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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일기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9월
평점 :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의 8년간의 도시 관찰일기이다.
파리 근교의 신도시 세르지퐁투아즈로 이사 간 아니 에르노는 아무것도 없던 무(無)에서 새로이 생겨난 도시의 변화하는 모습들을 관찰하고 일기로 남긴다.
출근길 정류장, 전철 안, 아이들이 노는 모습 등 반복되는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칠 수 있던 풍경들이 아니 에르노, 그녀의 시선이 닿아 문장들로 이어져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제3자인 그녀의 시선으로 보는 도시 곳곳의 모습들과 그녀가 살아가던 사회 변화들을 또다시 장면 밖에서 보는 것이 특이한 경험이었다. 관객 뒤를 보는 또 다른 관객의 시선은 분명 겪어본 적 없는 일들일 텐데 그녀의 글이 그리는 사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책 소개에 있는 <집단의 일상을 포착한 수많은 스냅 사진을 통해 한 시대의 현상에 가닿으려는 시도>라는 문장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글이 한 장의 사진을 보는 듯 선명하게 눈앞에 보였다.
왜 나는 이 장면을 이 글에 나온 다른 장면들과 마찬가지로 이야기하고 묘사할까. 내가 기를 쓰고 현실에서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P88
오후의 인적 없는 전철역. 남자가 고개를 떨구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그가 바지 앞섬을 열고 볼일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모이 모습을 적으며 문득 자신에게 질문한다. 이에 아니 에르노는 자신이 본 사람들의 동작, 태도, 말의 기록으로 그들과 가까워진다는 환상을 품게 된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러한 것들을 통해 무언가를 추구하는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각자 추구하는 것들이 다르다. 지금 현재 나는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을 던져본 적은 있는지 한 번쯤은 바쁜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해 보면 좋겠다.
일기라는 형식의 글은 자신을 위한 글이며 혼자만의 은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글이다. 그 일기를 통해 한 도시를 관찰하고 기록해 간다는 것을 아니 에르노는 <자신과 사회를 탐구한다>라고 말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를 관찰 기록의 형식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아니 에르노만의 특징인 <밋밋한 글쓰기>가 일기라는 형태와 만나니 더 큰 시너지를 가져온 것 같다. 깔끔하고 담백한 글은 자신의 사신 속 밖의 관찰자의 시선을 잘 표현한다.
단조롭고 반복된 일상에 지쳐 있는 이들에게 추천해 본디. 소소한 일상이 가져다주는 잔잔한 웃음과 변화 없는 날들에 작은 파도를 가져올 것이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열린책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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