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야가의 밤 - 각성하는 시스터후드 첩혈쌍녀
오타니 아키라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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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고 통쾌하다. 그리고 애달프고 아프다. 이 책을 읽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드는 기분이었다. 새벽 스탠드 아래에서 단숨에 읽었다. 얼마나 집중을 했는지 인덱스를 붙인 곳이 한곳도 없었다. 붙여야겠다는 생각을 할 여유를 가질 수도 없을 만큼 몰입도가 높았다. 그래서 서평을 쓰며 책을 다시 뒤적여야 했다.


폭력으로는 누구보다 강자인 여자와 폭력 앞에 가장 연약한 여자. 두 사람이 남자들의 최강인 야쿠자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어느 날 배달 중 시비가 붙어 싸우게 되었는데 그들에게 끌려온 요리코. 야쿠자 두목은 그녀에게 자신의 딸 쇼코의 보디가드를 하라고 한다. 쇼코는 대학생이지만 흰 블라우스에 길고 무거워 보이는 스커트를 입고 까만 애너멜구두에 흰 레이스 양을 신는다. 시대에 뒤처진 그 옷들은 정부와 도망을 간 엄마의 옷이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아내를 대신하는 꼭두각시 같다.


요리코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자란다. 할아버지는 요리코에게 체력단련과 각종 무술을 가르친다. 왜?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여자에게는 혹독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일까? 언젠가는 혼자 남을 요리코에게 스스로 지키는 법을 알게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떠나고 힘을 적당히 사용하며 자신을 지켜나간다. 야쿠자의 세계에 들어간 요리코는 폭력에 환희에 전율한다. 자신이 폭력에 매력을 느끼고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쇼코의 약혼자는 이상한 변태 폭력이 취미다. 쇼코와 수업을 빠지고 일탈을 하던 요리코는 그 약혼자와 문제가 생기게 된다. 야쿠자 두목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딸을 서둘러 약혼자에게 보내려 하며 자신이 먼저 딸을 겁탈하려 한다 이를 요리코가 구해주며 두 여자는 도망을 한다.


책은 중간에 엄청난 반전이 숨어있었다. 이야기의 흐름에 맞추어 읽어서 당연히 이어지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스포가 될 것이기에 자세히는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직접 읽어보길 권한다.


40년이야, 우타가와 씨.

바바야가의 밤 P174


야쿠자의 집념이 그렇게 강하다니. 무엇이 그 시간 동안 그를 집착하게 했을까? 남자들의 자존심? 야쿠자들만의 특성? 그 집착의 에너지를 다른 곳에 쏟아부었다면 무언 가든 이루지 않았을까? 마지막이 열린 결말이라 할 수 있을까?


편집자 후기의 지하철에서의 이야기는 일반적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생각한다. 한 칸의 지하철이라는 같은 공간에 있는지만 남자들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여자들은 모두 주시하는 모습.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밀착하여 추행을 시도하고 스토킹하는 장면. 왜 남자들은 알지 못했을까? 그들은 그러한 상황을 겪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범죄물 소설/영화의 여성 캐릭터가 피해자 입장에서 그려지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아 현실에서 상황이 비슷한데 픽션에서조차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여자가 두목인 영화는 우리나라에도 있다. <조폭마누라>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위기의 순간에는 남자들의 역할이 크게 부각된다.


작가가 바라는 피지컬도 멘탈도 강한 여성, 게다가 싸우기 위한 동기가 내면에서 솟아나는 여성이 현실에는 정말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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