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대학 졸업여행 때 간 적이 있다. 지금은 고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의 수학여행이나 아니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단체여행의 패키지 일정으로 간 여행이라 돌아본 곳이 거기서 거기였다. 성산일출봉, 천지연폭포, 한라산 등 바쁜 일정에 휘리릭 돌아본 것이 다였다. 그러고 나서는 계획만 세우고 가지는 못하였다. 내년에는 꼭 갈 거라고 남편에게 몇 번이나 못을 박았다. 만약 이번에도 못 간다 안 간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혼자서라도 갈 예정이다. 단체 여행에 바쁘게 지나쳤던 일정이라도 제주도 여행은 기억에 남았다. 특히 돌아올 때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부산에서 내릴 때 배 위에서 본 일출은 잊히지가 않았다. 바닷가에서 자라나 일출은 많이 보았지만 바다 한가운데서 맞이한 일출은 너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한 기억이 있는 제주도를 책으로 만나는 일은 가슴을 설레게 했다.
책표지를 넘기고 눈에 들어온 이민 작가의 사인이 반가웠다. 뒷면에 매직이 번진 걸 보니 직접 사인하신 것 같았다. 한참을 보다 조심스러워 넘긴 책장들을 가득 메운 그림들은 사진과는 완연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 사진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날것 그대로 보여 준다면 이민 작가의 그림은 옛 향수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왔다.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그림들도 있고 단출하게 스케치만 되어 있는 그림, 흑백의 대비로 아날로그 감성을 일으키는 그림 등 다양한 그림들이 정겨움을 담고 있었다.
책장을 넘기다 만난 고씨 책방 그림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책방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짧게 지나가서 아쉬웠다. 두 권의 책을 한 권으로 추려 만드느라 많은 부분이 간단간단하게 소개되고 지나가는 부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 만족스러워하기로 하였다. 책을 덮고 바로 제주도 책방을 폭풍 검색하였다.
아름다운 국제 관광도시, 최고의 여행지로만 알고 있는
제주도의 겉모습 뒤에 숨어 있는 너무도 슬픈 이야기들.
송일준 PD × 이민 작가의 제주도 랩소디 P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