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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여인들 을유세계문학전집 70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손영주 옮김 / 을유문화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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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어서 깜짝 놀람 생생한 캐릭터들과 강렬한 갈등, 섬세한 심리묘사, 지금도 유효한 철학적 성찰 등등 장점이 많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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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의 공동체 - 신형철 산문 2006~2009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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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사랑한다. 네가 즐겨 마시는 커피의 종류를 알고, 네가 하루에 몇 시간을 자야 개운함을 느끼는지 알고, 네가 좋아하는 가수와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랑인가? 나는 네가 커피 향을 맡을 때 너를 천천히 물들이는 그 느낌을 모르고, 네가 일곱 시간을 자고 눈을 떴을 때 네 몸을 감싸는 그 느낌을 모르고, 네가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가 네 귀에 가닿을 때의 그 느낌을 모른다. 일시적이고 희미한, 그러나 어쩌면 너의 가장 깊은 곳에서의 울림일 그것을 내가 모른다면 나는 너의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느낌이라는 층위에서 나와 너는 대체로 타자다. 나는 그저 '나'라는 느낌, 너는 그냥 '너'라는 느낌.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인가. 아마도 그것은 느낌의 세계 안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일 것이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명확히 표명될 수 없는 느낌들의 기적적인 교류, 그러니까 어떤 느낌 안에서 두 존재가 만나는 짧은 순간,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지금 너를 사로잡고 있는 느낌을 알 수 있고 그 느낌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느낌의 세계 안에서 우리는 만난다. 서로 사랑하는 이들만이 느낌의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다. 사랑은 능력이다.


책의 서두에서부터 독자를 매혹케 하는 문장의 향연으로 끝내 취하게 만드는 그는 누구인가. 내게 있어 그의 이름은 문학 스승님이고, 그의 글은 문학의 아름다움, 그의 문장은 눈을 다시 뜨는 기쁨이다.
그를 만날 때마다 나는 순간순간 쉴 수가 없다. 오름손으로 그가 언급한 책들을 찾아 독서목록에 넣고, 왼손으로 그의 문장을 배껴 적느라...

p18 그러나 언어에 대한 의심은 진실에 대한 오만을 낳는다. 그 오만은 시의 언어, 언술, 형식에 대한 고민을 생략하게 만든다. 어떤 의미에서는 가부장적이라 할 만한 태도로, 그저 독자에게 삶의 (진실에 미달하는) 지혜를 가르치려고만 한다. 그런 시들은 단번에 손쉽게 읽힐 뿐 두 번 읽히지 않는다. '한 번 읽기'와 '다시 읽기'사이의 시간이 사유의 시간이다.

p178 문득 시가 읽고 싶어 서점에 들른 당신은 어떤 시집을 골라야 할지 막막하다. 그럴 때엔 먼저 제목을 보라. '네가 뭐뭐 할 때 나는 뭐뭐 한다'같은 흔해빠진 서술형 제목, '이별은 어쩌고저쩌고다'와 같은 식의 용감한 정의형 제목들을 피해가다보면 이상한 제목의 책들이 눈에 띌 것이다. 이를테면 [이십억 광년의 고독]같은. 지은이는 다니카와 슈운타로. 근데 생면부지의 이 사람을 믿어도 될까?
이제 두번째 단계. 시집 제목은 싱싱한 것으로 고르되, 시식용 제목은 반대로 고르자. 목차를 펼쳐서 사랑, 그리움, 슬픔 따위의 해묵은 단어들을 제목 안에 품고 있는 시를 먼저 읽어보라. 본래 시인의 진짜 실력은 저런 진부한 소재들을 처리하는 솜씨에서 드러난다. 예컨대 감히 '사랑'운운하는 제목의 시를 쓴다는 것은 기왕의 수많은 연애시들과 진검 승부 한판 하겠다는 얘기다.

