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열린책들 세계문학 229
알베르 카뮈 지음, 최윤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딩투데이 독서모임 지사오독으로 만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전 세계를 덮쳐든, 여전히 버티고 있는 코로나 시대를 지나고 읽게 되었다. 알제리 해안의 오랑이라는 제한적 공간 안에서 발생한 페스트라는 전염병과 그 위기를 대하는 여러 인물들과 사회를 그리고 있다.


너무나 신기했던 것은 1940년대 책의 내용들이 2020년의 그리고 그 이후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런 일상의 모든 변화들이 어떤 의미에서는 너무나 특별했고 너무나 신속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그 변화들이 정상적이며 지속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의 개인적인 감정들을 가장 우선시했다.

P105


실제로 코로나가 시작할 때는 사람들은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가 늘어가자 혼란에 빠졌다.


우리나라에서의 제한은 인원과 시간 등이었지만 폐쇄를 결정한 적은 없었다.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몇몇 국가에서는 이동을 제한하고 도시 전체를 폐쇄하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통제에 대해 시위를 하기도 하며 반발이 있었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유럽에서 특히 그러한 일들이 많았다.


개인의 자유와 공공의 이익 중 무엇이 우선일까?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진 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는 것일까? 그러한 의문을 가지고 책을 읽어나가다 몇몇 단어와 문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럼요, 공감이지요. - P326


하지만 더 이상 그 무엇도 사랑하지 않는다면 투쟁은 뭐 하려 하는 겁니까? - P327


한데 말입니다. 폐스트란 대체 무언가요? 인생인 거죠, 바로 그거죠, 뭐. - P393


리유와 타루가 옥상에서 바다를 보면 이야기하는 장면과 마지막 노인과 리유의 대화 장면은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랫동안 눈앞에서 맴돌아 다시 펴보기를 몇 번이나 하였다.


리유는 타루에게 마음의 평화에 이르기 위해 선택해야 하는 길을 물어본다. 타루는 공감이라고 대답한다. 전염병으로 폐쇄된 도시에서 평화를 얻기 위한 것이 공감이라...


사람들은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일에는 공감을 잘 하지 못한다. 오랑이라는 폐쇄된 도시 안의 이들은 페스트라는 공통의 경험이 있다. 그리하여 그 안에 있는 슬픔, 고통, 그리고 페스트에서 벗어났을 때의 기쁨 등과 무서운 전염병을 이기기 위해 함께 투쟁했다는 유대감은 공감을 느끼게 한다.


투쟁은 무언가를 사랑하고 지키고 싶은 것(자신을 사랑하던 연인이든 가족이든)이 있을 때 더욱더 격렬해진다.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순응하고, 때로는 포기하고,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기뻐하고(코타르의 경우에는) 페스트라는 병을 물리치기 위한 모든 과정은 인생에 비유할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그들은 더 이상 그 무엇도 선택하지 못하고 있었다.

페스트가 그들에게서 가치 판단력을 빼앗아 가버렸기 때문이다.

P235


무언가를 스스로 선택해 나가는 것을 자유라고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한다면 무엇이 남을까? 그 삶을 과연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죽음 앞에서 인간은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뒤표지 중


질문에 대한 답은 살아가는 동안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하겠다.


한 권의 책을 읽어도 읽은 이마다 다른 느낌, 생각 등을 지닌다. 그것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다.


독서모임 중 나왔던 몇몇 주제 중 흥미로웠던 것은 알베르 카뮈는 페스트의 등장인물 중 누구에게 자신을 투영했을까였다. 랑베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가장 강렬하게 바깥세상에 나가고 싶어 했으며 나가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나는 타루가 아닐까 생각했다.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인해 방황하는 모습이 그리고 그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계속해서 자신과의 투쟁을 이어온 모습에서 그렇게 느낀듯하다.


알베르 카뮈는 페스트를 프랑스 독립투쟁에 묘사했다고 한다. 보건대는 레지스탕스를 나타낸다. 프랑스의 저항운동이나 저항정신을 이야기할 때 꼭 등장하는 것이 레지스탕스 그들은 끊임없이 「투쟁」하는 삶을 살았다.


알베르 카뮈가 페스트에 담고 싶었던 것은 자유로운 삶의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것들에 대한 투쟁은 계속 이어져가야 한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