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샤 페이지터너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 지음, 정영문 옮김 / 빛소굴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러시아의 스탈린과 독일의 나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폴란드의 히틀러의 침공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남기를 선택한 사람들. 죽음 앞에서도 떠나지 못한 각각의 이유들이 뒤엉켜 가슴 시리게 한다.


어린 시절 헤어졌던 소년 소녀가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다. 그 둘은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기억하고 생각했다. 무엇이 그는 그녀에게, 그녀는 그에게 이끌었을까? 크로크말나 가의 10번지가 아론과 쇼샤, 그리고 유대인들에게 어떤 의미였기에 그곳에 남기를 택했을까?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린 상태였고, 그것을 실행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이유는 나 자신에게도 다른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중략-

나 자신의 잠재의식과 무의식에 질문을 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쇼샤 P240


전통적인 유대인 랍비의 표본 같은 아버지를 둔 아론은 작가가 된다. 유대인의 율법을 지키는 듯 어기는 듯 아슬아슬한 그의 모습은 위기의 유대인들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책 전체에 흐르는 아론의 심리를 가장 잘 나타낸 문장이 아닌가 한다. 어떤 일들에 대해 결정하기를 강요받을 때면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선택을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이 옳은지 왜 그것을 선택했는지 계속해서 질문한다. 아론은 대답을 찾을 수 있을까?


쇼샤는 어딘가 부족해 보이지만 가장 순수한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다른 모든 이들의 비웃음을 받는 쇼샤를 선택한 것은 사랑이었을까? 다른 무엇이었을까? 아론의 선택을 받고 그와 함께 점점 변해가는 쇼샤의 모습은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을 주었다. 성장해 가는 모습이 흐뭇하면서도 왠지 모를 씁쓸함을 안기게 했다. 그럼에도 그녀가 가진 순수하고 깨끗함은 사라지지 않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아론은 어느 순간 자신이 쇼샤를 선택한 이유를 깨닫게 된다. 그것은 어쩌면 사랑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

그들이 받아 마땅한 벌을 받기까지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쇼샤 P303


마지막 장을 덮고 책을 오랫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떠난 이들과 살아남은 이들. 아이작 싱거는 왜 많은 등장인물들 중 하이믈을 살아남아 있게 했을까가 정말 궁금하다. 이 궁금증 때문에 다시 읽어야겠다. 책을 다 읽고도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다시 읽어보면 된다.

마지막 페이지의 대화는 큰 재난으로 인한 많은 이들의 죽음을 보았지만 점점 무감해져 가고 잊혀가고 있는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