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 후에 죽는다
사카키바야시 메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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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초』라는 독특한 소재의 4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15초 후에 죽는다」는 내용도 신선했다. 15초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어떤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 책을 열었다.


이런, 아직 15초가 남았네요.

15초 후에 죽는다 p18


표제작 「15초」는 구성이 재미있었다. 자신이 15초 후에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그 시간을 어떻게 할까 고민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타임 스톱이 가능하여 시간을 잠시 멈출 수 있다는 설정이 추가되어 생각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해도 죽음을 앞두고 제대로 무언가를 떠올린다는 것만으로 힘든 상황이다. 그 상황에서 범인에 대한 단서를 남기는 방법을 생각해 내고 실행하기에는 15초는 너무나 짧아 보인다. 글의 마지막 반전이 놀라웠다. 추리소설을 꽤 좋아해서 대부분의 책은 읽으며 웬만한 추리는 가능해 범인을 찾거나 숨겨진 복선은 자주 찾아낸다. 하지만 15초에서는 마지막까지 작가가 의도한 결말을 예측할 수 없었다. 다 읽고 다시 처음부터 읽으니 글 곳곳에 복선들이 숨겨져 있었다. 자신을 죽인 범인을 위해서일까? 아니면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 싶어서 일까? 끝에 가서야 밝혀지는 저자의 숨겨진 의도를 알고 나니 놀라움은 배가 되었다. 만약 처음 생각했던 의도대로 복수를 위해서라면 최고의 복수가 아닐까 한다.


「이다음 충격적인 결말이」는 제목에 결말? 너무 궁금한데 마지막부터 볼까라는 유혹이 유독 많았던 단편이었다. 가끔 책이 너무 안 읽히거나 너무 흥미로워서 결말이 궁금할 때 마지막부터 볼 때도 있다. 너무 큰 유혹이었지만 처음부터 차근히 읽었다. 타임워프라는 소재는 닥터 스트레인지나 닥터 후를 통해 접한 내용이라 소재가 신선하지 않다 생각했다. 하지만 쌍방향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TV라는 소재와 결합이 되자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되었다. 시리즈 드라마의 마지막 결말 15초를 알고 싶어 되짚어가는 과정에 작가가 교묘히 숨겨놓은 복선들이 연결될 때마다 감탄이 나왔다. 왜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예 작가가 일본 추리소설계를 놀라게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잠을 못 자는 것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 자려 누어서 2-3시간은 뒤척여야 잠이 든다. 양도 세어보고 숫자도 세어보고 따뜻한 우유도 마셔보고 하지만 쉽지 않다. 두 번째 단편의 소재가 타임워프였다면 세 번째 단편 「불면증」은 타임 루프이다. 어떤 기점으로 같은 시간이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몇 번 되풀이될 때까지 응?! 머지 하였다. 상황 파악이 된 것은 중반부쯤이었다. 4편의 단편 중 몰입감이 가장 높았다. 이야기에 집중해 보지 않으면 흐름을 놓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요우의 선택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여운이 길게 남았다.


마지막 단편 「머리가 잘려도 죽지 않는 우리의 머리 없는 살인 사건」은 분량이 가장 많은 단편이었다. 거의 책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였다. 머리를 뽑아내어도 죽지 않는다는 설정을 본 적이 있었나 떠올려보았으나 없었다. 작가는 글 초반에 모든 단서를 제공하였었다. 제시된 단 두 가지 단서만으로 사건은 해결될 수 있었지만 책을 모두 읽고 나서야 알아차렸다. 사람이 얼마나 이기적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타인의 목숨을 빼앗어라도 원하는 목적을 이루고 나면 과연 행복할까? 다른 모든 이들이 모른다고 하여도 자신은 알고 있다. 자신의 양심의 가책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의 심리가 너무 궁금해지는 이야기였다.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엘러리 퀸의 소설 속에서 총에 맞아 죽어가며 다잉 메시지를 남기는 부분을 읽다 생각한 소재라고 하였다. 추리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다잉 메시지를 볼 때면 정말 저러한 내용을 남길 시간이 있을까 의문만으로 끝나는 독자와 그것으로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이 작가와의 차이이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눈에 들어온 <다음에는 조금 더 어렵게 만들어 주지.>라는 문장이 저자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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