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열린책들 세계문학 246
케이트 쇼팽 지음, 한애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각성

케이트 쇼팽 지음 ㅣ 한애경 옮김 ㅣ열린책들 펴냄


사람을 「내것」 이라 하며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타인의 몸과 영혼이 자신의 것인 양 그의 삶을 마음대로 흔든다. 때로는 가장 사랑하는 이들도 남편이라는 아내라는 자식이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손에 리모컨을 쥔 듯 조정한다. 21세기인 지금은 그러한 의식이 많이 희석되어 사라졌지만 애드가 살아가던 시대에는 사회적으로 보편된 관념이었다. 아내이자 한 여성이 그와 같은 깊이 뿌리내린 관념들의 편견에 맞서 자신의 내면과 주변 세계와의 관계를 깨달아가며 당당히 독립된 개인으로 「각성」해 가는 과정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그 시대에 용인되기 힘든 허용범위를 넘기지는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


로베르는 몰랐다. 그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각성 P243


한 장의 편지로 인하여 이른 결말은 조금 허탈했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어 19세기의 애드나에 온전히 몰입할 수 없었서일까? 그럼에도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애드나를 안아주고 싶다. 이제 독립의 첫걸음을 내디디며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기 시작했으나 이루지 못한다. 과거든 현재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독립을 하는 것을 쉽지 않다. 독립은 경제적 독립과 함께 정신적 독립도 이루어져야 한다. 애드나가 로베르를 사랑했지만 자신의 내면을 좀 더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홀로 당당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면 각성의 마지막 단계에 도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읽은 책들과 읽을 책들에 「이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너무나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사회를 따라가다 보면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그렇게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사람들은 타인은 이해하고 배려하려 노력하지만 정작 자신은 소모품처럼 아무렇게나 소비한다. 소모품은 사용하다 보면 닳아 없어지나 비워지기에 다시 채워야 한다.


애드나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자신을 더 사랑해 주라고...


케이트 쇼팽 스스로는 페미니즘을 표방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각성」과 「한 시간 이야기」 등 대표작에서 남성 중심의 억압된 미국 사회에서의 여성의 삶을 드러내며 여성주의 작가로 알려지게 된다. 쇼팽은 기 드 모파상의 열렬한 팬으로 그의 문체에 영향을 받았지만 자신만의 취향에 맞는 글을 쓰기 위해 모파상의 기법과 스타일을 초월한다. 그녀는 자신의 주변 상황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단어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많은 지식인들이 쇼팽의 작품을 우연히 여자로 태어난 한 개인이 일상적인 감상이라고 인식했지만. 제인 르 마퀀드는 쇼팽의 글을 새로운 페미니즘의 탄생이라 보았다. 마퀸드는 「쇼팽은 타자인, 여성에게 개인적인 정체성, 자아 감각을 부여함으로써 가부장제를 훼손한다. 그녀의 작품은 이러한 여성의 깨달음을 기록한 것이다. 그녀의 삶의 '공식적인' 모습은 주변의 남자들에 의해 구축돼지었지만, 그것은 그녀의 이야기 속 여성을 통해 재평가 받고 전복된다.'라고 평했다. 쇼팽은 여성의 힘을 믿었으며 그 믿음을 자신만의 문학적 창작 능력을 활용하여 표현했다. 이는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소설을 통해 표현한 자신의 이야기를 의미 있게 전달하기 위해 현실을 과장하는 허구적 표현이 필요했을 것이다.


당시 금기시되었던 여성의 성적 욕망과 일탈을 그리며 결혼 제도를 공격했다는 이유로 거센 반발을 받으면 출판이 금지되어 절판이 된다. 이후 그녀는 왕성하던 작품 활동을 하지 않다가 1904년 뇌출혈로 사망한다. 쇼팽 사후 60여 년 후 페미니즘 소설의 선구자로 조명 받으며 재평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