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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를 사랑한 인어 공주 ㅣ 작은도서관 7
임정진 지음, 유기훈 그림 / 푸른책들 / 2004년 4월
평점 :
인어공주를 처음 읽었을 때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아마 내가 책을 읽으며 최초로 눈물을 흘렸던 책이 바로 이 동화가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왕자를 위해 목소리까지 잃어야 했던 인어공주. 결국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 버린 인어공주는 오래도록 내 어린 시절의 예민한 감수성을 건드려 놓았다.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등 대부분의 동화책들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책을 읽고 나면 흐뭇함과 함께 포만감까지 느끼게 해 주었지만 인어공주는 슬픔으로 마무리되어서 그런지 더 오래도록 가슴을 아리게 했다.
그런데 이 책은 인어공주가 사랑한 것은 왕자가 아닌 상어이다. 외적인 요소들로 인해 사랑을 느낀 것이 아니라 자주 만나고 힘들 때 도와주면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정이 들면서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 우아한 공주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우편배달부역할까지 맡게 된다. 사랑의 정의를 새롭게 내리게 해 준다.
그밖에 벌거벗은 임금님을 패러디한 「벌거벗은 사기꾼」이나, 별주부전을 패러디한 「토끼 간을 찾으러 간 용왕님」, 단군신화, 흥부 놀부 등 우리 아이들이 기존에 잘 알고 있는 동화들을 유쾌하게 뒤집고 있다. 물론 어떤 동화는 지나치게 교훈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적어도 외모만으로 공주나 왕자를 만난다는 것은 지양하고 있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단지 착하다는 이유로, 혹은 예쁘다는 이유로 복을 받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잘못을 깨우치게 해 주는 벌거벗은 사기꾼이나, 일을 해야만 하는 흥부, 편안히 용왕의 자리에만 있어 토끼의 간을 얻는 것이 아니라 직접 운동을 통해 병을 고치게 된다는 이야기는 아이들의 사고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 본다. 아이들에게 유쾌한 책읽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기 전에 적어도 원작을 읽어야만 이 책의 맛을 느끼게 되니, 아직 원작을 읽지 않았다면 원작부터 읽기 바란다.
원작: 인어공주, 벌거벗은 임금님, 아기돼지 삼형제, 별주부전, 흥부놀부, 단군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