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우샤오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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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유독 성폭력 피해자는 이러이런한 모습일 거라는 <틀>을 정해놓고 그것을 벗어난 행동이나 말을 하면 스스로 원해서 한 것이 아니냐, 그런 일을 당할 빌미를 준 것이 아니냐 비난을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상황, 환경 등 모든 상황이 무시되는데 그것을 제3자인 타인들이 알 수 있을까? 모든 것에 대해 알지 못하는데 왜 비난을 하는 것일까? 그들이 약자이기 때문인가? 그들의 목소리가 작아서 들리지 않는 것인가?


그것은 둘이 좋아서 한 일이고, 설령 화이구가 강제로 했더라도 신핑이가 잘못이 없는 건 아니라구요. 짧은 치마를 입고 남의 집에 가서 취하도록 술을 마셨으니까요.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P295


성폭력 기사에서 많이 보던 댓글이다. <그러게 왜 밤늦게 다니냐, 왜 술을 취할 만큼 마셨냐. 옷차림이 야하니 당한 거다>등 2차 가해가 이루어진다. 피해자와 같은 동성의 사람들. 여성이 여성을 남성이 남성을 비난할 때도 있다. 그런데 그러한 댓글과 비난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가끔 수사를 하여 잡고 보면 평범한 직장인, 주부, 학생들, 심지어 중학생들이 있을 때도 있다. 길거리를 지나며 무심히 내 옆을 스쳐 지나간 사람일 수도 있다. 자신들의 말이 2차 가해가 되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대상 없이 쌓은 분노를 먹잇감을 찾은 양 퍼붓는다. 다른 이에게 짓밣혔으니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것일까? 성선설과 성악설 중 어느 쪽이 맞는 것일까?


<피해자 다움>은 어떤 모습일까? 우울하고 슬픔에 빠져 울어야 하는 것인가? 자신을 그렇게 만든 이를 증오하고 미워하며 원망을 퍼부어야 하는 것일까? 피해자는 웃지도, 먹지도, 자지도 않아야 하는 것일까? 직접 그러한 상황에 처해 보지 않은 이들은 알지 못하기에 그들을 모습을 상상하고 그 상상대로 움직이면 동정하고 위로를 하고 상상과 다른 모습을 보이면 비난을 한다. 왜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고, 말 없는 행동의 의미를 보려 하지 않는 것인지,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더 힘이 있어 보여서일까? 그들의 입장이 되어 자신도 누군가를 굴복시키는 희열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인지. 책장 한구석에 꽂힌 예전에 공부했던 심리학 책을 꺼내고 싶어졌다.


우샤오러는 몇 번이나 "그들에게 자기 얼굴을 되찾아 주고 싶다."고 언급했다.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P 443


<우리는 한 사람을 보호하고 싶을 때 그 사람을 어리석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꾸밉니다. 그들이 동정을 얻기 싶도록 말이지요. 동시에 그 사람의 개성을 빼앗습니다. P443>라고 한다. 보호받는다는 것은 약하다. 그렇게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연민을 느끼고 그리고 자신이 보호 대상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반복되어 순응하면 무의식적으로 그들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휘두르기 시작한다. 그들의 모습이 지워지며 폭력은 그렇게 이루어진다. <엔아이써가 물건으로 보일 때면 걷어차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 사람들이 화가 나면 책상을 차는 것처럼 말이야. P430,431>라는 판옌중의 말이 우샤오러의 인터뷰를 보고 완전히 이해가 되었다.


또한 그 사건을 통해 '문 안에서'행해지는 폭력은 대체로 비슷하다는 것도 배웠다. 그렇다면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에게는 가정 내 폭력을 성토해야 할 책임이 있지 않을까? 적어도 이런 사건들의 유사성을 해결하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P305


'문 안에서' 일어난 일이니 다른 이들은 상관하지 말라는 말은 가해자들의 레퍼토리이다. 맞는 말일까? 가정 내에서 일어는 일에 타인이나 사회가 끼어들 수 없는 것일까? 책임이 없는 것인가? <「우리에게 비밀은 없다」는 말을 걸고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고, 그렇게 시작된 대화가 어렵고 민감한 지점에 다다라도 끝까지 마주 보기를 택한다.>라는 정세랑 소설가의 추천사에 눈길이 머물렀다. 우리는 불편한 주제인 『성폭력』이라는 주제를 끝까지 마주한 적이 있을까?


만약 쏭화이구가 진심으로 사과를 하였다면 어떤 결과가 되었을까? 사과하지 않는 가해자들의 변명에 사람들이 동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질문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있을지...


전형적이지 않은 성폭력 피해자를 사회는 어떻게 대하는가?

피해자 사이의 연대는 순하고 아름답기만 할까?

- 정세랑 소설가


이 책은 문학이 왜 위대한 언어인지를 증명하면서 문학을 넘어서는 새로운 인식론이다. 스릴러 장르로서 우리의 심박수를 높이지만, 평화를 준다.

정희진 여성학자, 「아주 친밀한 폭력」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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