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끝까지 읽은 많은 이들이 왜 에릭의 사랑을 응원하는지 완역본을 읽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나 또한 에릭의 애끓는 고백에 눈물이 흘렀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힘이 무엇일까? 무엇이기에 한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것일까? 눈에 보이지도 않으며 평생 변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도 할 수 없는 단지 하나의 감정이 가지는 파괴의 힘이 너무 강력하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이들도 휩쓸려 들어 상처 입는다.
에릭이 크리스틴에게 집착하는 것은 그녀가 처음으로 그의 본 모습을 보고도 다시 찾아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오리의 각인효과처럼 심장 깊숙이 박혀 그 스스로도 어쩔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죽을 만큼 사랑하지만 사랑은 양방향 소통이다. 한쪽에서만 계속 부딪치게 되면 둘 다 상처 입는다. 자신의 어머니조차 가면만 던져주고 외면했던 괴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사람에게 어떻게 마음을 주지 않을 수 있을까?
자신만의 지하요새에 스스로 가둔 괴물을 연민의 마음으로 그의 고통에 공감하여 눈물 흘려준 유일한 사람을 오페라의 유령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이들의 사랑은 각각 어떤 모습으로 막이 내릴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