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미친 여자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박오복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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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기다렸던 책 이번 하반기 독서는 다락방에서 미친 여자들과 함께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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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터베리 이야기 - 하 을유세계문학전집 120
제프리 초서 지음, 최예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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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상권 리뷰를 쓰면서

이 이야기는 민담집 같은 이야기 모음집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의외로(?) 이야기 속 화자는 명확하다. 작가 초서 본인이 등장한다.

그는 '나'로 등장하며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한줄평을 던지기도 하고, 별점도 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하기도 한다.

나는 그의 존재가 이야기 속에 드러난다는 점으로 보아

[캔터베리 이야기]는 명백한 소설로 읽힌다.

소설가가 자신의 문체를 찾아 탐구하고 고뇌하는 과정이 그대로 드러난 소설.

[캔터베리 이야기] 하권 중간에서 초서는 완전한 운문으로 토파스 경 이야기를 하다 독자의 항의를 받고 중단한 뒤 새로운 이야기를 꺼낸다. 완전한 산문으로 된 멜리비 이야기를 완주한다.

독자를 고려하여 새로운 문체를 찾아 나서는 일이 소설가의 임무다.

어떤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가?

초서는 당대의 이야기를 집대성한, 가능한 많은 이야기를 자신의 책 속에 끌어안고 싶었고 달성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 앞에서 결국 책은 미완성으로 남았다.

미완의 결말조차 지극히 소설적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작가가 원하기만 하면 끝없이 쓸 수 있는 작품이야말로

궁극의 소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캔터베리 이야기]는 소설의 역사 초입에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청을 하나 올리겠습니다.

제 이야기가 좀 다르다고 생각하시거나

예를 들면 여러분이 전에 들으신 이야기보다

지금 하려는 짧은 이야기 안에 속담이 더 많더라도

제 주제의 효과를 강조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전에 들으신 것과

꼭 같은 단어들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부탁드리는데 저를 비난하지 말아 주십시오.

제가 전달하려는 교훈은

제가 쓰는 이 재미있는 이야기의 출처인

짧은 글의 교훈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여러분은 아시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제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끝까지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제프리 초서, [캔터베리 이야기] 하권, 102쪽,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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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영원했다
정지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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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순간에 책을 동행하고 여행을 떠나는 일에도 예외가 없는데

아이와 함께한 여행과 책이란 얼핏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매 순간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해야 하기에

당장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몰입할 수 있는 책으로 골라야 한다.

시집, 그리고 독특한 소설,

김혜순 시인의 신간과 정지돈 소설가의 장편소설,


소설이 아무 페이지나 펼칠 수 있는가?

정지돈의 소설이라면 가능하다.

애초에 [모든 것은 영원했다]는 그렇게 씌어진 소설이다.

주인공 정웰링턴이 있고,

화자 나-정웰링턴의 이야기를 쓰려는 소설가-가 있고,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나 공산주의자로 미국을 떠나 체코에서 의사가 되어 살다 모종의 이유로 중단된 삶을 가진, 현앨리스라는 공산주의자로 북한에 갔다 스파이로 처형된 어머니를 가진, 무엇인가 하려 했으나 아무것도 되지 못했고 그 모든 순간이 무의미했던, 그렇기에 모든 의미를 가진 정웰링턴이란 사람을 소설로 쓰려 시도한 소설가의 소설.

 

-19, 체코에서의 삶이 정웰링턴을 죽음으로 이끈다면 그의 죽음은 필연적인 결과인가? 안나와 윌리의 딸인 타비타의 탄생은 우연적인 결과인가? 하나의 난자가 하나의 정자와 결합하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우연이 거듭되어야 하는가? 우연이 거듭된다는 사실이 곧 우연이 아니라는 뜻 아닌가? 지금 시대에는 무의미해 보이는 이러한 논쟁이 그들에게는 행위의 근본 원칙이 되었다. 그러므로 당시에는 아무것도 무의미하지 않았다. 모든 행위가 유의미했으며 의미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음을 뜻했고 그것은 영원불멸의 법칙이 존재함을 뜻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영원했다.

 

개인적으로 공산주의의 집단적인 사고방식을 좋아하지 않고,

사실 공산주의에 대해 아는 것도 거의 없기에 함부로 말할 순 없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과 이념 논쟁으로 복잡했던 이 시대를 다룬 소설 속 인물들을, 삶의 '의미'를 찾아 애쓰고 투쟁하고 산화한 인간으로 재해석하여 읽는다.

