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세구 : 흙의 장벽 1~2 - 전2권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마리즈 콩데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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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구는 술책이 자라나는 정원이다. 세구는 배신 위에 세워진다. 세구 바깥에서 세구에 대해 말하라. 하지만 세구 안에서는 세구에 대해 말하지 마라.


세구, 아프리카 대륙의 높은 흙의 장벽 안쪽 부유하고 번성한 왕국, 왕, 그들의 말로 만사가 다스리는, 귀족, 즉 예레월로 중 하나인 트라오레 가문의 파, 가부장인 두지카로부터 시작되는 소설. 낯선 나라 낯선 용어 소설로 읽어본 적 없는 세계, 그곳이 아프리카.


소설을 다 읽은 뒤 배경인 세구 왕국의 현재 말리 공화국을 검색했다. 이슬람 지하드 반군 공격으로 폭탄이 터지고 UN 평화군이 사망하는 등 화약 냄새가 짙은 기사들이 상단을 차지했다. 18세기 세구 왕국에도 이슬람이 찾아온다. 세구 전통의 조상신들을 경멸하며 유일신 알라를 믿으라 칼을 겨누는 이들, 동시에 아프리카에 유럽인들이 하느님을 데리고 노예와 돈을 찾아 상륙한다. 아프리카는 신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야만적인 대륙이라 단정지으면서.


-1권 125쪽, 불행은 어머니 배 속에 든 아이와 같다. 그 무엇도 그 아이의 탄생을 멈출 수 없다. 아이의 힘과 활기는 어느 결에 불어난다. 정맥과 동맥의 혈관계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다가 아이는 피와 오수와 오물이 철철 흐르는 가운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불행은 아프리카에, 세구 왕국에, 트라오레 가문에 태어난다. 두지카의 아내 니아, 그의 첩들, 아내와 첩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티에코로, 나바, 시가, 말로발리와 그들의 아내와 첩들, 두지카의 동생 디에모고에 그의 아들 티에폴로, 우리에게도 다소 익숙한 가족중심주의와 물신(조상신)숭배사상, 대대로 굳건히 지켜 온 세계와 믿음과 사고방식이 외부의 압력을 받아 하나 둘 파괴되고 버려지면서 등장인물들도 불행한 운명을 맞이한다.


아프리카는 야만의 대륙이 아니다. 독립적이고 독창적인 세계관 아래 구축된 왕국들이 존재하는 곳이다. 다름을 틀림으로 단정짓고 아프리카를 자세히 알려 들지 않은 우리의 선입견을 이 소설은 하나 둘 파괴하고 재구성한다. 마리즈 콩데의 이 소설은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낯선 아프리카 문화와 종교가 단번에 이해되고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성격이 헷갈리지 않고 따라갈 수 있다. 읽다 보면 어느새 나는 세구의 흙의 장벽 너머 번성했던 과거의 도시를 걷고 있다. 기장술을 마시고 그리오(아프리카의 구송 시인)들의 노래를 들으며 붉은 하늘에 감탄한다. 트라오레 가문을 덮친 비극적인 죽음에 대한 노래를 들으며 슬퍼한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 중 하나가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서라면, 우리는 반드시 [세구:흙의 장벽]을 읽어야 한다. 전쟁과 분란이 끊이지 않는 현대 아프리카 대륙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지금은 갈 수 없는 아프리카 고유의 부유하고 번성했던 왕국을 여행하기 위해, 막연한 두려움과 몰이해로 바라보았던 흑인들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 우리는 오해하지 않기 위해 소설을 읽는다.


-1권 74쪽, 아들 하나가 오고, 아들 하나가 간다. 삶은 방적기에서 빠져나오는 무명천과 같아서, 부활의 무덤인 동시에 부부의 침실이자 다산의 자궁이다.


-1권 335쪽, 시가에게 사랑은 우기를 알리는 첫비와 같았다. 건기가 길게 끝없이 이어졌다. 대지는 쩍쩍 갈라지거나 풀풀 흙먼지만 날린다. 풀은 적갈색으로 변한다. 나무들은 더 이상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바싹 말랐다. 그러다가 들판 위로 점점 비구름이 쌓인다. 곧 비구름이 찢어진다. 벌거벗은 아이들이 밖으로 뛰어나가, 여전히 성기면서 뜨거운 빗방울을 뿌리는 첫비를 맞는다. 그러고 나면 모든 것이, 쌀도 기장도 호박도 쑥쑥 자란다. 물고기들은 통발을 채운다. 목동들은 가축에게 물을 먹인다. 파티마 없이 그가 어찌 살 수 있었을까?


-2권 102쪽, 삶이란 무엇인가? 지상에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못하는 덧없는 지나감. 그 의미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시련의 연속.


-2권 459쪽, 퍼뜩 보편적인 신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은 저마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신을 숭배할 권리가 있으며, 인간에게서 삶의 주춧돌인 그의 신앙을 빼앗는 행위는 그를 죽음에 처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왜 알라가 파로나 펨바보다 더 가치가 나가겠는가? 누가 그렇게 결정했는가?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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