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상권 리뷰를 쓰면서
이 이야기는 민담집 같은 이야기 모음집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의외로(?) 이야기 속 화자는 명확하다. 작가 초서 본인이 등장한다.
그는 '나'로 등장하며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한줄평을 던지기도 하고, 별점도 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하기도 한다.
나는 그의 존재가 이야기 속에 드러난다는 점으로 보아
[캔터베리 이야기]는 명백한 소설로 읽힌다.
소설가가 자신의 문체를 찾아 탐구하고 고뇌하는 과정이 그대로 드러난 소설.
[캔터베리 이야기] 하권 중간에서 초서는 완전한 운문으로 토파스 경 이야기를 하다 독자의 항의를 받고 중단한 뒤 새로운 이야기를 꺼낸다. 완전한 산문으로 된 멜리비 이야기를 완주한다.
독자를 고려하여 새로운 문체를 찾아 나서는 일이 소설가의 임무다.
어떤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가?
초서는 당대의 이야기를 집대성한, 가능한 많은 이야기를 자신의 책 속에 끌어안고 싶었고 달성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 앞에서 결국 책은 미완성으로 남았다.
미완의 결말조차 지극히 소설적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작가가 원하기만 하면 끝없이 쓸 수 있는 작품이야말로
궁극의 소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캔터베리 이야기]는 소설의 역사 초입에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