그들은 그 의미를 공산주의로 받아들였고,

의미는 실패했다. 삶은 실패했다.


삶이 실패했다고 인간은 실패하는가?


그 둘은 분명 다르다고 생각하고,

이 소설도 다르다고 말한다.

이게 무슨 소설이냐고, 뚜렷한 사건도 줄거리도 재미도 없는(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소설은 무의미하다고, 무의미한 소설은 실패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소설 속 ''도 혹 이 소설이 실패하지 않았나 소설 속에서 되묻는다. 그리고 그걸 봐 달라 요청한다, 실패 혹은 작가가 해내지 못한 것을.

 

-150, 모든 소설은 그 형태가 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우연적인) 이유가 있다. 작가는 어떤 한계에 의해서 그렇게 쓴다. 다시 말해 소설이 특정 형태가 되는 것은 결단이 아니라 포기에서 온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것이 해낸 것보다 해내지 못한 것을 봐야 한다(*첫 문장에서 괄호 안의 단어 중 적절한 것에 체크 하시오).

 

두 권의 책을 가방에 넣으며 두 권을 번갈아 가며 읽어야겠다 생각했는데,

한 번 펼친 정지돈 작가님 소설을 쉽게 닫을 수 없었다.

비행기에서, 바다로 가는 차 안에서, 바다에서, 카페에서, 아이가 잠든 숙소 소파에 앉아, 계속해서 읽었다. 멈추지 않고 읽은 소설 속 모든 문장은 내게 유의미했고 그러므로 모든 독서와 여행의 순간은 영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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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터베리 이야기 - 상 을유세계문학전집 119
제프리 초서 지음, 최예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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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도서제공 #캔터베리독서단

드라마와 영화가 없을 때, 사람들은 무엇으로 시간을 견뎠을까?
소설을 읽었다.
소설이 없을 때, 사람들은 무엇으로 여행을 견뎠을까?
이야기를 했다.
재미있는 이야기, 슬픈 이야기, 교훈적인 이야기, 노골적인 이야기, 시간을, 삶을 견딜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말로, 노래로, 구전으로.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는 엄밀히 말해 소설은 아니다.
거칠게 말하면 이야기 모음집이다.
민담집, 우화집, 구전되는 이야기들.

15세기 중세 영국 런던의 한 여관에 순례자들이 모인다. 캔터베리 성지 순례를 떠나는 사람들. 거기엔 기사와 귀족 같은 신분 높은 이들부터 성직자, 변호사, 각종 직업인, 평민, 그 당시의 계층을 대표하는 이들이 모여 다 같이 순례를 떠나는 중, 여관 주인이 제안한다. 우리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 기쁜 마음으로 밥값을 내주자고.

그렇게 시작되는 기사의 고결한 이야기,
방앗간 주인의 비속한 이야기,
교훈적인 이야기,
서로를 비방하는 이야기,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신화 혹은 동화 이야기,
수많은 이야기가 하나씩 풀린다.

낭독하기 편한, 우리 고전의 가사 문학의 형태와 비슷한
서사시처럼 느껴지는 형식으로.

오래된 과거의 이야기들 속에서
현재가 얼핏 느껴지는 것은
중세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는 인간이고 인간은 이야기를 좋아하고
이야기는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어린 시절 전래동화 그림책에 몰입하듯 [캔터베리 이야기]에 빠져든다....

이 땅에 살지 않았던 사람이 죽을 수는 없듯이
세상에 사는 사람은 결국 어떻게든 죽는 법,
이 세상은 슬픔으로 가득 찬 길에 불과하고
우리는 이 세상에 왔다가 가는 순례자이다.
그리고 죽음은 세상 모든 슬픔의 종말이다.
#제프리초서 #캔터베리이야기 #을유문화사

#영문학 #고전문학 #문학 #세계문학 #독서 #책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book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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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세구 : 흙의 장벽 1~2 - 전2권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마리즈 콩데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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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구는 술책이 자라나는 정원이다. 세구는 배신 위에 세워진다. 세구 바깥에서 세구에 대해 말하라. 하지만 세구 안에서는 세구에 대해 말하지 마라.


세구, 아프리카 대륙의 높은 흙의 장벽 안쪽 부유하고 번성한 왕국, 왕, 그들의 말로 만사가 다스리는, 귀족, 즉 예레월로 중 하나인 트라오레 가문의 파, 가부장인 두지카로부터 시작되는 소설. 낯선 나라 낯선 용어 소설로 읽어본 적 없는 세계, 그곳이 아프리카.


