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문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책세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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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이 책을 읽으려 손에 들면 꼭 어떤 일들이 생겨 읽는 게 느릿느릿했다.

하지만 책장 마지막을 덮는 순간 느릿느릿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부에 깔린 느낌은 외로움이었다. 내겐 그렇게 느껴졌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언니인 마키코와 조카인 미도리코와 함께한 이야기인데 그냥 아, 나쓰코 외롭구나 이런 느낌이 들었다.

행복에는 여러 정의가 있을 테지만,

살아 있는 인간은 누구나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자신의 행복을 찾는다.

여름의 문

나쓰코는 마키코와 미도리코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둘은 몇 개월간 말을 하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좋아 보이지 않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미도리코의 노트 글에서는 엄마에 대한 애틋함이 묻어나는 것 같았다.

그 노트를 읽은 나쓰코는 둘 안에 있는 어떤 유대감을 본 것은 아닐까?

고미 할머니 엄마 언니 미도리코로 이어지는 선에서 자신은 동떨어진듯한 느낌을 받았을까?

그들이 돌아간 집에 돌아와 마키코의 얼굴 자국이 묻은 비즈 쿠션, 미도리코가 보던 문고본 등 그들의 흔적을 보며 느꼈을 헛헛함이 전해지는 듯하였다.

나쓰코가 무의식중에 찾는 행복은 어떤 것일까?

벌써 몇 년째 출구 없는

여름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인다.

여름의 문

몇 년째 쓰고 있는 소설은 제자리걸음이다.

옛 아르바이트 동료들의 모임에서도 혼자 남편과 아이가 없어서 대화에서 겉돈다.

2년 전부터 만나는 센가와 료코도와 별다른 이야기 없이 만나고 헤어진다.

비슷비슷한 일상 속에서 몇년 전부터 자신의 아이를 만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불임 관련 블로거나 관련 내용을 찾아보다 우연히 정자은행에 대해 접한다.

'정자은행'

그런 곳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았다.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임신한다는 것.

아이를 가지는 것에 대해 젠은 부모의 이기심이라고 했다.

태어남은 아이가 선택할 수 없다.

지금까지 태어난 모든 사람이 자신의 태어남을 선택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선택해서 태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이기적인가 하는 물음이 계속해서 따라다녔다.

임신과 출산이 종착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후에 아이의 인생은 계속됩니다.

여름의 문

'태어남은 태어남'이 아닐까?

어떤 이유로 태어났던 어떤 방식으로 태어났던 태어남은 태어남이다.

그 아이를 다시 난자와 정자로 만들 수도 없다.

살아 숨 쉬는 생명이다.

태어남에 대해서는 어떤 비난도 할 수 없지 않을까?

아이가 그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부모나 주변인의 영향을 받는다.

아이자와 준은 비록 친아버지는 아니었지만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내 아버지는 당신'이라고 말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한다.

자신의 친아버지를 찾기 위해 노력했던 준이다.

그럼에도 준은 아버지와 함께 했던 많은 것들을 기억하고 있다.

현재는 가족형태가 다양하다.

한 부모 가정, 조손가정, 미혼부모 가정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불행한가?

부모가 있는 아이들은 모두 행복한가?

둘 다 아니다.

선택해서 태어나지는 못했지만 태어난 아이들은 모두 사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태어나게 한 책임과 의무만이 아니라 사랑도 있어야 한다.

아이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난 것뿐이다.

느릿느릿 이 책을 읽으며 돌아가신 친정엄마 생각도 하고 두 아들도 생각해 보았다.

엄마는 절대적 사랑을 내게 주셨는데 나는 과연 두 아들에게 그런 사랑을 주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읽은 몇 권의 책들이 부모에 대해 아이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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