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싸부 - Chinese Restaurant From 1984
김자령 지음 / 시월이일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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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살던 동네에 노부부가 하던 오랜 단골 중국집이 있다. 바깥주인은 주방을 맡고 안주인을 홀에서 서빙을 한다. 질보다는 양을 선호하는 남편이 특히 좋아하던 곳이다. 여러 메뉴 중 쟁반짜장과 볶음밥을 좋아해서 자주 먹었다. 단골이라 쟁반짜장 곱빼기 하나를 시켜도 신랑과 둘이서 배불리 먹을 정도로 많은 양을 주셨다. 이사를 오고 자주 가지 못하나 가끔 신랑은 근처에 일이 있어 가끔 들리곤 한다. 최근에 갔다 온 신랑이 맛이 변한 것 같다고 했다. 처음 갔을 때도 나이가 지긋하셨는데 1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으니 그때보다 더 나이가 드셨을 것이다. 늘 똑같은 일상이라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하다 가끔 이런 일들을 주위에서 보면 눈앞에서 몇 년이 사라진 느낌에 놀란다. 「세월에는 장사 없다」라는 말이 있듯 시간의 흐름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드라마 작가와 영화 극본을 쓴 이력 때문이지 책을 읽는 동안 장면 장면이 눈앞을 스치며 시리즈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각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뚜렷하고 톡톡 튀는 문장들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꼰대 싸부 두위광의 시시각각 변해가는 모습에 어쩌면 나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면 또 시작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아들들을 보며 엄마 말은 다 「경험자의 말이라고」라며 언성이 올라간다. 그래서 좀 더 몰입이 되지 않았을까?


요령을 알면 쉬워. 중식의 요리명에는 보통 조리법과 재료의 종류, 모양, 식도법, 지명 같은 게 붙어 있거든. 조리법과 재료를 알면, 어떤 요리인지 대충 감이 와. 예를 들면 탕수육은 설탕의 당(糖), 식초의 초(醋), 고기의 육(肉)이 합쳐진 말이야. 양념과 재료의 조합이지.

건담 싸부 P97


엄청나게 많이 탕수육을 먹었지만 이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탕수육 소스가 달콤새콤 한 맛이 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작은 아들은 소스를 싫어해서 탕수육이나 돈가스를 소스 없이 먹는다. 도저히 이해는 안 되지만 각자의 취향 다르니 별말은 하지 않는다. 탕수육이 부먹인 이유를 알게 되어 찍먹 부먹 중 찍먹파였는데 부먹파!가 될 것 같다.


손님들에게 「천러얼츠!」를 외치는 두위광을 처음에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음식을 만드는 것은 요리사이지만 먹는 것은 손님이다. 손님의 성격이나 여러 가지의 상황에 따라 천천히 먹을 수도 있고 요즘은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 사진이나 촬영을 하는 경우도 있다. 먹는 것은 손님 영역이 아닌가. 그러나 「음식이 식으면 향이고 맛이고 다 사라지는데. 그렇게 영혼이 빠져나간 음식을 뭔 맛으로 먹어요? 요리에는 맛있는 온도가 있어요. P225」라면 진심으로 고객에게 이야기하는 두위광을 보며 음식을 먹는 것도 때가 있구나라는 깨달음이 들었다.


요리에 진심이고 손님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은 두위광이지만 건담은 결국 폐업을 한다. 이제 더 이상 출근을 하지 않게 된 그는 본경과 나희 요리를 보고 먹으며 변화에 대해 생각한다. 새로운 길을 걸어보고 처음으로 다른 가게들을 방문하여 색다른 음식들을 먹어본다. 자신만의 성인 「건담(健啖))」이 자신의 세상이 전부인 줄 알던 이가 그 세상이 무너지고 나서야 진짜 세상을 만나게 되었다. 동네 여기저기를 여행하며 동네 여행자가 되어 변화한 세상을 접하고 즐기기 시작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아이처럼 모든 것들이 낯선 그의 곁을 본경과 나희, 창모가 지킨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시작한다.


두위광은 생각했다. 변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겠지. 오히려 기존의 질서를 깨고 혼란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갖고 있었던 것마저 거두 갈 수도 있겠지. 그러나 나는 모른다. 변화해 보적이 없으니 알 턱이 없다. 이렇다 할 정답을 말해주는 이도 없으니 변화해 봐야 알 일. 그 길을 한번 가보기로 하자. 그러나 이제는 안다. 변화는 기회를 만든다. 그것만을 도 큰 수확이다.

건담 싸부 P425


건담싸부 두위광은 변했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그의 음식이 변하고 손님들을 대하는 방식이 변하였으나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남편과 함께 단골 중국집에 쟁반짜장을 먹으러 다녀와야겠다. 현재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꼰대 싸부 두위광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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