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안리 등대 피습 사건의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이야기는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에 두었다. 여러 사건과 이야기의 인과관계의 흐름이 자연스러워 막힘없이 읽혔다.
겪어본 적 없는 시대의 이야기인데 읽는 내내 <사무침>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녔다. 이동화의 아내와 아이를 잃었을 때나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시집가는 노을이 이야기 이외는 크게 서글픈 장면은 없었다.
물론 진하나 동화, 서훈장이 억울하게 끌려가서 심하게 맞은 일도 있고 누명으로 총살을 당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 것들을 떠나 책의 전반에 무언가에 대한 짙은 <그리움>이 따라다니며 사람을 사무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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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었을까?
나라는 오적과 일본 등에 의해 거세게 흔들리고 있는데 소안도 사람들은 고기를 잡고 미역을 따고 농사를 지으며 소박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그 속에는 작은 불씨가 숨겨져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등대를 부수는 것이야말로 새 등대를 세우는 일이 아니고 뭣이겄는가?" 294
그 작은 불씨는 피어나 드디어 커다랗게 커진다. 서훈장, 서진하, 이동화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함께 키운 불이다. 깨어지고 부서져서 다시 켜지는 등대의 불빛이 당시의 시대상을 대변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