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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로 하여금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
편혜영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4월
평점 :

최근 고전문학을 주로 읽기도 하였고 현대문학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네이버 카페 리딩투데이에서 현대문학 읽기를 한다고 해서 신청하였다. 첫 번째 책으로 「죽은 자로 하여금」을 읽었다. 작가 편혜영은 잘 알지 못하는 작가이다. 고전문학은 고전문학대로 현대문학은 현대문학대로 읽는 동안 다른 느낌이지만 독자들에게 전하고 하는 메시지에는 차이가 없었다.
[함유도] PIN001 죽은 자로 하여금 (9/12~9/25) : 네이버 카페 (naver.com)
책을 읽는 내내 과연 어디까지가 마지노 선일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사회가 용납하는 일반적인 도덕적 의미가 아닌 개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신념의 허용 가능한 범위는 기준이 있을까? 기준이 있다면 누가 판단을 할 것인가? 타인이 세운 기준을 벗어났다 하여 비난할 수 있는가? 수많은 물음을 던진다. 타인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고 알 수 없다. 그러하기에 갈등이, 오해가 생긴다. 이석은 무주에게 아무런 잘못을 한 적이 없다. 무주는 혁신위원회에서 권과 함께 일을 하다 이석의 공금횡령 비리를 알게 된다. 이석이 자신에게 잘 대해준 일들과 권이 알고 있으면 어떡하나 갈등하다 홈페이지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건의사항란에 그의 비리를 올린다. 그러나 어느 날 글은 삭제되고 이석은 병원을 그만둔다. 「대화의 부재」는 현대사회를 점점 각박하게 하고 사람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약하게 한다. 무주가 권과 대화하였다면, 이석과 터놓고 이야기해 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일로 이석의 아픈 아들은 죽음을 맞이한다. 책에서는 병원비가 없어서인지, 병으로 어쩔 수 없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중반부쯤 나오는 무주가 병원비를 추심하는 업무에 배정받으며 환자를 쫓아내는 장면에서 어렴풋이 짐작을 할 수는 있었다.
사람들은 다 똑같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과거로부터 온 목소리였다. 무주는 그 소리에 세심하게 귀를 기울였고, 모든 사람이 자신과 같은 잘못을 저지르리라 쉽게 단정했다. 짐작이 맞았을 때는 자못 통쾌했다.
무주는 과거 자신이 서울 대학병원에서 윗 사람들의 지시로 장부를 조작하였으나 그 지시을 따른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다 여기며 이석도 그러 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석에게 자신이 한 일이 정당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대학병원에서 자신이 잘못도 없이 쫓겨나듯 이석에게 잘못이 없을 수도 있다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일, 가치관, 처한 상황에 따라 문제의 해결책을 내어 놓는다. 그것이 확실한 진실인 것처럼 생각하며 틀린 판단일 수 있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배제한다. 「자기 합리화」가 얼마나 편협된 시각을 갖게 하는지 알지 못한다. 잘못된 판단으로 타인에게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주었지만 자신의 잘못은 아니라 주장한다. 무주도 자신은 이석의 비리를 발견하였고 고발한 것은 합당한다 생각한다. 이석의 아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알고 아내가 유산을 하고 병원 사람들에게 비난과 따돌림을 당하며 처음에는 괴로워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풀 곳 없는 분노에 휩싸인다. 점점 자신만의 동굴 깊숙이 들어갈수록 아내와의 관계는 멀어진다. 기다림에 지친 아내는 떠나간다. 누구의 잘못으로 이렇게 된 것일까?
작년 고3이었던 작은아들은 공기업 시험 준비를 했었다. 옆에서 시험 준비를 도와주며 자기소개서 등을 작성하는 것을 보았다. 예전에 자기소개서에는 자라온 환경이나 부모들에 대하여서도 적곤 하였는데 지금은 항목이 정해져 있고 그 질문에 대하여서만 작성하면 된다. 몇 군데의 공기업에 자기소개서를 제출하였는데 항목이 모두 달랐다. 그러나 공통적인 부분은 가정이나 학교생활, 친구들과의 갈등이 있었던 경우와 그 해결 방법을 적는 부분이 있었다. 어떤 곳에서는 상사나 동료가 부당한 지시를 하는 경우 어떻게 하겠는지 구체적으로 묻는 경우도 있었다. 그 질문의 아들의 답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나라면 먼저 지시한 일이 이런 이런 점에서 부당하다 이야기해 보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위에 보고를 하여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다 만약 지시 사항이 위에서부터 내려온 것이라면 어떻게 하지하는 물음이 떠올랐다. 그 지시대로 일을 해야 하는 것인지 거절해야 하는 것인지. 일을 하면 부당한 일이니 잘못된 일을 하는 것이고 거절을 하면 상관의 지시 사항을 어기는 업무 과실이 될 수도 있다. 어떤 결정이 옳은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뫼비우스 띠처럼 풀리지 않는 숙제 같다.
'죽은 자로 하여금 죽은 자를 장사하게 하라 - 마태복음 8장
책의 제목과 같은 부분이라 몇 번을 반복해서 읽었다. 무슨 뜻일까? 떨어지지 않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이석의 말이 눈에 들어왔다. 믿음에 대한 이야기였다. 불신자는 불신자에게 가고 믿는 이만 따르면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석은 무주에세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지금 자신이 하는 요양병원을 건립하는 일을 믿고 따라와달라고 하는 것인지 이미 너를 믿지 못하고 있다 하는 것인지. 영혼 없이 겁데기뿐인 무주는 죽은 사람과 같으니 자신에게 필요없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석은 무주에게 크레인을 보여준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무주는 알아챌 수 있을까?
무주는 이인시를 떠날 결정을 하고 상관이었던 송에게 전화한다. 그리고 묻는다 '양수 씨는 누굽니까?' 누군가 일을 그만두어야 후임자를 구한다. 전임자가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전임자가 일을 그만둔 이유는 「사무장이 시킨 일이 싫어서」이다. 무주나 이석은 『선택』할 수 있었다. 어떤 상황에 놓여 있었더라도 자유의지로 결정할 수 있었다. 선택을 한다는 것은 이후에 생길 일들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선택의 순간순간들이 모여 현재의 자신이 된다. 선택받지 못한 많은 가능성에 대해 미련을 두고 후회를 해도 돌이킬 수가 없다. 마지막 장의 이석의 선택은 자신과 아내에 대한 앞으로 앞날에 대한 희망이다. 살아가며 잘못된 길을 선택할 수 있다. 그 길을 계속 갈지, 돌아갈지, 멈출지, 다른 길을 갈지의 선택에 따라 미래는 달라진다. 그 길 끝이 행복일지 불행일지...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현대문학 PIN 시리즈 읽기 - 내돈내산으로 주관적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