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로맨스
앤 래드클리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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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로맨스라는 부드럽고 로맨틱한 제목과 고딕소설이라는 장르는 연결하기는 어려웠다. 표지 그림을 보니 라푼젤처럼 성에 갇혀 억압과 학대 등을 당하는 이야기인가 하며 책장을 열었다. 하지만 생각했던 스토리와는 전혀 다른 전개였다. 아들린은 도대체 어떻게 그 많은 공포와 장애물 같은 고난을 버티고 넘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으며 책을 읽었다.


죄송합니다. 후작과의 결혼은 화려하긴 하겠지만

절대 행복한 삶이 아닙니다.

그분은 저의 혐오감을 자극할 뿐입니다.

부디, 그분은 더 이상 언급하지 말아주세요.

숲속의 로맨스 P219


라 모트는 아들린에게 몽탈 후작의 청혼을 받아들이라 한다. 그러나 아들린은 단호한 태도로 거절한다. 자신을 구해주고 신세 지고 있는 라 모트의 부탁이라 하여도 결코 자신을 내어주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여야 자신을 지킬 수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기 확신이다. 다른 이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무리한 부탁인 줄 알면서도 마지못해 하면서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그러한 이들이 반복이 되니 어느 순간 당연하다는 듯 일이 주어지며 감사하다는 인사도 사라지고 시간이나 여건이 안 되어 힘겹게 거절하면 질책이 돌아온다. 하여 그런 관계를 단호히 끊은 적이 있었다, 자신을 지키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본인이다. 아들린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아들린은 기회는 많지 않았으나

어쨌든 책이 있는 곳이면 책을 읽었다.

지식을 갈구하는 마음에 와닿는 책들은

아름답고 우아한 것들에

대한 감수성이 각별한 그녀에게 흠뻑 흡수되었다.

숲속의 로맨스 P302


라 모트에게 구해져 함께 수도원에서 생활할 때도 그가 가지고 있던 몇 권 되지 않는 책을 열심히 읽었다. 그녀는 힘겨운 도망자 신세지만 어느 곳에서든 책이 있으면 읽으려 노력했다. 어린 시절부터 수녀원에서 자랐고 부모의 도움도 없었지만 극복하기 힘든 고난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책이 알려주었다. 그를 통해 얻은 그녀의 선량한 성품과 아름다운 마음가짐은 은연중에 드러났다. 이에 혼자서는 해결하기 힘든 고난이 생길 때마다 주변의 도움이 있었다. 페터, 라 모트, 테오로드. 라 뤼크 등 그 이외에도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는다.


고딕소설답게 이어지는 서스펜스에 긴장감이 넘친다. 분명 위기에서 벗어난듯하였는데 또 다른 음모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를 극복해 나가는 아들린의 여정은 험난하다. 19세기 대표적인 고딕소설의 작가인 앤 래드클리프의 작품은 현재까지도 꾸준히 읽히며 사랑받고 있다. 그녀는 박해받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며 합리적으로 설명되는 공포로 호기심을 높인다. 그러다 차츰 이성적으로 현실을 각성하며 회복한다. 아들린도 처음에는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몽탈 후작에게 위협을 받지만 테오로드와 라 뤼크가의 사람들을 만나며 심리적 안정과 치유를 받는다.


안정되어 보이는 듯하던 아들린의 삶은 만날 수 없을 것 같던 테오로드의 소식을 알게 되며 다시 격랑에 휩싸인다. 라 뤼크와 테오로드의 놀라운 관계가 드러나며 일촉측발의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테오로드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지, 테오로드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일들에 왜 아들린의 진짜(?) 아버지가 등장하는지, 아들린과 몽탈 후작의 관계는 도대체 무엇인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반전에 반전은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고딕소설이 무엇인지 진가를 알고 싶다면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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