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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균형 ㅣ 우리문고 10
우오즈미 나오코 지음, 이경옥 옮김 / 우리교육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삶이 기우뚱거리며 균형을 잃을 때가 있다. 그러나 삶에 균형을 잡고 사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나의 삶 역시 늘 삐걱거리며 균형을 잃은 채 좌충우돌하며 살아가고 있는 걸. 어려서는 어른이 되면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어른이 되어서 힘든 시기를 겪게 되면, 이 시기를 지나면 다시 나의 삶은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만 지나면 괜찮을 거라고 늘 생각하며 견뎌내지만 삶이란 한 고개 넘기면 또 다른 장애가, 더 큰 장애가 기다리고 있는 걸 이젠 알게 되었다.
중학생이 되어 다짐하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대체로 좋은 친구를 사귀기, 공부를 열심히 하기 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 속의 주인공은 보통 아이들과는 다른 결심을 하게 된다. ‘쿨하게 살기. 친구를 사귀지 않기'이다. 주인공이 이런 결심을 하게 된 데는 초등학교 5,6학년 때 일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의 기분을 잘 맞추고, 주위사람들을 웃기기 위해서 신경을 쓰던' 주인공은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왕따(괴롭힘)을 당한 후부터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쿨하게 살기로 했다. 즉 이제부터는 당하는 쪽이 아니라 친구를 만들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쿨하게 살기로 마음먹었지만 그의 상처는 내면에 앙금처럼 남아 있어서 불쑥불쑥 꿈으로 나타나고 식은땀을 흘리며 벗어나려고 한다. 그래서 15살 소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자기를 괴롭혔던 친구에게 전화를 건 후 아무말없이 있다가 끊는 일이다.
그러다가 주인공은 30살의 사라를 만난다. 주인공은 사라가 초록 아줌마라고 생각했고, 위급한 상황일 때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초록 아줌마란 아이들 사이에서 소원을 말하면 들어준다는 풍문 속의 여자이다. 비록 초록 아줌마는 아니었지만 친구가 없는 주인공에게 사라는 마음을 나누게 되고 친구처럼 지낸다. 그러나 사라에게도 주인공 소녀 못지 않게 상처를 안고 있다. 디자이너가 꿈이었지만 디자이너로서 인정받지 못한 사라는 회사를 향해 복수를 하고 있었다. 결국 둘은 자기의 상처를 인정하고 그 상처를 직시할 수 있게 된다. 이제 주인공은 진짜 초록 아줌마를 만난다 할지라도 도움을 청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스스로 설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초등학교 때 자신을 괴롭혔던 친구에게 찾아가 당당히(?) 복수를 한 것이다)
아이이건 어른이건 이 사회에서 균형을 잡고 살기란 쉽지 않다. 누구나 가슴속에 크든 작든 응어리진 상처를 갖고 있으며 그 상처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삶을 기우뚱하게 만든다. 집단 따돌림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좀 무거운 주제임에도 간결한 문체와 현실감 있는 묘사로 가독성을 갖게 해 준다. 일본 소설이지만 굳이 일본뿐만이 아니라 우리 청소년들의 이야기와 흡사해서 공감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쿨하게 산다는 것은, 그리고 쿨하게 살려고 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내면을 숨기고 싶은, 가면과 갖지 않을까? 그만큼 상처를 갖고 있다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