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인생 열린책들 세계문학 275
카렐 차페크 지음, 송순섭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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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작성하려 주인공 이름을 찾아보니 나오지 않았다.

처음 '포렐'이라는 주인공 친구의 이름이 나오고 의사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의 회고록에도 본인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주변인들의 이름만 나온다.

작가는 주인공에게 이름을 부여하지 않고 노신사와 우리를 하나로 묶으려 한 듯하다.


이야기 초반에 나오는 생소한 나무 이름들과 꽃 이름들은 나를 잠시 당혹하게 했다.

책을 이미지화하며 읽는 버릇이 있는데 모르는 나무와 꽃 이름들의 나열에 잠시 책을 내려두고 찾아보며 읽어 초반 읽기 속도는 느렸다.


어린 시절 노신사는 나뭇조각을 바닥에 박고 울타리를 쳐 자신만의 세계로 도망쳤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많은 것들 - 딸랑이 장난감이나 장난감 칼을 만드는 각목, 시소 -이 있음에도 경찰관이 경례하는 검은 코트를 입은 아버지에 기대어 과시해도 아이들의 세계에 들어갈 수 없었다.


녀석에게 보여줄 거야! 나는 나사를 계속 조였다.

이미 통증이 아닌 황홀감이 느껴졌다.

평범한 인생 중

미장이 아들이 친구 삼지 않는 것이 인생을 결정하는 큰 사건이라 생각할 정도로 어딘가에 속하고 싶어 한다.

소속감

어딘지 모르게 편안하고 안정감을 주는 말이다.

노신사는 끊임없이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원하고 소속된 세계가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듯하다.

하지만 노신사는 울타리에, 학교와 친구들에, 아내에, 역에 끊임없이 소속되기를 원하지만 소속된 적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자신의 삶에 울타리를 쳐야 했다는 말인가?

    그래, 자신만의 세계를 가져야 했네.'


톱밥을 채운 조그만 울타리, 그의 작은 역, 가정

어떤 세계든 소속되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 세계는 저항이자 도피처였다.

노신사는 왜 자신만의 세계로 도피했을까?

사람과의 관계에 선을 긋는 버릇이 있다.

그어놓은 선을 넘어오려 하면 자기방어적으로 된다.

나만이 들어가 있는 울타리는 무엇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려 했을까? 아니면 누군가를 나로부터 보호하려 했을까?


노신사는 자신의 인생이 평범하다 생각되어

'사실, 아주 평범한 삶에 대한 전기를 쓰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라는 의문에서 회고록을 써 내려간다.

써 내려가는 동안 자신의 인생이 평범한 인생 이외의 다른 인생들의 자아들이 있다는 걸 깨달아 간다.

'나의 삶에서는 비일상적이고 극적인 일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라던

평범한 인생은 노신사의 자아 중 하나이다.

자신은 평범했다, 끊임없이 말한다.

'그는 주목을 받고 조금이라도 더 출세하려 하며 살았다.'

'사실 그때 나의 인생 전체에 변화가 일어났고,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자신은 평범한 인생을 살아왔다 주장하나 다른 자아들에 의해 아님을 인정한다.


나는 내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이 되며 가능성이기만

했던 것은 현실이 된다.

나를 제한하는 이 자아가 내가 아니면 아닐수록

나를 더 많은 존재가 된다

평범한 인생 중

억척이, 우울증, 시인, 평범한 인생 등 이외에도 다른 자아가 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을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지금은 다른 모습으로 서 있었을까?

나는 몇 개의 자아가 있을까?

나의 생은 평범했나?

많은 질문을 던져보게 한다.


한 사람의 자아를 결정하는 건 무엇일까?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 친구? 직장동료? 남편이나 아내?

위문장 전에 '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이해할수록 나 자신의 삶은 더욱 완성되리라.'라는 문장이 있다.

나가 아닌 우리가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

노신사는 혼자라는 지독한 고독감에 어떤 세계든 소속되려고 한 것이 아닌가 한다.


작가의 후기에는 <세상에는 나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안에 들어있는 많은 언어를 통하여 서로의 의사를 교환할 수 있다. 형제애와 다양성!>리라고 결론을 내린다.> -역자 해 설 중 -


한 사람의 자아는 그 사람이 만나 온 수많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을 만나 자신의 자아를 넓혀가면 보다 나은 인생이 될 것이다.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왔으며 만나 본 사람 중 나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준 사람이 있는가 하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한다.

또 나는 다른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여러모로 지금껏 걸어왔던 나의 삶 인생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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