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 - 생명의 온기 가득한 우리 숲 풀과 나무 이야기
이유미 지음 / 지오북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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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사님.
광릉 숲에서 보내신 수십 편의 편지를 읽으면서 제 가슴은 마냥 뛰었습니다. 편지를 어루만지고, 잠도 잊은 채 읽고 또 읽곤 했답니다. 어떤 연서보다도 오랫동안 제 가슴을 설레게 해 주었으니까요.

 

언제부터인가, 이름도 모르는 작은 풀과 나무를 보면 미치도록 그들이 알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식물에 관한 책들을 뒤적이며 읽어보지만 여전히 전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광릉에서 보내 주신 이 편지를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참 많았어요. 비록 뒤늦게 쓴 답장이 되었지만 그래도 감사의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박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흔히 정치권을 식물 국회라고 표현하는 것을 들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정말 식물들을 모욕하는 말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움직일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지만 그들이 종족과 생명을 지켜나가기 위해 얼마나 피땀어린 경쟁을 하는지 이 책을 통해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초식동물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서 그 연하디 연한 잎사귀와 줄기에 가시를 키우는 두릅나무... 생존을 위해 그토록 투쟁하고 있는데 감히 식물국회라고 비하하다니요.

 

또한 근친을 막기 위한 식물들의 노력에는 경의를 표했습니다. 근친 결혼을 하면, 즉 유전자가 같은 것들이 만나면 열성이 나오고, 다양성이 떨어져서 결국 그 종이 도태되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근친을 막는다고 하죠. 그래서 소나무는 암꽃이 위에 있고, 수꽃이 아래에 있어서 스스로 자가수분을 막고 있다고요. 이제 소나무가 꽃을 피우면 가까이 다가가서 보아야겠어요. 그래서 소나무에게 말 한마디라도 붙여 보고 싶어요. 오래 오래 건강한 모습으로 이 땅을 푸르게 푸르게 지켜달라고요.

 

그리고 나이테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되었답니다. 인간도 힘들고 아픈 시기를 견딘 자만이 견고해지듯이, 나무도 모진 추위와 눈보라를 견디고 나서야 또 하나의 진한 나이테를 가질 수 있다고 하셨죠. 그래서 겨울을 겪지 않은 나무는 나이테가 없다고... 결국 나이테는 고난을 겪은 나무만이 가질 수 있는 삶의 아름다운 훈장이 되겠군요. 인간도 모진 고난을 겪고 이긴 자만이 좀더 깊고 넓은 자신의 세계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저에게 이 책은 언제든 다시 읽고픈 아름다운 연서랍니다. 이제 곧 봄이 되면 많은 꽃과 나무들이 우리 강산을 아름답게 수놓겠지요? 그 때는 봄의 편지를 읽고 나서 산으로 들로 가봐야겠어요. 그들에게 아는 체도 하며 속삭여 보아야겠어요. 그럼, 그들도 반가이 맞아주겠지요? 다음 편지를 기다리며 이만 줄여야겠어요. 늘 강건하시기를...

 

식물을 사랑하는 어떤 독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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