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에는 흑백영화 속 드라큘라만으로 공포가 되었었다. 뾰족한 이빨과 박쥐들, 어두운 밤 풍경, 긴장감 넘치는 음악 등이 시각과 청각을 한껏 어지럽혔다. 마지막에 드라큘라의 죽음으로 끝이 날 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하였다.
열린책들 드라큘라를 받고 보니 잘 알고 있는 이야기였지만 원작은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반 책보다 큰 판형에 삽화까지 있어 책을 넘기니 왠지 옛 시대로 돌아간 것 같고 해리포터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읽는 동안 밤낮이 바뀌었다. 낮에 읽어보려 해보았지만 몰입감이 떨어졌어 몇 장 읽지를 못했다. 불 꺼진 방에서 스탠드 하나에 의지해서 읽으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읽었었다. 늑대나 이리의 울음소리, 밤의 창가를 두드리는 박쥐의 파닥이는 날개 소리, 어둠 속에 스르르 스며드는 안개, 번득이는 날카로운 이빨, 흩날리는 눈발. 시각, 청각, 촉각 등의 감각을 일깨우는 단어와 문장들의 조합은 책 안으로 끌려들어 가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제가 뭘 원하는지 분명히 말씀드리겠어요.
여러분들은 제가 하나같이 모두
- 그리고 당신, 제가 사랑하는 남편까지도 -
때가 되면 저를 죽여 주겠다고 약속하셔야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