p189 장관님께서 '좌파'라는 말을 어떻게 이해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만, 존재하는 것을 긍정하기보다는 존재해야 할 것을 추구하는 게 좌파라면, 그래서 늘 더 많은 자유, 더 많은 인권, 더 많은 민주를 요구하는 게 좌파라면, 모든 진정한 예술가들은 본질적으로 좌파이고 모든 위대한 예술 작품은 깊은 곳에서 좌파적입니다.

p292 좋은 문장에도 등급이 있다. 좀 좋은 문장을 읽으면 뭔가를 도둑맞은 것 같아 허탈해진다. '아이쿠, 내가 하려던 말이 이거였는데.' 더 좋은 문장을 읽으면 뿌연 안갯속이던 무언가가 돌연 선명해진다. '세상을 보는 창 하나가 새로 열린 것 같아요.' 더 더 좋은 문장을 읽으면 멍해진다. 그런 문장을 읽고 나면 동일한 대상을 달리 생각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그 문장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라면 나는 이제 더이상 할 말이 없어요
.'

딱 내 기분이 이 기분이다. 나의 느끼한 상찬의 말들 이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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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용 식탁
윤고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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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때, 반 년에서 일 년 가까이 가까운 친구가 없던 적이 있었다. 학교와 같이 오랜 시간을 함께 부대껴야 하는 특수한 공동체 생활에서 고독은 곧 지옥과 동의어가 된다.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쓸쓸함이라는 감정은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심장에 불을 질러, 그 불은 평생을 가도 꺼지지 않을 수도 있다.
수학여행이나 수련회를 갈 때 버스에 혼자 앉기는 그럭저럭 견딘다 해도, 조별활동을 해야 할때 끝내 마지막까지 혼자 남는 그 기분은 이 세계에서 버림받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내게 무엇보다도 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점심시간에 급식을 혼자 먹어야 하는 일이었다. 모두들 내게 등을 돌리고 식사를 한다. 눈에 띄는 괴롭힘도 멸시도 없다. 그저 날 무리에 껴 주지 않을 뿐이다.

아직까지도 혼자 식당에서 식사를 못 한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비웃는 것만 같아서.

p25 어릴 때는 홀수가 싫었다. 무리를 굳이 둘씩 나누는 상황이 종종 일어났기 때문이다. 운동장에서, 수학여행 가는 버스에서, 놀이기구에서, 관계는 '둘'로 정의되었고, 전체가 홀수였다면 한명은 꼭 남았다. 3-2=1, 5-2-2=1, 7-2-2-2=1, 이런 계산법으로 인해 외톨이가 되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정원이 48명인 반에서 나는 마음이 편안했고, 47명인 반에서 마음이 불안했다. 48명인 반에서 일어나는 전학이나 결석, 조퇴와 같은 일들도 역시 불안했다.
어릴 때 운동장이나 교실 안에서 겪었던 홀로됨의 어색함은 결국 교문 안에서만 유효할 뿐, 그 당시에는 중요했던 그 문제가 사실 미니어처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그 순간부터 정말 비극이 시작된다. 교문 밖에서 울타리도 없이 벌어지는 홀로됨의 비극은 더 이상 누구의 이목도 끌지 못한다. 그냥 무관심 속에 도태되는 것이다. 그러나 무관심 속에서 오래 머물면 처음에 그 무관심의 주체가 타인이었는지 자기 자신이었는지도 혼란스러워진다. 그래서 점심 회식과 같은 일이 다가오면 오히려 그 상황이 어색해지기도 한다. 혼자 밥 먹기의 단계에 도전하고 있던 나로서는 더더욱.

<1인용 식탁>

그런 나에게 <1인용 식탁>은, 아아, 문학의 윤리적 가치니 미학적 가치니 다 필요없다. 문학은 위로하기 위해 존재한다. 홀수의 고통, 고독의 지옥, 아직도 크기를 줄이지 못한 나의 고독의 그림자는 이제야 조금 짧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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