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해의 철학 - 부패와 발효를 생각한다
후지하라 다쓰시 지음, 박성관 옮김 / 사월의책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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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어제 본 <알뜰인잡>의 심채경 박사의 말이 생각났다. 박사의 영문 Ph.D - Doctor of Philosophy 중 Philosophy의 뜻은 철학이라고 하였다. Doctor of Philosophy는 예전의 그리스철학자처럼이라는 뜻이며 지금의 박사들이 철학 안에 수학과 과학과 의학과 모든 게 있었던 그 시절의 그리스 고대철학자처럼 잡학 박사일까?라고 하였다.


이 책이 그랬다. 인문학자가 본 인문학안에는 생태학, 인문학, 철학, 과학 등이 모두 들어 있어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았다.


<부패라는 현상이 기능적으로 말하면 분해라는 점이다. P52>라는 문장이 자본론 제4장 제2절을 거쳐 마르크스의 사고방식에는 무기질이 깔려 있다까지 이어진다. 인문학자 시선에서 분해를 보지만 여러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 다각도로 접근한다.


분해를 이야기하는 책에서 프뢰벨의 나무 블록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프뢰벨의 시선이 장난감을 분해하는 아이의 행동에 확실히 꽂혀 있다는 점은 확인해두고 싶다. P91>라며 하나의 완성품이 물체를 분해하고 변형하는 것이 세계에서 부분과 전체가 있다는 사실을, 논리로 이해하기 전에 몸으로 먼저 느낀다는 것이다.


프뢰벨의 나무 블록은 처음 탄생 때부터 이미 분해의 장난감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무 블록을 가지고 놀고 난 후의 정리 정돈을 통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질서의 정신도 가르칠 수 있다고 한다. 생산과 분해와 함께 증식과 제어라는 기본 교육을 나무 블록 하나에 담았다는 게 놀라웠다.


생태학, 생물학을 넘어 이제 과학부이다. 카렐 차페크가 등장하니 문학이나 인문학인 건가. 경계가 모호해진다. 차페크는 여러 작품에서 인류의 종말과 그 전조를 이야기한다. 근데 이것과 분해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차페크는 「마크로폴로스 사건」에서 <'죽을 수 없는 인간'이 아니고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 죽을 수 있는 인간'의 부서짐과 썩어감, 혹은 늙어감>을 이야기한다. 인간도 언젠가는 대지 안에서 분해되어진다.


후지이 세이치로의 「쓰레기 수거라는 노동(2018)」은 쓰레기 수거에 종사하는 행정학자가 9개월 동안 신주쿠구의 쓰레기 수거 작업을 기록한 책이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작업이었다. 책 안에는 멋대로 쓰레기를 배출하는 사람, 쓰레기 수거하는 사람을 경멸하는 모습 등 어두운 면도 적혀 있지만 쓰레기 수거가 쓰레기 분리수거의 계몽활동, 지진 후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쓰레기 수거 등 도시 미화 및 쓰레기 재활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환경미화원의 채용 경쟁률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거리를 청소하는 분들께 고마움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인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이다.


방대한 분야에 한 권의 백과사전을 읽은 느낌이다. 하지만 총균쇠나 사피엔스처럼 시작이 엄두가 나지 않는 책은 아니다. 분해에 대하여 깊은 생태학적, 과학적등의 이해는 흥미로웠다. 그리고 인문학적 시선으로 철학적으로 분해를 해석하는 것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독서가 될 수 있는 책이니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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