소설을 다 읽은 뒤 배경인 세구 왕국의 현재 말리 공화국을 검색했다. 이슬람 지하드 반군 공격으로 폭탄이 터지고 UN 평화군이 사망하는 등 화약 냄새가 짙은 기사들이 상단을 차지했다. 18세기 세구 왕국에도 이슬람이 찾아온다. 세구 전통의 조상신들을 경멸하며 유일신 알라를 믿으라 칼을 겨누는 이들, 동시에 아프리카에 유럽인들이 하느님을 데리고 노예와 돈을 찾아 상륙한다. 아프리카는 신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야만적인 대륙이라 단정지으면서.


-1권 125쪽, 불행은 어머니 배 속에 든 아이와 같다. 그 무엇도 그 아이의 탄생을 멈출 수 없다. 아이의 힘과 활기는 어느 결에 불어난다. 정맥과 동맥의 혈관계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다가 아이는 피와 오수와 오물이 철철 흐르는 가운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불행은 아프리카에, 세구 왕국에, 트라오레 가문에 태어난다. 두지카의 아내 니아, 그의 첩들, 아내와 첩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티에코로, 나바, 시가, 말로발리와 그들의 아내와 첩들, 두지카의 동생 디에모고에 그의 아들 티에폴로, 우리에게도 다소 익숙한 가족중심주의와 물신(조상신)숭배사상, 대대로 굳건히 지켜 온 세계와 믿음과 사고방식이 외부의 압력을 받아 하나 둘 파괴되고 버려지면서 등장인물들도 불행한 운명을 맞이한다.


아프리카는 야만의 대륙이 아니다. 독립적이고 독창적인 세계관 아래 구축된 왕국들이 존재하는 곳이다. 다름을 틀림으로 단정짓고 아프리카를 자세히 알려 들지 않은 우리의 선입견을 이 소설은 하나 둘 파괴하고 재구성한다. 마리즈 콩데의 이 소설은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낯선 아프리카 문화와 종교가 단번에 이해되고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성격이 헷갈리지 않고 따라갈 수 있다. 읽다 보면 어느새 나는 세구의 흙의 장벽 너머 번성했던 과거의 도시를 걷고 있다. 기장술을 마시고 그리오(아프리카의 구송 시인)들의 노래를 들으며 붉은 하늘에 감탄한다. 트라오레 가문을 덮친 비극적인 죽음에 대한 노래를 들으며 슬퍼한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 중 하나가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서라면, 우리는 반드시 [세구:흙의 장벽]을 읽어야 한다. 전쟁과 분란이 끊이지 않는 현대 아프리카 대륙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지금은 갈 수 없는 아프리카 고유의 부유하고 번성했던 왕국을 여행하기 위해, 막연한 두려움과 몰이해로 바라보았던 흑인들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 우리는 오해하지 않기 위해 소설을 읽는다.


-1권 74쪽, 아들 하나가 오고, 아들 하나가 간다. 삶은 방적기에서 빠져나오는 무명천과 같아서, 부활의 무덤인 동시에 부부의 침실이자 다산의 자궁이다.


-1권 335쪽, 시가에게 사랑은 우기를 알리는 첫비와 같았다. 건기가 길게 끝없이 이어졌다. 대지는 쩍쩍 갈라지거나 풀풀 흙먼지만 날린다. 풀은 적갈색으로 변한다. 나무들은 더 이상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바싹 말랐다. 그러다가 들판 위로 점점 비구름이 쌓인다. 곧 비구름이 찢어진다. 벌거벗은 아이들이 밖으로 뛰어나가, 여전히 성기면서 뜨거운 빗방울을 뿌리는 첫비를 맞는다. 그러고 나면 모든 것이, 쌀도 기장도 호박도 쑥쑥 자란다. 물고기들은 통발을 채운다. 목동들은 가축에게 물을 먹인다. 파티마 없이 그가 어찌 살 수 있었을까?


-2권 102쪽, 삶이란 무엇인가? 지상에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못하는 덧없는 지나감. 그 의미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시련의 연속.


-2권 459쪽, 퍼뜩 보편적인 신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은 저마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신을 숭배할 권리가 있으며, 인간에게서 삶의 주춧돌인 그의 신앙을 빼앗는 행위는 그를 죽음에 처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왜 알라가 파로나 펨바보다 더 가치가 나가겠는가? 누가 그렇게 결정했는가?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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