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김주경 옮김, 이예나 삽화 / 북레시피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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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TV나 서점 앱에서 뮤지컬에 대해서는 보곤 했지만 책으로 완독한 적은 없었다. 영상매체와 책이 다른 점은 세세한 표현이 아닐까 한다. 천만 관객이 넘은 영화나 인기 드라마 등에 크게 관심이 없지만 대본집이나 각본집이 출간되었다고 하면 괜히 관심이 간다.


오페라의 유령은 수없이 많이 뮤지컬로 연극으로 영화로 만들어져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내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해도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제목은 너무나 친숙한다. 그럼에도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자각조차 없었다는 게 신기했다.


오페라의 유령? 그거 오페라 극장 지하에 흉측한 괴물이 가면 쓰고 지내다가 여배우를 사랑하게 되어서 둘이 이어지는 이야기 아니야?라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 반응이 아닐까? 나 또한 대충대충 알고 있어 끝에 유령과 여배우가 서로 사랑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전혀 다르게 진행되어 읽는 내내 당혹감이 밀려왔다.


그건 제가 당신에게 묻고 싶어요, 라울. 사랑하면 불행해지는 건가요?

그래요, 크리스틴. 사랑하는데도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불행해질 수밖에 없죠.

오페라의 유령 p268


크리스틴과 라울의 사랑은 진실한 사랑이었을까? 책을 읽다 순간순간 라울에게 욱할 때가 있었다. 사랑한다 고백은 하면서 왜 상대방의 의견이나 생각은 무시하는 것인지, 사랑받기를 원하면서 끊임없이 크리스틴을 의심하는데 순수한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라울은 어린 시절의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것은 아닐까? 추억 속의 모습을 지금의 그녀에게 투영하며 예전과는 바뀌어 버린 크리스틴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자신보다 더 그녀와 가까이 있는 오페라의 유령을 질투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사랑의 모습이 다르다. 자신이 받기 원하는 형태의 사랑만을 강요한다. 약 80억의 인구 중 100프로 똑같은 사람은 없다. 그 사람들이 수만큼 사랑의 모습은 다르다. 그런데도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사랑을 주지 않으면 사랑받고 있지 않다 여긴다. 그리고 상대에게 나의 사랑을 강요한다. 자신은 아니라고 단정 지을 이들도 많을 것이다. 진짜 아닌가? 다시 한번 되돌아보길 바래본다. 떠나고 나서 후회하기 싫다면......


사랑 때문에······ 다로가, 난 사랑 때문에 죽을 걸세······ 그래 그런 거지······ 난 그녀를 그토록 사랑했어!

오페라의 유령 P482


책을 끝까지 읽은 많은 이들이 왜 에릭의 사랑을 응원하는지 완역본을 읽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나 또한 에릭의 애끓는 고백에 눈물이 흘렀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힘이 무엇일까? 무엇이기에 한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것일까? 눈에 보이지도 않으며 평생 변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도 할 수 없는 단지 하나의 감정이 가지는 파괴의 힘이 너무 강력하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이들도 휩쓸려 들어 상처 입는다.


에릭이 크리스틴에게 집착하는 것은 그녀가 처음으로 그의 본 모습을 보고도 다시 찾아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오리의 각인효과처럼 심장 깊숙이 박혀 그 스스로도 어쩔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죽을 만큼 사랑하지만 사랑은 양방향 소통이다. 한쪽에서만 계속 부딪치게 되면 둘 다 상처 입는다. 자신의 어머니조차 가면만 던져주고 외면했던 괴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사람에게 어떻게 마음을 주지 않을 수 있을까?


자신만의 지하요새에 스스로 가둔 괴물을 연민의 마음으로 그의 고통에 공감하여 눈물 흘려준 유일한 사람을 오페라의 유령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이들의 사랑은 각각 어떤 모습으로 막이 내릴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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