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받고 목차를 쭉 보다가 <신입생 환영회에서 만난 사람>이라는 소제목에 어머어머하며 그 부분부터 읽기 시작하였다. 머니머니 해도 사랑 이야기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없다. 그러다 헐! 강인숙 관장이 이어령 선생을 퇴짜를 놓았단다!!
너무 흥미로운 이야기에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이어령 선생과의 만남 파트를 다 읽었다. 그리고 퇴근한 신랑을 붙들고 수다를 떨었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신랑은 솔직히 이어령 선생이 누군지 모른다. 그런데도 흥미롭게 들어주었다.
<남남북녀>
충청도 온양이 고향인 선생과 함경도가 고향인 관장은 너무도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다. 강인숙 관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고구려와 백제만큼이나 문화와 생활 의식이 다르다. P129> 그래서 다투기도 많이 하였다 한다. 그럼에도 꼭 붙어 다니셨다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그런데 보수적인 충청도 사람답지 않게 작가는 네오필리아(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성향)라고 한다. <`새것 밝히기`, `권위에 대한 담대한 도전`, '불같은 성격`, '의욕 과잉` 등 그는 충청도적이지 않은 측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 보수적인 그의 집안에서 보면 그는 별종이다. P25> 고도 하였다.
하지만 충청도 특유의 방언들과 보수적 분위기로 남아있던 전통문화들이 이어령 작가의 지식의 뿌리가 되었다고 한다. 그것들이 작가의 글에 고스란히 묻어있어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나는 이 글에서 이어령 선생을 미화하거나 영웅화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P9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머리말의 이 문장이 너무나 이해가 된다. 이어령 작가의 작품들이나 행적들에 따라오는 세간의 찬사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저 한 여자가 자신과 70여 년을 함께 걸어온 친구로서, 동료로서, 동반자로서의 시선만이 느껴졌다.
또 재미있었던 포인트는 책의 말미에 있는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였다. 그중에 <"병적인 독서열로 책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적절한 지도가 필요함." P256>이라는 부분에서 부모님들의 반응이 인상이 깊었다. 그런 가정통신문을 적어보냈을 선생님 밑에서 이어령 작가가 겪었을 핍박이 가슴 아프셨다고 한다. 나는 아이가 저러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이어령 작가의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고 그의 어린 시절부터 강인숙 관장과의 70년 동행 길이 궁금하신 분들께는 강력 추천해 본다.
[열림원 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았으나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