게 하려고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참 예쁘다.

 

네 편의 이야기는 모두 시골의 서정을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잘 그려주고 있다. 보고 또 보아도 배시시 웃음을 머금게 하는 이야기,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조카에게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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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를 사랑한 인어 공주 작은도서관 7
임정진 지음, 유기훈 그림 / 푸른책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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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를 처음 읽었을 때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아마 내가 책을 읽으며 최초로 눈물을 흘렸던 책이 바로 이 동화가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왕자를 위해 목소리까지 잃어야 했던 인어공주. 결국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 버린 인어공주는 오래도록 내 어린 시절의 예민한 감수성을 건드려 놓았다.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등 대부분의 동화책들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책을 읽고 나면 흐뭇함과 함께 포만감까지 느끼게 해 주었지만 인어공주는 슬픔으로 마무리되어서 그런지 더 오래도록 가슴을 아리게 했다.

 

그런데 이 책은 인어공주가 사랑한 것은 왕자가 아닌 상어이다. 외적인 요소들로 인해 사랑을 느낀 것이 아니라 자주 만나고 힘들 때 도와주면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정이 들면서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 우아한 공주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우편배달부역할까지 맡게 된다. 사랑의 정의를 새롭게 내리게 해 준다.

 

그밖에 벌거벗은 임금님을 패러디한 「벌거벗은 사기꾼」이나, 별주부전을 패러디한 「토끼 간을 찾으러 간 용왕님」, 단군신화, 흥부 놀부 등 우리 아이들이 기존에 잘 알고 있는 동화들을 유쾌하게 뒤집고 있다. 물론 어떤 동화는 지나치게 교훈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적어도 외모만으로 공주나 왕자를 만난다는 것은 지양하고 있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단지 착하다는 이유로, 혹은 예쁘다는 이유로 복을 받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잘못을 깨우치게 해 주는 벌거벗은 사기꾼이나, 일을 해야만 하는 흥부, 편안히 용왕의 자리에만 있어 토끼의 간을 얻는 것이 아니라 직접 운동을 통해 병을 고치게 된다는 이야기는 아이들의 사고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 본다. 아이들에게 유쾌한 책읽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기 전에 적어도 원작을 읽어야만 이 책의 맛을 느끼게 되니, 아직 원작을 읽지 않았다면 원작부터 읽기 바란다.

 

원작: 인어공주, 벌거벗은 임금님, 아기돼지 삼형제, 별주부전, 흥부놀부, 단군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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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균형 우리문고 10
우오즈미 나오코 지음, 이경옥 옮김 / 우리교육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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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기우뚱거리며 균형을 잃을 때가 있다. 그러나 삶에 균형을 잡고 사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나의 삶 역시 늘 삐걱거리며 균형을 잃은 채 좌충우돌하며 살아가고 있는 걸. 어려서는 어른이 되면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어른이 되어서 힘든 시기를 겪게 되면, 이 시기를 지나면 다시 나의 삶은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만 지나면 괜찮을 거라고 늘 생각하며 견뎌내지만 삶이란 한 고개 넘기면 또 다른 장애가, 더 큰 장애가 기다리고 있는 걸 이젠 알게 되었다.

 

중학생이 되어 다짐하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대체로 좋은 친구를 사귀기, 공부를 열심히 하기 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 속의 주인공은 보통 아이들과는 다른 결심을 하게 된다. ‘쿨하게 살기. 친구를 사귀지 않기'이다. 주인공이 이런 결심을 하게 된 데는 초등학교 5,6학년 때 일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의 기분을 잘 맞추고, 주위사람들을 웃기기 위해서 신경을 쓰던' 주인공은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왕따(괴롭힘)을 당한 후부터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쿨하게 살기로 했다. 즉 이제부터는 당하는 쪽이 아니라 친구를 만들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쿨하게 살기로 마음먹었지만 그의 상처는 내면에 앙금처럼 남아 있어서 불쑥불쑥 꿈으로 나타나고 식은땀을 흘리며 벗어나려고 한다. 그래서 15살 소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자기를 괴롭혔던 친구에게 전화를 건 후 아무말없이 있다가 끊는 일이다.

