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준 PD·이민 작가의 제주도 랩소디 - 아름다움과 맛에 인문학이 더해진 PD와 화가의 제주도 콜라보
송일준 지음, 이민 그림 / 스타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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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대학 졸업여행 때 간 적이 있다. 지금은 고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의 수학여행이나 아니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단체여행의 패키지 일정으로 간 여행이라 돌아본 곳이 거기서 거기였다. 성산일출봉, 천지연폭포, 한라산 등 바쁜 일정에 휘리릭 돌아본 것이 다였다. 그러고 나서는 계획만 세우고 가지는 못하였다. 내년에는 꼭 갈 거라고 남편에게 몇 번이나 못을 박았다. 만약 이번에도 못 간다 안 간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혼자서라도 갈 예정이다. 단체 여행에 바쁘게 지나쳤던 일정이라도 제주도 여행은 기억에 남았다. 특히 돌아올 때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부산에서 내릴 때 배 위에서 본 일출은 잊히지가 않았다. 바닷가에서 자라나 일출은 많이 보았지만 바다 한가운데서 맞이한 일출은 너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한 기억이 있는 제주도를 책으로 만나는 일은 가슴을 설레게 했다.

책표지를 넘기고 눈에 들어온 이민 작가의 사인이 반가웠다. 뒷면에 매직이 번진 걸 보니 직접 사인하신 것 같았다. 한참을 보다 조심스러워 넘긴 책장들을 가득 메운 그림들은 사진과는 완연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 사진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날것 그대로 보여 준다면 이민 작가의 그림은 옛 향수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왔다.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그림들도 있고 단출하게 스케치만 되어 있는 그림, 흑백의 대비로 아날로그 감성을 일으키는 그림 등 다양한 그림들이 정겨움을 담고 있었다.

책장을 넘기다 만난 고씨 책방 그림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책방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짧게 지나가서 아쉬웠다. 두 권의 책을 한 권으로 추려 만드느라 많은 부분이 간단간단하게 소개되고 지나가는 부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 만족스러워하기로 하였다. 책을 덮고 바로 제주도 책방을 폭풍 검색하였다.


아름다운 국제 관광도시, 최고의 여행지로만 알고 있는

제주도의 겉모습 뒤에 숨어 있는 너무도 슬픈 이야기들.

송일준 PD × 이민 작가의 제주도 랩소디 P056


제주 4.3 사건은 자세히 알지는 못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과거나 현재에 직접 겪은 일들 중심으로 살아가기에 오래전 일이에는 대체로 무관심할 때가 있다. 1980년대 광주사건보다 더 참혹했다는 사건이 어떻게 최근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을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역사 이야기를 좋아해서 역사 책을 많이 보지만 고려나 조선시대 이야기 방면만 많이 읽은 듯하였다, 근현대 역사서를 찾아서 읽어보아야겠다. 4.3사건 이외에도 제주도에 관련한 가슴 아픈 역사가 많다는 건 예전에 선을 넘는 녀석들에서 잠깐 보아 알고 있었지만 무심히 지나친듯했다. 다시 방송을 찾아서 봐야 할 듯하다. 그리고 제주를 방문하게 되면 4.3평화기념관을 방문해야겠다.


원래 중국 온주에서 들어와 제주도 서귀포 지역에서 재배하기 시작한 재래종 귤은 갑신정변 후 제주도로 유배된 박영효가 일본에서 들여와 심은 개량종 귤로 바뀐다. 관광지 쇠소깍이 있는 효돈동 일대가 예로부터 귤 재배 지역으로 유명하다. 감귤 박물관이 있다.

송일준 PD × 이민 작가의 제주도 랩소디 P213


식구들 모두 겨울이면 귤을 몇 박스나 먹는 귤 귀신이다. 몇 해 전 제주도에 사는 친한 언니가 귤을 보내 준 적이 있는데 다음 해부터 귤 수확철이 되면 문자가 왔다. 그곳은 귤을 냉장고에 넣지 않고 수확철이 오기 얼마 전에 미리 예약을 받아서 귤을 따면 바로 보내 주는 곳이었다. 진짜 노지 귤인지 모양이 예쁘지는 않지만 맛있다. 금방 상하는 게 귤이라 많이 주문하지 못하는 게 늘 아쉽다. 맛있는 귤을 먹기만 하였는데 고려 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제주 도민들에게 고통을 주었다. 1년에 스무 차례나 진상하기 위해 나무에 달리 귤 수를 세어 관리하였다. 이에 너무 시달리다 못한 농민들이 귤 나무뿌리에 뜨거운 물을 부어 고사 시켰다. 자신들이 직접 키운 귤 나무를 고사 시킬 정도로 귤은 제주 농민들에게 고통을 주었다. 예전에 즐겨본 드라마에서 귤이 진상되면 황감과를 실시하고 성균관 유생들에게 귤을 상으로 내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때는 귤이 많이 귀하여 그렇나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누군가에는 일상에 흔해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다른 이들에게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들이라는 것이 있다 것을 새삼 깨닫는다.


제주도에서 어딜 갈 때는 반드시 사전예약 필요 유무, 티켓 할인 구매 가능 여부 등등을 체크해야 한다. 알면서 깜박하고, 모르면서 무작정 찾아갔다가는 손해만 보고 있다.

송일준 PD × 이민 작가의 제주도 랩소디 P219


제주도 여행은 제주로 출발하기 전에 미리 일정을 꼼꼼히 짜고 방문할 곳의 홈페이지등을 미리 방문해서 사전예약이나 방문 인원수 제한 등등을 미리 체크하여야 한다. 계획형 인간이라 항상 계획은 잘 짠다. 그러나 사람 사는 일이 항상 계획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계획하지 않은 일들에서도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가다 보며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내년의 제주도 방문은 멀었는데 마음이 이미 들떠 있다. 어떤 여행이 기다릴지 상상해 보는 것도 작은 행복이 되었다. 제주도 사람도 모르는 제주를 찾아 느긋하게 즐기고 싶다.


송일준 PD는 광주 MBC 사장을 끝으로 퇴사 후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한다. 그 이야기를 송일준 PD 제주도 한 달 살기 책으로 출간한다. 그러나 400여 쪽으로 너무 방대하여 줄인 책이 제주도 랩소디이다. 이민 작가의 독특하고 정감 있는 그림이 더해져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제주도 여행 안내서가 탄생하였다. 처음 제주도를 찾던 자주 방문하던 한 번쯤은 읽어보면 색다른 제주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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