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유와 타루가 옥상에서 바다를 보면 이야기하는 장면과 마지막 노인과 리유의 대화 장면은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랫동안 눈앞에서 맴돌아 다시 펴보기를 몇 번이나 하였다.
리유는 타루에게 마음의 평화에 이르기 위해 선택해야 하는 길을 물어본다. 타루는 공감이라고 대답한다. 전염병으로 폐쇄된 도시에서 평화를 얻기 위한 것이 공감이라...
사람들은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일에는 공감을 잘 하지 못한다. 오랑이라는 폐쇄된 도시 안의 이들은 페스트라는 공통의 경험이 있다. 그리하여 그 안에 있는 슬픔, 고통, 그리고 페스트에서 벗어났을 때의 기쁨 등과 무서운 전염병을 이기기 위해 함께 투쟁했다는 유대감은 공감을 느끼게 한다.
투쟁은 무언가를 사랑하고 지키고 싶은 것(자신을 사랑하던 연인이든 가족이든)이 있을 때 더욱더 격렬해진다.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순응하고, 때로는 포기하고,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기뻐하고(코타르의 경우에는) 페스트라는 병을 물리치기 위한 모든 과정은 인생에 비유할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그들은 더 이상 그 무엇도 선택하지 못하고 있었다.
페스트가 그들에게서 가치 판단력을 빼앗아 가버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