 

그러다가 주인공은 30살의 사라를 만난다. 주인공은 사라가 초록 아줌마라고 생각했고, 위급한 상황일 때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초록 아줌마란 아이들 사이에서 소원을 말하면 들어준다는 풍문 속의 여자이다. 비록 초록 아줌마는 아니었지만 친구가 없는 주인공에게 사라는 마음을 나누게 되고 친구처럼 지낸다. 그러나 사라에게도 주인공 소녀 못지 않게 상처를 안고 있다. 디자이너가 꿈이었지만 디자이너로서 인정받지 못한 사라는 회사를 향해 복수를 하고 있었다. 결국 둘은 자기의 상처를 인정하고 그 상처를 직시할 수 있게 된다. 이제 주인공은 진짜 초록 아줌마를 만난다 할지라도 도움을 청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스스로 설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초등학교 때 자신을 괴롭혔던 친구에게 찾아가 당당히(?) 복수를 한 것이다)

 

아이이건 어른이건 이 사회에서 균형을 잡고 살기란 쉽지 않다. 누구나 가슴속에 크든 작든 응어리진 상처를 갖고 있으며 그 상처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삶을 기우뚱하게 만든다. 집단 따돌림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좀 무거운 주제임에도 간결한 문체와 현실감 있는 묘사로 가독성을 갖게 해 준다. 일본 소설이지만 굳이 일본뿐만이 아니라 우리 청소년들의 이야기와 흡사해서 공감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쿨하게 산다는 것은, 그리고 쿨하게 살려고 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내면을 숨기고 싶은, 가면과 갖지 않을까? 그만큼 상처를 갖고 있다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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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사계절 그림책
신혜은 지음, 최석운 그림 / 사계절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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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은 유난히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 사무실이나 커피숍에 있다면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이 마시고 싶고, 집에 있다면 부침개나 떡볶이, 라면 같은 것이 먹고 싶다. 그런데 비오는 날, 초등학생이 학교에서 선생님이 끓여 주시는 라면을 먹는 맛은 어떨까? 그것도 다른 아이들은 엄마들이 우산을 가져와서 엄마와 함께 다정히 교문밖을 나서는 것을 바라만 보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은 아침햇살처럼 따스하게 번져왔다.

 

나도 어렸을 때 아무리 비가와도 엄마는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으셨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면 우산을 가져가기에 걱정할 일이 아니지만 오후부터 비가 내리면 난 창밖만 바라보며 조바심을 냈다. 수업이 끝날 때쯤에 복도에서 웅성웅성거리는 소리는 오히려 내 맘을 심란하게 했다. 엄마는 분명히 오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에... 엄마는 자주 앓았다. 집안 일 하는 것도 무척 버거워 하셨다. 그래서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걸어서 한 시간 가량 걸리는 학교까지 우산을 들고 오는 일은 없었다. 가끔 옆집 아줌마를 통해서 우산을 받아들게 될 때도 있었지만 난 대부분 친구의 우산을 함께 쓰거나 아니면 그냥 비를 맞은 채로 집에 가야했다. 어린 시절이었지만 비를 맞고 가는 작은 여자아이의 모습은 참 쓸쓸해 보였을 것이다.

 

이 작품 속에도 예전의 나와 같은 아이들이 있다. 오후부터 비가 내리자 아이들은 웅성웅성거렸고, 예정된 순서처럼 교실밖 복도에서는 우산을 들고 엄마들이 수업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소은이는 엄마가 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하러 가셨기 때문에 중간에 우산을 들고 학교에 올 일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두리번두리번거리며 엄마를 찾았지만 역시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마치 다른 친구들은 새끼 병아리들처럼 엄마닭을 졸졸졸 따라갔고, 엄마가 오지 않은 아이들은 현관 입구에서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을 본 선생님은 네 명의 아이들에게 라면을 끓여 주신다. 얼마나 맛있었을까? 그리고서 하시는 선생님의 이야기.

“얘들아, 너희들 그거 아니?
비구름 뒤엔 항상 파란 하늘이 있다는 거.“

“저기 저 검은 먹구름 위에는 늘 파란 하늘이 있단다.
여기서는 안 보이지만...
비가 내릴 때 그걸 떠올리기란 쉽지 않지
선생님도 가끔 잊어버리곤 해“

 

이 말을 아이들이 다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 엄마가 오지 않는 비오는 날, 선생님이 끓여 준 라면 맛과 함께 먹구름을 바라보며 말씀하셨던 선생님의 이야기는 잊지 않을 것이다. 이런 선생님이 그립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먹구름 뒤에는 변함없이 푸른 하늘이 있다는 것을 생각할 것이고, 절망적인 상황이 닥칠지라도 먹구름 뒤에 푸른 하늘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 다시 힘을 내지 않을까?

 

초등학교 1,2학년 정도 되는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으로 내용도 좋지만 일단 그림이 정겹다. 우리의 그림책이 그리 많지 않은 시점에서 우리의 정서에 어울리는 그림이라 좋다. 표지 그림에서처럼 아이들 넷이 먹구름을 바라보고 있다. 그 뒤에서 선생님은 위의 얘기를 하셨겠지.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비 오는 날 오히려 엄마가 오시지 않고 선생님이 끓여 주시는 라면 맛을 더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내 어린 시절 이런 선생님을 만났다면 그리 쓸쓸한 기억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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