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일러스트판)
브램 스토커 지음, 페르난도 비센테 그림,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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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날에는 흑백영화 속 드라큘라만으로 공포가 되었었다. 뾰족한 이빨과 박쥐들, 어두운 밤 풍경, 긴장감 넘치는 음악 등이 시각과 청각을 한껏 어지럽혔다. 마지막에 드라큘라의 죽음으로 끝이 날 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하였다.


열린책들 드라큘라를 받고 보니 잘 알고 있는 이야기였지만 원작은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반 책보다 큰 판형에 삽화까지 있어 책을 넘기니 왠지 옛 시대로 돌아간 것 같고 해리포터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읽는 동안 밤낮이 바뀌었다. 낮에 읽어보려 해보았지만 몰입감이 떨어졌어 몇 장 읽지를 못했다. 불 꺼진 방에서 스탠드 하나에 의지해서 읽으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읽었었다. 늑대나 이리의 울음소리, 밤의 창가를 두드리는 박쥐의 파닥이는 날개 소리, 어둠 속에 스르르 스며드는 안개, 번득이는 날카로운 이빨, 흩날리는 눈발. 시각, 청각, 촉각 등의 감각을 일깨우는 단어와 문장들의 조합은 책 안으로 끌려들어 가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제가 뭘 원하는지 분명히 말씀드리겠어요.

여러분들은 제가 하나같이 모두

- 그리고 당신, 제가 사랑하는 남편까지도 -

때가 되면 저를 죽여 주겠다고 약속하셔야 돼요.

드라큘라 P555


여러 등장인물 중 단연 눈에 들어온 이는 미나였다. 그녀의 결단이 여러 번 일행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일행들이 피커딜리로 드라큘라의 관들을 찾아가려 할 때 가지 않으려는 조너선 설득해서 보낸 일, 일의 진행 상황이 백작에게 알려질까 스스로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 드라큘라 백작을 쫓는 일행을 따라가고자 결정 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되면 죽음을 달라고 한다. 그녀의 그러한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조너선에 대한 사랑도 있을 것이고, 판 헬싱 선생을 믿은 것도 있었지만 다른 이들이 미나에게 보낸 믿음과 애정이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전폭적인 신뢰와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갈 곳을 잃고 표류하는 배에 비치는 등대이다. 이정표와 갈 길 제시해 준다.


왜 미나였을까? 조너선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도 미나를 찾아오고, 일행들이 함께 있는 것을 알고도 미나의 피를 마시는 모습을 드러낸다. 항구에서 관을 실을 때도 돈을 뿌리며 행적을 숨기지 않는다. 도망치는 동안에도 미나에게 항로를 알려주다 바다를 모두 건너고 갈라츠에 도착한 이후 연결을 끊는다. 꼭 자신을 뒤쫓아 오라는 듯이. 드라큘라성에서 조너선과 함께 하며 본능적으로 자신을 구원해 줄 수 있는이라는 것을 알았을까? 삶과 죽음 중 백작이 진짜 원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브램 스토커는 어린 시절 몸이 약하여 어머니의 간호를 받았다. 어머니는 그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아일랜드의 유령 이야기, 요정, 악마, 송장 귀신 이야기, 그리고 1832년 창궐했던 끔찍한 콜레라 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린 아들에게 들려주기는 괴상한 이야기지만 이러한 것들이 그의 상상력의 바탕이 된다. 흡혈귀에 대한 지식도 어머니로부터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흡혈귀의 씁쓸하고 이상한 입맞춤, 그것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고 알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 그의 공격을 가장 잘 막아 내는 방법, 덧붙여 그것에 대한 공포를 이겨 내는 최선의 방법>등을 스토커에게 적어준다. 그리하여 드라큘라가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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