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김민환 지음 / 솔출판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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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인간의 마음이 곧 하느님 마음이 될 수 있어. 동학의 정신은 바로 여기서 출발해. 정말로 수은이 새롭고도 놀라운 도를 만들어낸 것이여." 105



소안리 등대 피습 사건의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이야기는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에 두었다. 여러 사건과 이야기의 인과관계의 흐름이 자연스러워 막힘없이 읽혔다.



겪어본 적 없는 시대의 이야기인데 읽는 내내 <사무침>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녔다. 이동화의 아내와 아이를 잃었을 때나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시집가는 노을이 이야기 이외는 크게 서글픈 장면은 없었다.



물론 진하나 동화, 서훈장이 억울하게 끌려가서 심하게 맞은 일도 있고 누명으로 총살을 당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 것들을 떠나 책의 전반에 무언가에 대한 짙은 <그리움>이 따라다니며 사람을 사무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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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었을까?



나라는 오적과 일본 등에 의해 거세게 흔들리고 있는데 소안도 사람들은 고기를 잡고 미역을 따고 농사를 지으며 소박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그 속에는 작은 불씨가 숨겨져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등대를 부수는 것이야말로 새 등대를 세우는 일이 아니고 뭣이겄는가?" 294



그 작은 불씨는 피어나 드디어 커다랗게 커진다. 서훈장, 서진하, 이동화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함께 키운 불이다. 깨어지고 부서져서 다시 켜지는 등대의 불빛이 당시의 시대상을 대변하는 것 같다.



불씨를 가슴에 꾹꾹 눌러 가두고 일상을 이어가는 그들의 모습이 안슬펐나보다. 진하와 미유키의 이야기는 앞으로의 일본의 관계를 희망하는 것 같다. <내 나라에도 나쁜 놈이 있고, 저 나라에도 좋은 사람이 있지 않겠는가?>라는 동화의 말이 내내 따라다녔다.



"남은 일이 있다면 ··· 유공각래지 아니겠소?"

유공각래지惟恐覺來知일까, 아니면 유공각래지惟恐覺來遲일까? 전자라면 앎을 깨우치는 것만을 골똘히 생각하라는 말이고, 후자라면 깨우침이 늦게 올 것을 두려워하라는 말일 터다. P25



어느 쪽일까 고민을 한참 하였다. 그러다 '나무 하나에라도 꽃이 피기만 하면 온 세상에 봄이 올 것이오.'라는 문장이 기억나 처음 부분으로 되돌아왔다. 처음부터 '희망'을 이야기하며 시작한 책을 너무 서글프게 읽었다는 걸 알고 나니 허탈한 느낌이었다.



처음부터 다시 찬찬히 읽어봐야겠다. 역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새로움을 알게 해 줄 것이다. 추천해 본다.



[솔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았으나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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