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푸른숲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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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가나 화가, 음악가들도 처음부터 빼어난 작품들을 만들어낸 것 같은 착각을 한다. 그들도 아이가 첫걸음을 하듯 불안정하고 위태롭고 어설픈 처음이 있었을 텐데 말이다.


발자크 또한 시작은 엉망이었다. 처음으로 진심을 다했던 작품 <크롬웰>은 서랍 속에 넣어져 꺼내지 않았다. 이후에도 돈을 벌기 위해 소설 공장 오라스 생토뱅 회사의 입맛에 맞는 소설들을 쓴다.


발자크가 자신감이 없으며 자기 확신을 가지고 잠재되어 있는 작품성을 끌어내지 못한 것은 그의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일반적인 어머니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에 조금 충격을 받았다.

나의 어머니는 내 삶에서 모든 불행의 원인입니다.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P32


발자크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볼 때 그를 가만히 안아주고 싶었다. 잘하고 있다고 잘 해나갈 거고 등을 두드려 주고 싶다는 충동에 일었었다. 중반 이후쯤 어머니가 발자크를 냉대한 원인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 이유도 합리적 변명이 될 수 없다.


갓 태어난 젓먹이는 다른 곳에 보내어 키워지고 7살밖에 안된 아이를 기숙학교에 보낸다. 이렇게 힘든 와중에도 발자크는 대학교에 입학을 하고 변호사의 서기로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바칼로레아 시험에 합격하여 공증인의 자격을 갖게 된다. 안정된 직업과 부잣집 아가씨와의 결혼 등 탄탄한 미래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작가가 되어 장차 쓰게 될 걸작으로 독립하여 부자가 되어 유명지겠다 선언한다.


이후부터 발자크는 세상의 모든 불행이 그에게만 쏟아지는 듯한 삶을 살게 된다. 부모는 그에게 화를 내며 재정적 지원을 극단적으로 줄여 빌파리지의 다락방을 따뜻하게 할 재료도 구할 수 없게 된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그는 글을 쓰는 것에 집착한다.


발자크가 겪은 여러 사업 실패의 경험들은 그의 작품을 사실적으로 보이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그는 묘사에 나타나는 사실주의가 작품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마법 가죽>의 성공 후 앞날을 모르는 상황에서도 <내 작품의 전체 계획이 이제 드러나기 시작한다>라고 한다. 이것이 <인간희극>의 거대한 비전의 시작이었다. 20년 동안의 끊임없는 노동으로도 다 이루기 어려운 작업이었다.

발자크 평전을 읽다 보면 <그의 여자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 그는 <여자와 부자>에 대한 환상을 쫓으며 평생을 살아간다. 특히 <귀족적이고 돈이 많은> 여자에게 매력을 느낀다.


첫사랑 로르 드 베로니 부인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모습으로 발자크를 보듬고 돌봐준다. 그녀는 그가 사업을 시작할 때 투자를 해주었고 실패 후 빚을 졌을 때도 도와준다. 그녀는 발자크에게 정신적 기둥 같은 존재였다. 그녀가 죽었을 때 모든 것을 무시하시고 달려가던 발자크는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16년간의 구애 후 결혼하는 한스카 부인은 발자크가 가장 원했던 여인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와 프랑스라는 거리로 인하여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이 죽고 나서 조금 변화가 생겼다. 그녀는 발자크의 구혼을 계속 거절하다 그가 아파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말에 결혼을 결심한다. 자신이 가진 것은 놓기 싫으나 발자크의 작품의 성공으로 인한 명성은 그녀의 허영심을 채워주니 상대를 해주다 발목 잡힐 일이 사라지니 결혼을 허락한 것이다. 발자크도 그녀의 돈을 보고 구혼을 한 것이니 피장파장인 것일까?


다른 사람 같으면 용기를 잃거나 열의가 식었을 것이다. 발자크의 경우에는 실패는 언제나 두 배, 열 배의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가졌다.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P499


인쇄업, 출판업, 활자업에 연극의 대본마저 실패한다. 발자크가 하고자 한 모든 사업은 실패, 실패, 실패를 거듭한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의지력은 꺾이지 않는다. 그것이 그를 위대한 작가, 오노레 드 발자크라는 이름을 써도 되는 정당성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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