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테의 수기 을유세계문학전집 144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김재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펭귄판 말테의 수기를 가장 좋아하는데 같은 번역자분이시네요? 출판사가 바뀌어서 출간된 걸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혼 없는 작가
다와다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엘리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57쪽, 영혼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동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것은 근사한 상상이다. 이 영혼은 그 사람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다. 사람은 영혼이 무엇을 경험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사람과 그의 영혼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존재한다. 샤먼이 자신의 영혼과 함께 살아가듯, 나는 "나의 영혼"이라고 부르는 사람과 같이 삶을 살고 싶다.나는 내 영혼을 보지도 못하고 내 영혼과 이야기를 할 수도 없겠지만, 내가 겪고 쓰는 모든 것은 영혼의 삶과 부합한다. 나는 영혼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내 영혼은 항상 어딘가 떠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와다 요코, 영혼 없는 작가, 엘리


새로운 카페를 찾아가는 일이 귀찮아졌다. 낯선 음식을 먹는 것이 두려워졌다. 변화를 싫어하는 나를 보면서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슬슬 서가를 닫아야 하나, 새 책을 들이는 것을 중단하고 읽은 책 중에서 또 읽고 싶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으로 독서를 좁혀야 하나 고민한다.


그럼에도 새로운 책을 만나는 순간에 터지는 도파민을 외면할 수 없다. 특히 이런 책, 다와다 요코의 [영혼 없는 작가]와 같은 책, 이 책을 쓴 사람은 아마 나와 같은 영혼을 가진 것이라는 강렬한 확신이 드는 책, 전 세계를 나 대신 여행 중인 내 영혼이 독일에서 독일어로 글을 쓰는 일본인 작가 옆에 나란히 앉아 같이 썼다고 주장하고 싶은 책, 매년 하루는 [영혼 없는 작가]를 읽는 날로 정해두고 싶은 책을 읽게 되면 기쁘다. 내 영혼은 나이를 먹지 않았구나.


그러니까 책을 펼치면서 처음으로 읽게 되는 문장이 '우리 할머니에게 여행이란 낯선 물을 마시는 것이었다. 다른 고장에는 다른 물이 있단다. 낯선 풍경은 두려워해야 할 필요가 없지만 낯선 물은 위험할 수 없지.(10쪽)'와 같으면 다른 할 일을 멈추고 계속해서 읽어나갈 수밖에 없다. '책은 침대를 연상시킨다. 사람들이 그 안에서 꿈을 꾸기 때문이다.(107쪽)' 네게 내 눈을 맡기고 꾼 꿈들은 다른 사람에게 절대 말하고 싶지 않아, 다들 질투해서 내 눈을 뽑아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건 너와 나만의 비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에 관하여 수전 손택 더 텍스트
수전 손택 지음, 김하현 옮김 / 윌북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전 손택은 이제 고전이고, 고전이란 항상 현재의 시간을 살아가는 책이다. 영원한 현재성이 될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혜순 죽음 트릴로지 - 『죽음의 자서전』, 『날개 환상통』,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합본
김혜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음의 자서전, 에서

날개 환상통, 에서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까지

세 권의 시집을 한 권으로 이어서, 산문 <죽음의 엄마>까지,


세 권이 한 권처럼 읽히는 마법이

아니 거대한 한 편의 시로 읽히는 기적을 경험하는 [죽음 트릴로지]


지금 이 지구에 탑승하고 있는 사람들 중

백 년 후에 지구에서 하차하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인정사정없는 죽음을 생의 앞뒤에 두고,

죽음의 아라베스크 무늬를 짜거나,

죽음의 돌림노래를 듣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않았을까.

죽음이 우리 앞뒤에 공평하게 있기에 우리의 영혼은 평등하다.

그러기에 죽음은 가장 사나운 선이며 은총이며, 영원이다.

나는 이 시들을 쓰며 매일 죽고 죽었다.

하지만 다시 하루하루 일어나게 만든 것도

이미지와 리듬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죽음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죽음에서 일어날 수도 없는 역설.

시는 죽음에의 선험적 기록이니 그러했으리라.

당신이 내일 내게 온다고 하면, 오늘 나는 죽음에서 일어나리.


-김혜순 죽음 트릴로지, 김혜순, 문학과지성사, 시인의 말


시 속에서 시인이 죽는다. 죽음-하다.

시 속에서 시인이 새가 되어 날아오른다. 새-하다.

시 속에서 시인이 사막으로 간다. 모래-하다.

시인이 시-하다. 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심지어 죽음을 할 수 있다.


죽음 트릴로지를 읽는 시간은 죽음하는 시간이다.


내가 죽고, 엄마가 죽고, 아빠가 죽고, 아기가 죽고, 아기를 낳던 여자가 죽고, 여자가 죽고, 지구가 죽고, 우주가 죽고, 죽음하면 태어날 수 있다. 나는 엄마의 엄마가 되어 아기가 된 엄마를 낳는다. '엄마가 된 딸은 죽음과 짝이 된다'(597쪽, 산문 '죽음의 엄마') 나는 '죽음한다', 죽는 게 아니라 한다, 오직 시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누군가에게 죽음 트릴로지는 아주 불편하고 고약하고 냄새나는 불쾌한 책일 것이다. 시작부터 여자가 지하철에서 쓰러져 죽고 아무도 그녀를 신경쓰지 않는데, 죽었는데, 사십 구 편의 시가 한 편마다 죽음하는데, 나는 죽고 싶지 않은데, 아니지, 네가 거부하는 건 죽는 거고 우리는 죽음하는 것, 그건 엄연히 다르지, 새가 되는 게 아니라 새하기, 모래되기가 아니라 모래하기, 시하기, 읽기하기, 노래하기, 노래하다가 어색하지 않은 단어인 건 기꺼운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니까, 그러니까 우리도 기꺼이 죽음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


세상 모든 살아있는 사람들의 무릎 위에 이 책을 한 권씩 올려놓고 다 읽을 때까지 감시하고 싶다. 죽음을 살아보라고 하고 싶다. 일단은 3천 명의 사람들에게, 허공으로 떠올랐던 삼천 궁녀의 숫자만큼이나, 내 순서는 이천백사십이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 쓰는 로봇 - AI 시대의 문학
노대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만 보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들은, 지금 내가 고민하는 지점을 짚어주는 책일 확률이 높다. 학교에서 국어 수행평가 계획을 짜면서 가장 고민하는 지점이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챗gpt를 쓰지 않고 본인의 힘으로 글을 쓰게 할 수 있을까?'였으니까. 거기에 더해 '사람들이 이제 로봇에게 진찰을 받아 로봇 약사에게 약을 처방받고, 집으로 돌아와 로봇이 내 취향에 딱 맞춰 쓴 소설을 읽는 시대가 오면 인간 소설가는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


노대원 평론가의 평론집 [소설 쓰는 로봇:AI 시대의 문학]은 흥미로운 기획의 글이 많다. 인공지능을 소재로 다룬 소설을 인공지능(챗gpt)과 함께 읽고 평론한 글이라던가, AI에게 시를 쓰게 해 그 시에 대해 대화를 나눈 글이라던가, AI, 트랜스/포스트휴먼, 사변소설, SF 소설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고찰하는 비평글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따라 읽었다. 새롭게 알게 된 개념들, 재확인 및 재정립하게 된 용어들, 읽어야 할 SF 독서 목록, 그래서 AI가 인간을 도울 것인지 대체할 것인지 인간을 밀어낼 것인지에 대한 상상, 평론을 읽는데 소설적 상상력이 자극되는 특이점의 책.


책을 읽는 동안 내 알고리즘에 김애란 작가님의 최인호 청년문학상 수상소감이 들어왔다. 챗gpt와의 대화를 통해 작가가 풀어낸 어떤 답에 대하여, 완벽한 답은 아닐지라도 실마리 하나가 떠올랐다.


거의 모든 순간 이상적이고 모범적인 대답을 내놓는 챗GPT 와 달리 인간은 때로 자신의 이익과 반대되는 선택을 하고, 누군가는 어리석다 할 만한 희생과 도전 그리고 헌신을 하는 존재이니까요. 몸이 있어 비루하고, 몸이 있어 질병과 죽음과 이별을 겪고, 몸이 있어 슬프고, 몸이 있어 전 생애에 걸쳐 한 문장을 여러 방식으로 경험하는 인간 작가 중 한 명으로 이 자리에 서서 제 동료들을 바라봅니다. 몸이 있어 부채감을 느끼고, 몸이 있어 허리 숙여 감사 인사도 전합니다


김애란, 최인호 청년문학상 수상소감 중, 강조는 인용자


-54쪽, AI 문학이 문학의 미래를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하지만, 한편으로 인간은 여전히 문학의 창작과 향유 과정에서 항상 핵심 주체로 남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문학은 인간 진화의 문화적 산물이자 욕망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문학은 본질적으로 신체화된 인간의 정서적 체험에 기반하고 있으며, 마음이론, 마음 읽기 능력과 서사적 역량 등 인간 인지와 삶에 뿌리내리고 있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AI 기술의 발전이 인간 이상의 탁월한 문학을 생성할 수 있어도, AI가 인간의 몸과 체험이 없다면, 그 생성 과정은 인간과 근본적으로 다른 과정이며, 인간처럼 문학을 향유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노대원, 소설 쓰는 로봇, 문학과지성사


소설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몸'에서 태어난 문화이기에 AI가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은 다소 낙관적으로(혹은 비관적으로?) 보일 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이 지금 내 고민에 대한 완벽한 답이 될 수도 없겠지만, 원래 완벽한 답이란 없고 인공지능조차 100프로 완벽한 답을 내릴 수 없기에, 다소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글을 쓴다. 오직 내 손으로 내 머릿속에서 자아낸 문장들을 나열한다. 지금 이 글에는 단 한 줄의 인공지능이 섞이지 않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